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포커스/진창수]日민주 집권해도 ‘제코가 석자’

  • 입력 2009년 3월 13일 02시 57분


지금 일본 정국은 총선거를 언제 실시하느냐에 관심이 집중되어 있다. 이번 선거가 일본 정국의 초미의 관심사가 된 이유는 야당인 민주당으로의 정권 교체가 일어날 가능성 때문이다. 일본 국민은 경제 위기에 여당 자민당이 잘 대처하지 못한다고 느끼면서 자민당의 무능력에 싫증을 내고 있다. 미국에서도 민주당으로 정권 교체가 되었듯이 이번을 기회로 일본도 민주당으로 정권 교체를 하면 어떨까 하는 분위기가 무르익고 있다.

이를 반영하듯 아소 다로(麻生太郞) 정권의 지지율은 10% 전후로 추락하여 자민당 내에서는 “아소 다로 총리로는 선거를 치를 수 없다”는 말이 공공연히 거론된다. 이전의 자민당이었다면 아소를 대신할 새로운 인물로 선거에 임하겠지만 마땅한 대안이 없어 자민당의 고민이 더욱 깊어지고 있다. 지금은 아소 총리가 당장 선거를 실시하면 정권을 잃어버릴 수 있는 상황이라 9월 전까지 선거보다는 정권을 연명하겠다는 의지만 보일 뿐이다. 따라서 이번 총선거가 언제 실시될지는 아소 총리 자신도 모른다는 농담이 진담처럼 일본 정가에 퍼져 있다.

현재 일본 선거에 영향을 주는 점은 무정당파층의 동향이다. 이들의 동향을 보면 쟁점에 따라 정당의 지지를 바꾸는 경향이 뚜렷하다. 예를 들어 2005년도의 중의원 선거에서는 무정당파층이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개혁에 찬성하여 자민당이 승리를 할 수 있었고 2007년도의 참의원 선거에서는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에게 비판적이었기 때문에 민주당이 승리할 수 있었다. 이번 선거에서는 여야 모두 신자유주의 개혁의 수정을 주장해 정당의 정책 대결보다는 정당의 이미지가 중요하게 됐다. 따라서 최근에 불거진 오자와 이치로(小澤一郞) 민주당 대표의 정치자금 문제는 수세에 몰렸던 여권이 반전하는 계기를 준 것은 틀림없다.

반면에 정권 교체를 눈앞에 두고 승승장구하던 민주당은 대표의 정치자금 문제로 창당 이후 최대의 위기를 맞고 있다. 지금부터 민주당이 이러한 정치적인 시련을 어떻게 극복하느냐에 따라 일본 민주당의 운명과 함께 일본 정치의 행방도 결정될 것이다. 자민당도 아소 총리를 대신할 참신한 인물을 내세울 수 있을지가 정권을 유지할 수 있는 최후의 승부처가 될 것이다.

앞으로 일본 정국의 소용돌이 속에서 자민당과 민주당 중 어느 정당이 집권해도 한일관계는 그다지 변화되지 않을 것으로 예측된다. 올해 선거를 통해 누가 집권을 하든 내년 7월 참의원 선거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 현재 참의원은 야당인 민주당이 장악했지만 내년 7월 참의원 선거 결과에 따라서는 또 한 번 정권이 기로에 설 수 있다. 따라서 올해 선거 후에 자민당과 민주당은 내년 참의원 선거를 겨냥하여 포퓰리즘 정책으로 정치의 주도권을 잡으려 할 것이 분명하다.

이런 이유로 한일관계에 긍정적인 인사가 지도부에 포진한 민주당이 집권해도 한일관계를 급진전시키기는 힘들다. 민주당도 내년 7월 참의원 선거까지가 앞으로 계속 정권을 유지할 수 있을지에 대한 시험기간이 되며 그동안 자민당은 맹공을 퍼부으면서 사활을 건 승부로 나올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민주당 정권은 국내 갈등이 예상되는 외교적인 사안(예를 들면 재일동포 참정권 문제)에서 성과를 내기보다는 국내적으로 인기가 있는 관료기구의 개혁 등에서 지지를 확대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 시기에 우리가 할 일은 한일관계의 갈등 관리에 관한 제도적인 기반을 더욱 발전시키는 작업이다. 이 점에서 한일강제합방 100년이 되는 2010년을 한일 간의 화해를 모색할 결정적인 계기로 활용하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

진창수 세종연구소 부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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