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바논 총선 친서방파 승리… 야권 연합 헤즈볼라 패배

  • 입력 2009년 6월 9일 02시 54분


美 “안도”… 이란 “영향력 축소 우려”

7일 실시된 레바논 총선에서 친서방파인 여권 연합이 헤즈볼라 중심의 야권 연합을 누르고 승리했다고 AP통신이 보도했다. 이에 따라 여권을 지지하는 미국은 안도하는 반면 헤즈볼라를 지원해온 이란은 레바논에서 영향력을 확대하기 어렵게 됐다.

레바논 내무부는 8일 개표 결과 여권 연합이 전체 의석 128석 중 과반인 71석을 차지한 반면 야권 연합은 57석에 그쳤다고 발표했다. 앞서 여권 연합의 중심당인 ‘미래운동’의 사드 하리리 대표는 이날 오전 현지 TV에 출연해 “오늘은 레바논 역사상 위대한 날”이라며 승리를 선언한 뒤 야권을 향해 “레바논을 위해 함께 일하자”고 말했다. 야권 연합 소속인 ‘자유애국운동’의 미셸 아운 대표는 “패배를 인정한다. 새 정부를 구성하는 데 협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뉴욕타임스는 “사실상 이번 레바논 총선은 중동에서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미국과 이란 간의 대리전이었다”고 평가했다. 미국은 뚜렷하게 반미노선을 걷고 있는 헤즈볼라를 테러단체로 규정하고 있는 반면 이슬람 시아파의 맹주인 이란은 시아파 무장단체이자 정당인 헤즈볼라를 지원해 왔다. 선거전 초반 헤즈볼라가 선전하면서 이번 선거는 박빙의 승부가 예상돼 왔다.

이에 조지프 바이든 미 부통령이 지난달 22일 레바논을 방문해 “레바논의 새 정부가 어떻게 구성되느냐에 따라 미국이 레바논에 계속 재정적 지원을 할지를 재검토할 것”이라고 말하는 등 미국은 이번 총선에서 여권이 승리할 수 있도록 입김을 넣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현 여권이 승리함으로써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좀 더 여유 있게 중동정책을 추진할 수 있게 됐다”고 분석했다.

공식적인 개표 결과가 발표됨에 따라 여권은 조만간 야권과 통합정부 구성을 논의하게 될 것으로 예상되며, 새 정부를 어떻게 구성할 것인가가 향후 레바논 정국의 최대 이슈로 등장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5월 헤즈볼라와 친정부 세력이 무력 충돌을 벌여 헤즈볼라가 승리했으며, 그 결과 전체 각료 30명 중 11명이 야권 인사로 채워져 야권이 각료회의에서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게 됐다. 하지만 여권은 이번 총선에서 승리하면 야권이 각료회의 거부권을 행사할 수 없도록 하겠다고 밝혀 왔다. 로이터통신은 “차기 정부에서 하리리 대표가 총리로 임명되고 야권의 거부권을 인정하지 않는다면 여야 간의 충돌이 불가피하다”고 전망했다.

헤즈볼라는 선거에서 지기는 했지만 군사력을 기반으로 강경한 반(反)서방 노선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헤즈볼라 소속인 모하메드 라아드 의원은 AFP통신에 “여권이 야권에 대한 태도를 바꾸지 않는다면 정치적 위기는 계속될 것”이라며 “특히 헤즈볼라의 무장 해제 여부는 논의 대상조차 될 수 없다”고 말했다.

장택동 기자 will7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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