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유럽이 돈 더 풀어 경기부양”

  • 입력 2009년 3월 14일 02시 58분


G20 재무회의 앞두고 충돌

EU “금융시스템 규제가 더 절실”

美 英 日 vs 獨 佛 EU 연합전선 형성

‘세계 경기침체를 막기 위해 유럽이 돈을 더 풀어라.’(미국)

‘돈은 충분히 풀었다. 고삐 풀린 세계 금융시스템 규제가 더 절실하다.’(유럽연합)

글로벌 경기침체 대책 마련을 위해 13, 14일 영국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 회의를 앞두고 미국과 유럽연합(EU)이 정면충돌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이번 회의는 다음 달 2일 런던에서 열리는 G20 정상회담의 예비회담으로 사실상 모든 안건을 사전 협의하기 위한 자리. 하지만 대규모 추가 재정투입을 주장하는 미국과 금융시장 규제의 필요성을 주장하는 EU가 맞서면서 좀처럼 타협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미국의 주장에 영국과 일본이 동조하고 나섰고, 독일 프랑스 등 유럽 주요국은 EU 편을 들고 나서 전선을 형성하고 있다.

▽미국 “유럽, GDP의 2% 투자해야”=로런스 서머스 미 백악관국가경제위원회 위원장은 최근 “미국은 경기부양을 위해 7870억 달러의 재정투자를 결정했고 이는 연간 국내총생산(GDP)의 5.5%에 해당한다”며 경기부양책으로 GDP의 1.5%를 투자하기로 한 유럽을 압박했다. 티머시 가이트너 미 재무장관은 이번 회의에서 경기회복을 위해 선진국이 향후 2년간 GDP의 2%를 투자해야 한다고 촉구할 계획이다.

이에 대해 앨리스테어 달링 영국 재무장관은 “재정 정책에 관한 한 가이트너 장관과 눈높이가 같다”고 화답했고, 일본의 요사노 가오루(與謝野馨) 재무장관 역시 미국 지지를 밝혔다. 그러나 EU와 독일 프랑스는 “이미 충분한 행동을 취했다”며 반대 의사를 분명히 했다.

단순액수로 비교하면 2000억 유로(약 2574억 달러)를 투자한 EU가 미국(7870억 달러)보다 적지만 EU 회원국들은 이미 실업급여 등 다양한 복지프로그램을 가동하고 있어 막대한 재정이 이미 풀렸다는 것이다.

한편 유럽의 성장엔진 독일은 1월 산업생산이 전월 대비 7.5% 감소해 사상 최대 하락폭을, 프랑스도 1월 산업생산이 작년 같은 달 대비 13.8% 떨어져 1991년 이후 최악을 기록했다.

▽유럽 “투기성 투자 단속 강화해야”=반면 EU는 “글로벌 금융위기의 재발을 방지하려면 금융 관련 규제개혁에 서둘러야 한다”며 응수하고 나섰다.

EU 재무장관들은 이번 회의를 앞두고 “모든 금융시장과 금융상품, 시장참가자를 철저하게 감독할 수 있는 금융규제 강화를 위해 전 세계가 공조하자”는 데 합의했다. 헤지펀드와 사모펀드 등 높은 위험을 감수한 투기성 투자에 대한 단속을 강화해야 한다는 것.

미국도 금융파생상품에 대한 효율적 금융규제 등에 원칙적으로 동의한 상태다. 하지만 EU는 금융규제에 관한 구체적 법률을 만드는 데 미국이 의욕을 보이지 않는다며 비판하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 재원 확충도 주요 쟁점=금융위기 극복을 위한 IMF의 재원 증액은 각국이 필요성을 공감하고 있지만 분담금 부담은 합의가 쉽지 않은 대목이다.

워싱턴포스트에 따르면 미국은 IMF의 재원을 현재의 10배인 5000억 달러로 증액하고 자국 분담금을 100억 달러에서 1000억 달러로 늘리겠다고 밝혔으나 유럽 각국은 2500억 달러만 증액하자는 쪽이다.

또 각국 보호주의 문제와 관련해 한국과 중국 일본 등 수출비중이 높은 국가들은 공식적으로 문제제기를 할 계획이다. 파이낸셜타임스는 12일 “미국과 유럽의 심각한 견해차가 다음 달 열릴 G20 정상회의에서 합의를 도출하는 데 짙은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창원 기자 chang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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