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난에 무기구매도 유탄…美“F22랩터 구매중단”

  • 입력 2009년 4월 8일 02시 58분


가격 싼 F35 개발 박차

MD계획도 구조조정

의회 원안통과는 미지수

게이츠 국방 ‘대테러-국지전 집중’ 내년 예산안 발표

‘최대 속도 마하 2.5, 레이더에 잡히지 않는 유령전투기, 모의공중전에서 불패(不敗)의 신화….’ 지난 수년간 숱한 화제를 뿌리면서 미국의 가상 적국(敵國)들엔 공포의 대상이 됐던 스텔스 전투기 F-22(일명 랩터)가 생산 중단 위기를 맞았다.

로버트 게이츠 미 국방장관은 6일 랩터 생산 중단, 대통령 전용헬기 교체 계획 취소, 미사일방어(MD) 체제 구조조정 등을 핵심으로 하는 2010년도 국방예산안을 발표했다. 경제난에 따라 무기구매 계획을 축소했지만 전체 예산은 5340억 달러로 전년도 보다 210억 달러 증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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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랩터 프로그램 중단=게이츠 장관은 록히드마틴사가 생산해 2005년부터 배치해온 랩터를 이미 구매 확정된 187대에서 더는 주문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첨단 공군력이 맞붙는 국가 차원 전쟁보다 대(對)테러작전과 국지전 능력 향상이 시급한 시대 여건상 대당 1억4000만 달러의 초고가 전투기가 더 많이 필요하지 않다는 판단에 따른 것. 게이츠 장관은 그 대신 스텔스 성능을 갖고 있으면서도 가격이 저렴한 F-35 개발에 박차를 가하겠다고 밝혔다. 2010년대 초 개발 완료 예정인 F-35는 한국 정부도 차세대 전투기 후보로 검토 중인 기종이다.

하지만 록히드사는 랩터 생산에 44개 주 시설에서 9만5000명이 종사하고 있다며 반발하고 있다. 의회에서도 첨단 전력 약화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완벽한 스텔스 성능과 초(超)기동성, 첨단 항법장비를 갖춘 유일한 5세대 전투기로 꼽히는 랩터는 일본 등 군사력 강화에 적극적인 국가들이 군침을 흘려왔지만 미 의회가 기술 유출을 이유로 수출을 사실상 금지해 해외 판매는 이뤄지지 않았다.

미군은 2007년 8월 본토 외에 알래스카 기지에도 1개 비행대대를 배치했으며 일본 오키나와 기지에 12대를 임시 배치한 바 있다. 지난해 여름엔 한반도를 작전권역으로 하는 괌 공군기지에도 6대 이상이 배치돼 북한 당국을 긴장시킨 바 있다.

▽MD 구조조정과 북한 미사일=게이츠 장관은 이날 “북한의 미사일 발사는 실제적인 위협을 상기시켜 줬다”며 MD 체제 관련 예산을 축소하되 북한 등 ‘불량국가’의 장거리 미사일 위협에 맞서는 방어능력 향상을 위한 연구개발 지원은 계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배석한 제임스 카트라이트 합참 부의장은 북한이 5일의 로켓 발사를 계기로 미사일 기술 확산에 나설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당신이라면 연거푸 3번 (실험에) 실패한 국가에서 (미사일을) 구입하겠느냐”고 반문했다.

워싱턴=이기홍 특파원 sechep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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