충격… 슬픔… 비아냥에 대한 반성 뒤섞여

  • 입력 2009년 6월 27일 03시 00분


25일 사망한 ‘팝의 황제’ 마이클 잭슨을 추모하는 팬들이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촛불을 밝히고 생전 사진과 꽃, 선물 등을 바치며 기도하고 있다. 로스앤젤레스=AFP 연합뉴스
25일 사망한 ‘팝의 황제’ 마이클 잭슨을 추모하는 팬들이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촛불을 밝히고 생전 사진과 꽃, 선물 등을 바치며 기도하고 있다. 로스앤젤레스=AFP 연합뉴스
■ 세계가 추모 분위기

미국 서부 시간으로 25일 오후 2시(한국 시간 26일 오전 6시)가 조금 지난 시간 “마이클 잭슨이 병원으로 실려 갔다”는 긴급 뉴스가 전해지면서 미국의 양대 뉴스채널인 CNN과 폭스뉴스는 정규 뉴스를 중단했다. “잭슨이 응급차에 실려 갈 때 호흡이 멈췄다”는 초기 자막이 1시간가량 지나 “잭슨 사망”으로 바뀌면서 미국 사회는 충격과 슬픔, 반성이 뒤섞인 추모 열기에 휩싸였다.

CNN 등의 현장 화면에 따르면 잭슨이 이송된 로스앤젤레스 캘리포니아대 메디컬센터와 자택 앞에는 첫 뉴스가 나오자마자 수백 명의 팬들이 몰려들었다. 잠시 후 잭슨이 사망했다는 공식 발표가 나오자 팬들은 슬픔을 감추지 못했다.

미국 사회의 추모 열기에는 50세 나이에 해외 콘서트를 코앞에 두고 일어난 그의 갑작스러운 사망 자체가 던져준 놀라움에 더해 후회와 반성의 기류가 섞여 있다. 잭슨은 일찍이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스타”(CNN의 표현)의 자리에 올랐지만 한편에선 끊임없이 손가락질과 비아냥거림을 받는 대상이었다. 스캔들 가운데는 그 스스로 원인을 제공한 대목도 있지만 황색 언론과 대중의 저급한 상상력, 루머가 휘발유를 끼얹곤 했다.

그는 음악으로 인종의 벽을 허물었지만 흑인으로서의 정체성을 부인하려 한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흑인이지만 팬은 흑백 구분이 없었다. 하지만 점점 백색인종 코카시안을 닮아가는 얼굴과 탈색돼 가는 피부색을 놓고 세상은 조롱 섞인 논쟁을 벌였다. 잭슨은 “두 차례 성형수술을 한 것은 (어린 시절 자신을 학대했던) 아버지를 닮아가는 모습이 싫었기 때문이며 피부 톤의 변화는 백반증이란 질환 때문”이라고 해명했으나 언론들은 잭슨이 백인이 되고 싶어 피부를 박피했다는 식으로 몰아갔다.

세상은 또 그에게 ‘동심(童心)에 머물고 있는 순수한 영혼’이란 이미지와 동시에 ‘아동 성추행범’이란 낙인을 확인 없이 찍어댔다. 지인들은 그가 ‘네버랜드’ 건설을 갈망하고, 아이들과 어울리며 음악적 영감을 얻는 순수한 영혼(의학적으론 열 살짜리의 정신세계로 퇴행했다는 판정을 받았음)의 소유자라고 주장했지만 성추행 논란에 대한 집요하고 선정적인 보도는 ‘아동 성도착자’의 이미지를 덧씌워 버렸다. 1993년의 성추행 의혹은 결백 주장 속에 금전적 합의로 종결됐고, 2005년의 소년 성추행 혐의는 무죄 평결이 났지만 잭슨은 심신(心身) 모두 재기하기 힘든 상태로 추락했다.

세계 곳곳에서 팬들의 충격과 슬픔이 이어졌다. 일본 후지TV는 정규 아침 프로그램을 중단하고 로스앤젤레스와 뉴욕을 생방송으로 연결해 잭슨이 떠난 현지 상황을 자세히 전달했다. 중국에서도 그의 죽음이 소호닷컴, 시나닷컴 등 주요 인터넷 포털 사이트의 톱뉴스로 다뤄졌다. 잭슨의 두 번째 결혼식이 열렸던 호주 시드니에서는 주요 거리의 전광판을 통해 그의 사망 소식을 알리는 뉴스가 연이어 보도됐다.

워싱턴=이기홍 특파원 sechep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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