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취임초 허니문’ 끝?

  • 입력 2009년 3월 10일 02시 57분


언론들 “부시 닮아 간다” 비판… 反오바마 연합전선 조짐도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언론, 야당 간의 ‘허니문’은 끝나가고 있는가.

새 정부가 출범한 지 겨우 한 달 반밖에 지나지 않았는데도 주요 언론과 야당에서 오바마 정부를 향해 혹독한 비난을 쏟아 붓고 있다. 대통령 개인의 인기는 여전히 하늘을 찌르지만 그의 정책방향을 둘러싼 반발 기류는 ‘반(反)리버럴 연합전선’의 태동 조짐으로 보일 정도다.

▽‘오바마와 부시가 닮은꼴?’=워싱턴포스트 잭슨 디엘 논설담당 부편집인은 8일자 칼럼에서 ‘(대통령이) 대부분의 미국인들이 잊고 싶어 하는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의 7년 전과 비슷한 행로를 보인다’고 비판했다. 다음은 칼럼 요지.

‘2001년 9·11테러 직후 부시 역시 80% 이상 지지율 속에 비상사태를 지휘했다. 국민은 고통분담 의지가 충만했지만 부시는 감세로 국민지갑을 채워줌으로써 자발적 헌신을 이끌어내는 데 실패했다. 오바마 역시 “세금 인상은 없으며 곧 수표가 도착할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부시는 위기에 맞선 초당적 협력을 이끌어내는 대신 애국법 등 자신의 정책에 대한 비판자들을 “제2의 테러를 막는 데 관심이 없는 사람들”로 몰아붙였다. 오바마 역시 의회 내의 경기부양책 비판론자들을 “그들은 아무것도 하지 않기를 원한다”고 비판할 뿐 진지한 비판론을 무시하고 있다. 부시는 이라크 침공을 택함으로써 국민적 단결과 국제사회의 지지를 탕진했다. 오바마가 전면에 제기한 건강보험 개혁은 사담 후세인 제거 못잖게 논쟁적인 소재다.’

▽경제정책에 대한 의회 반발 확산=공화당 존 매케인 상원의원은 8일 “오바마 정부가 부실 은행을 망하도록 놔두는 어려운 결정을 해야 했는데 그러지 못했다”고 비판했다.

민주당 찰스 슈머 상원의원도 “소비자 대출과 임원 보수에 대한 제한이 보장되지 않으면 은행에 대한 추가 구제금융자금 지출에 합의해주지 않을 것”이라고 구제금융 집행방식을 비판했다. ▽‘리버럴 대(對) 중도-우파 연합’ 구도는 위험=1990년대 초반 빌 클린턴 대통령은 취임 초 공영 건강보험 도입, 동성애자 군 입대 허용 등의 휘발성 이슈들을 밀어붙이다 보수파를 결집시키면서 공화당 다수당 시대를 열어줘 버렸다.

최근 오바마 대통령을 지지해 온 뉴욕타임스 등의 중도 성향 언론인들 사이에서 “대통령이 경제위기에 집중해야 할 시기에 건강보험을 비롯해 전선을 지나치게 확장하고 있다” “선심성 사업들이 숱하게 포함된 초대형 적자 예산으로 미뤄볼 때 오바마는 우리가 생각했던 사람이 아닐지 모른다” 등의 비판이 나오는 것은 우려스러운 대목이다.

워싱턴=이기홍 특파원 sechep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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