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신종 인플루엔자 4早 대응’ 위력

  • 입력 2009년 5월 6일 02시 58분


①조기 발견 ② 조기 진단 ③ 조기 격리 ④ 조기 치료

13억 세계최다 인구에도

현재까지 감염자 없어

‘사스’때와 180도 달라

중국 위생부는 3일 오전 “신종 인플루엔자A(H1N1) 감염자와 함께 비행기를 탔던 승객을 모두 찾아 격리했다”고 발표했다. 불과 하루 반 만에 대륙 18개 성 및 직할시, 자치구로 흩어진 승객 166명(환승 및 승무원 제외)을 모두 찾아내 주소지 인근 방역설비를 갖춘 보호 장소로 격리한 것.

한국 국토 면적의 100배에 가까운 데다 인구 13억 명으로 세계 1위 인구대국인 중국이 이번 바이러스와 관련해 물샐틈없는 방역시스템을 보여주고 있다. 5일 현재 감염자가 발생하지 않았다. 중화권 언론들은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SARS·사스)과 조류인플루엔자 유행 때의 경험이 큰 도움이 되고 있다고 풀이했다. 실제 중국 정부는 ‘조기발견(早發見), 조기진단(早診斷), 조기격리(早隔離), 조기치료(早治療)’라는 ‘네 가지 조기(4早)’를 모토로 새 유행병에 대응하고 있다. 이미 사스 이후 전염병이나 공중위생에 위험을 주는 일이 발생했을 경우 즉시 중앙정부가 파악할 수 있는 세계 최대의 전염병 모니터링시스템을 개발해 운용하고 있다.

12시간 안에 바이러스 유무를 확진할 수 있는 새 방법도 개발해 보급하고 있다. 이번에도 상하이에서 방역에 구멍이 뚫린 것으로 확인되자, 즉시 공항과 항구, 육로 입국지 등에서 체온검사를 강화했다. 멕시코 정부와의 외교 갈등까지 감수하며 항공편을 중단하기도 했다.

원자바오(溫家寶) 총리는 신종 인플루엔자 발생 직후 “중국에서 의심환자가 발생하면 즉시 발표하겠다”며 투명 대처를 다짐했다. 부처 간 대응도 유기적이다. 주무부서인 위생부뿐 아니라 농업부와 국가질검총국(한국의 식품의약품안전청), 상무부, 외교부 등 유관부서의 협조도 원활했다. 보고체계나 감독 및 통제기구가 우왕좌왕했던 사스 때 대응방식과는 크게 달라졌다.

현재 중국 위생당국은 연일 중국으로 전염병 유입이 임박했다는 경고를 매일 하고 있지만 별다른 동요는 없다. 중국 반관영 중국신문사는 “국민이 사스 때처럼 두려워하거나 민감하게 반응하지 않고 있다”고 최근 전했다. 한줘성(韓卓升) 주중 세계보건기구(WHO) 대표는 최근 홍콩 다궁(大公)보와의 인터뷰에서 “중국은 이번 신종 인플루엔자 대처에서 사스와 조류인플루엔자 때의 경험과 교훈을 충분히 살리고 있다”고 평가했다.

베이징=이헌진 특파원 mungchii@donga.com

“북미지역外 바이러스 확산 증거 없어”

WHO, 경보 현단계 유지 시사

감염자 21개국 1124명

세계보건기구(WHO)는 4일 신종 인플루엔자A(H1N1) 감염자가 21개국에서 1124명으로 늘었다고 발표했다. 이로써 감염자는 지난달 중순 멕시코에서 감염 사례가 처음 발표된 뒤 약 3주 만에 1000명을 넘어섰다. 주로 멕시코(590명), 미국(286명), 캐나다(140명) 등 북미 국가에서 많이 발생했고 스페인(54명), 영국(18명), 독일(8명) 등이 뒤를 이었다.

후쿠다 게이지 WHO 사무차장은 이날 “북미를 제외한 유럽, 아시아 등 다른 지역에선 바이러스가 확산되는 증거가 없다”고 밝혔다고 로이터통신 등이 전했다. 현 수준에선 전염병 경보 단계가 ‘대유행’을 선언하는 6단계로 격상되지 않을 것임을 시사한 것이다. 그러나 후쿠다 사무차장은 겨울로 접어든 남반구를 중심으로 바이러스 감시를 게을리 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신종 인플루엔자로 가장 많은 사망자와 감염자가 발생한 멕시코 정부는 관공서, 기업 등에 내린 휴무령을 6일 끝내고 7일부터 사회를 정상화할 것이라고 발표했다고 AP통신 등이 전했다. 펠리페 칼데론 대통령은 4일 “이제는 일상으로 복귀할 시점”이라고 밝혔다. 한편 휴교령은 대학, 고등학교만 해제되고 나머지 교육기관은 11일까지 적용할 계획이다.

AP통신은 멕시코시티 시내에선 마스크를 쓰지 않고 거리를 다니는 시민이 늘어나는 가운데 카페가 다시 문을 여는 등 활기를 되찾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나 현지 의료계 전문가들은 멕시코에서 여전히 신종 인플루엔자 감염이 확산되고 있으므로 사람 간 접촉이 늘면서 감염자가 다시 급증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남원상 기자 surrea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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