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이번엔 신용카드 개혁… 美소비체질 손본다

  • 입력 2009년 4월 21일 02시 57분


“문제는 신용카드”트리니다드토바고에서 열린 미주기구(OAS) 정상회담에 참석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19일 자신의 참모가 흘린 지갑을 주워들고 제스처를 취하고 있다. 트리니다드토바고=로이터 연합뉴스
“문제는 신용카드”
트리니다드토바고에서 열린 미주기구(OAS) 정상회담에 참석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19일 자신의 참모가 흘린 지갑을 주워들고 제스처를 취하고 있다. 트리니다드토바고=로이터 연합뉴스
“빚내 소비하던 시대에서 저축-투자하는 시대로”

‘미국 소비자들의 무분별한 신용카드 사용은 신용카드 회사에 기만당한 결과다.’

백악관이 미 신용카드 회사에 제재 강화를 검토하고 있다. 신용카드 남용이 소비과잉으로 이어진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최근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빚에 바탕을 둔 소비를 억제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 이후 나온 첫 정책이기도 하다.

오바마 대통령의 경제교사로 불리는 백악관 경제사령탑인 로런스 서머스 국가경제위원회 위원장은 19일 미 NBC방송 대담프로그램 ‘미트 더 프레스(meet the press)’에서 “백악관이 금융규제 강화책의 하나로 카드사에 높은 대출이자율을 낮추도록 하고, 이용자 정보공개 확대 등을 주문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앞서 지난해 12월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도 이자율 제한 등 개선조치를 내린 바 있다. FRB 조치의 발효시점은 2010년 7월이지만 사안의 절박함을 감안해 이번에 백악관이 직접 팔을 걷어붙이고 나선 것이다.

백악관의 조치는 신용카드에 의존하는 미국인들의 소비문화를 개선하지 않고는 건전한 미국 경제를 기대할 수 없다는 판단 때문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취임 후 수차례에 걸쳐 “글로벌 경제위기 이후 미국 경제의 틀을 새로 짜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모래밭 위에 쌓아올린 미국 경제를 재건축하기 위해 기존 미국식 자본주의의 정의를 새롭게 내려야 한다”는 것이다.

19일 뉴욕타임스 인터넷판에 따르면 오바마 대통령은 미국 경제가 새롭게 가야 할 길로 과거 미국 경제 성장의 주요 원천이었던 소비의 비중을 줄이고 저축과 투자를 장려하는 방향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최근 연설에서 “우리는 새로운 성장과 번영의 기초를 쌓아야 할 때”라며 “돈을 빌려 소비하는 시대에서 저축하고 투자하는 시대로 옮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세계경제 역시 미국의 왕성한 소비에 의존하는 기존 구조를 탈피하고, 건전한 시장경제를 위해 정부가 적극적으로 개입할 것을 주문했다.

이에 대해 미국 사회에서는 보수와 진보 진영 모두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보수 성향의 미국기업연구소(AEI) 아서 브룩스 소장은 오바마 행정부에 “국민이 시장경제의 부침에 최소한의 영향을 받는 유럽형 사회민주주의를 원하고, 자율적이어야 할 시장경제에 정부가 일일이 간섭하고 싶어 한다”고 반박했다.

반면에 오바마 대통령이 위기에 소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다고 주장하는 진보 진영에서는 “경기침체 기간을 놓치면 오바마가 미국 자본주의를 근본적으로 고칠 수 있는 기회를 잃게 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빌 클린턴 행정부 시절 노동부 장관을 지낸 로버트 라이시 전 장관은 “오바마의 ‘미국식 자본주의의 재정의’는 우리가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한 과감한 비전에서 출발한 것이겠지만 그동안의 행보를 보면 어떻게 실행에 옮길지 걱정스럽다”고 지적했다.

김창원 기자 changkim@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