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투데이]돈 풀어 은행 숨쉬게 한 美경제의 취약점

  • 입력 2009년 5월 13일 02시 54분


지난주 미국 은행들의 스트레스 테스트 결과는 이미 금융시장에 상당 부분 선(先)반영돼, 그 중요성에 비해 시장에 끼친 영향이 미미했다. 그러나 관련 기업들의 주가 및 향후 경제에 대한 전망은 다소 긍정적으로 돌아섰다. 민관 합동 구제금융계획(PPIP)과 스트레스 테스트에 따른 은행의 자본 확충으로, 금융 측면에서의 위기는 일단 봉합된 것으로 보는 시각이 커졌기 때문이다.

스트레스 테스트는 미국 은행들의 과거 부실을 털어내는 작업이다. 은행의 손실을 확정하고 이에 부족한 자금만 투여하면 당분간 금융기관들은 안정적 경영을 할 수 있다. 이번 테스트에선 미래에 예상되는 경기침체마저 손실에 반영했기 때문에 은행들의 안정성은 그만큼 더 높아졌다. 벌써부터 모건스탠리 등 몇몇 발빠른 은행들은 권고안보다 더 많은 자금을 확충하기 시작했다.

그렇다면 이제 은행들은 글로벌 위기 이전으로 돌아간 것일까? 이 질문에 대한 대답은 여전히 유보적이다. 미국 은행들만 스트레스 테스트를 한 것이지 다른 국가들의 은행 구조조정은 여전히 지연되고 있기 때문이다. 스트레스 테스트 자체에 대한 시장의 신뢰 여부도 숙제로 남아 있다.

앞으로 자본을 확충한 미국 은행들이 2007년 이전처럼 적극적인 자금 운용을 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공적자금이 투입된 은행은 기본적으로 공격적인 경영을 하기 어렵다. 특히 최근의 경기 반전은 하강 속도가 더뎌진 것에 불과하다. 따라서 은행들은 충분한 자본 확충 이후에도 기업 및 주택 대출에는 여전히 보수적일 가능성이 높다.

미국은 이번 테스트로 은행 정상화의 첫 단추를 뀄다. 이젠 유럽이나 이머징 마켓의 금융 구조조정도 함께 진행돼야 한다. 물론 가장 중요한 것은 경기 회복의 수준이다. 금융위기에 이어 ‘2차 실물경기 침체’라는 또 다른 위기 가능성에도 대비해야 한다.

글로벌 위기 발생 후 9개월이 지나면서 기업과 가계의 내성은 점점 약해지고 있다. 또 달러 약세와 원자재 가격 상승 현상이 동시에 나타나는 점에도 주목해야 한다. 이 현상은 지금까지의 금융 정상화가 과도한 화폐 공급에 의한 것이라는 점을 입증하고 있다.

스트레스 테스트로 일단 금융 부문이 안정을 찾았지만, 이는 아직 약간의 시간을 번 것에 불과하다. 각국은 붕괴된 경제 시스템을 복원하려는 노력을 계속해야 한다. 특히 한국은 달러 약세와 원자재 가격 상승이 계속될 경우 수출과 내수에 모두 부정적인 영향을 받게 된다. 고환율로 올 1분기 좋은 실적을 보인 수출주들의 주가가 최근 약세로 돌아선 점에 우리는 주목해야 한다.

홍성국 대우증권 리서치센터장(상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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