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입학사정관, 인생상담까지 해주는 ‘멘터’

  • 입력 2009년 3월 13일 02시 58분


주립대 기준 평균 50~60명씩 활동

대부분 교육 경력 10~20년 베테랑

입시 가이드라인 매년 업그레이드

매사추세츠공대(MIT) 입학사정관 맷 맥건 씨는 멀리사라는 여고생으로부터 e메일을 받았다. 공학을 전공하고 싶은데 친구들이 대부분 문과를 가 불안하다는 것이다. “졸업해도 취업이 잘될지 걱정”이라고 조언을 구했다. 맥건 씨는 “MIT 공학도의 35%가 여자다. 졸업률도 남자와 똑같은 90%”라며 교내 진학상담 동아리까지 소개해주며 상세히 도와줬다. 그가 블로그에 공개한 이 사례는 미국 입학사정관(AO·Admissions Officer)들이 학생 인생상담까지 해주는 멘터임을 보여준다.



미국 입학사정관제는 1920년대에 시작해 많은 시행착오를 거쳐 정착했다. 시험점수는 낮아도 잠재력 있는 학생을 발굴하되 공정성과 투명성을 어떻게 확보하느냐가 제도의 변화 방향이었다. 무엇보다 선발업무에 대한 과감한 시간과 비용투자가 관건이었다. 주립대는 입학사정관이 평균 50∼60명 선이다. 버클리 캘리포니아대는 100명이 넘는다.

이들은 입시철마다 학교 및 가정방문, 전형 홍보, 평가작업 등에 매달린다. 현직 교수, 오랜 기간 입학업무를 담당해 온 사람, 퇴임교사들로 대부분 10∼20년 경력의 베테랑이다.

MIT는 성적, 교과 이수과목, 학점, 장래 희망과 포부가 담긴 에세이, 인성, 과외활동, 개인신상 등을 평가한다. 하버드대는 1차로 학업, 과외활동, 품성, 스포츠 등 4개 부문에 대한 서류심사를 한 뒤 지역별로 분류된 1차 합격자를 복수의 사정관이 다시 평가한다. 최종 합격자는 사정관들의 투표를 거쳐 결정된다. 버클리 캘리포니아대 입학사정관 지침서엔 “미국대학수학능력시험(SAT) 점수가 60점 이상 차가 나야 실제로 학생 간 실력 차가 난다고 볼 수 있다”고 돼 있다. 미미한 점수 차 대신 학생들의 과외활동, 봉사실적, 수상경력, 지역사회 기여도, 인생관·세계관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한다는 뜻이다.

72년 역사의 전미입학사정관협회(NACAC)는 ‘지방 학생들과 면담하는 법’ ‘학생에게 적합한 장학금 정보를 찾아주는 방법’ ‘학생 잠재력을 빠른 시간에 끌어낼 수 있는 인터뷰 기법’ 등 총 16개 분야로 나뉜 입학사정 가이드지침을 내고 온·오프라인으로 제공한다.

내용도 매년 업그레이드한다. 지난해에는 56명의 전현직 사정관 선배와 전문가들이 주별 장학금 지급방식에서부터 인종과 가정형편을 어느 정도 고려할지, 유명대냐 전문대(커뮤니티 칼리지)냐에 따라 입학사정을 어떻게 달리 해야 하는지, 전공을 둘러싸고 부모와 학생 간의 갈등을 어떻게 조정해야 할지에 이르는 세심한 지침서를 냈다.

노지현 기자 isityo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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