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테이션]엔高 바람 타고…日 관광객 하루 1만명씩 “한국으로”

  • 입력 2009년 2월 18일 17시 28분


(박제균 앵커) 일본 하네다 공항에서 김포공항으로 가는 비행기 편은 원래 2월은 한산한 편이었지만 올해는 사정이 달라졌습니다. 한국으로 가려는 일본인 관광객이 넘쳐나기 때문에 여행사들이 미리 좌석을 입도선매해버려 표를 구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김현수 앵커) 작년 하반기부터 계속되는 엔고현상으로 인해, 한국으로 향하는 일본인 관광객이 크게 늘었기 때문인데요, 도쿄에 있는 윤종구 특파원 연결해 자세한 얘기 들어보겠습니다.

(박 앵커) 윤 특파원,(네 도¤니다) 한국을 찾는 일본인 관광객이 어느 정도로 늘었습니까?

(윤종구) 법무부 출입국관리소에 따르면 한국을 방문한 일본 관광객 수는 작년 7월까지 매월 17만 명 정도에 머물렀으나, 작년 12월엔 25만 명을 훌쩍 뛰어넘었습니다. 거의 매일 1만 명에 가까운 일본인이 한국을 찾고 있습니다. 이들 대부분은 주로 싼 값에 쇼핑을 하려는 사람들인데요, 이들은 서울에 도착하면 곧바로 명동, 남대문, 용산 전자상가, 여주 아울렛 등 쇼핑 명소를 차례로 돌면서 한 아름씩 물건을 구매합니다. 일본인들이 좋아하는 명품 핸드백을 비롯해 화장품, 의류, 전자제품 등 쇼핑의 손길은 광범위합니다.

쇼핑 가격이 실제로 얼마나 싼지 봤더니, 일본인들이 가장 좋아한다는 루이비통이나 구찌와 같은 명품 가방을 100만 원에 구입한다고 할 경우, 불과 1, 2년 전만 해도 13만 엔이 들었으나, 이제는 똑같은 물건을 반값인 6만5000엔이면 살 수 있었습니다. 비싼 물건을 싸고도 '남는 장사'를 했다는 심리적 만족감을 느낄 수 있는 셈이지요.

(김 앵커) 일본 현지의 한국 관련 여행상품도 많겠네요.

(윤) 그렇습니다. 도쿄의 한 여행사 팜플렛을 보면 3만 엔 안팎의 가격에 호텔 숙박을 포함해 3박4일간 서울 쇼핑을 즐길 수 있는 상품이 홍수처럼 넘쳐납니다. 여행 일정을 자세히 보면, 인천공항이나 김포공항에 도착하자마자 면세점으로 직행하는 일정입니다. 이틀째와 사흘째 날은 아무 스케줄 없이 하루종일 자유 일정으로 돼있습니다. 원하는 곳에 자유롭게 가서 쇼핑을 즐기라는 얘기지요. 마지막 나흘째는 호텔에서 공항으로 가는 길에 또 한 번 한국 토산품 매장을 들르는 코스로 돼있어, 결과적으로 여행기간 내내 쇼핑만 하는 여행 일정입니다. 2박3일 여행 상품은 2만 엔짜리도 나와 있습니다.

(박 앵커)그 정도면 일본 국내여행보다 싼 편 아닙니까.

(윤) 물론입니다. 예를 들어 같은 여행사를 통해, 도쿄에서 규슈 지방으로 3박4일 국내여행을 가려면 최소한 3만5000엔 이상이 들고, 홋카이도에 가려면 5만 엔이 기본입니다. 절반 가격으로 한국을 갈 수 있는 거지요. 상황이 이렇다 보니, 급하게 일본에서 한국으로 출장갈 일이 있는 사람의 경우 비행기표를 구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예년의 경우 2만 엔대 후반이면 왕복 비행기표를 쉽게 구할 수 있었지만, 최근엔 서너배는 족히 올랐습니다. 오늘 오후에 급하게 김포공항행 비행기표를 끊을 수 있는지 전화를 해봤더니, 가장 싼 여행사를 통하면 6만8000엔, 항공사에서 직접 구입하면 12만 엔이 넘습니다. 여름 바캉스 성수기나 연말 시즌 가격과 비슷합니다. 그래도 한국행 비행기는 꽉꽉 찹니다.

(김 앵커)쇼핑 말고 다른 종류의 관광목적은 또 어떤 게 있습니까.

(윤)예를 들어, 한국에 오기 전 미리 점찍어둔 미용실을 찾아가 좋아하는 한류스타의 머리 스타일을 흉내 내는가 하면, 피부 마사지나 손톱 손질, 찜질방 코스까지 등장했습니다. 또 일명 '의료 쇼핑객'도 적지 않다고 합니다. 강남 일대의 유명 성형외과 중에는 일본인 관광객의 예약이 몇 달씩 밀려있는 곳도 있을 정도입니다. 일본보다 저렴한 가격에 고급 의료서비스를 받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한국에선 비교적 간단하게 끝낼 수 있는 스케일링의 경우만 하더라도 일본의 치과에선 보통 절반씩 두 번에 걸쳐 하는데다 예약 등에 시간이 많이 걸려 불편하다고 느끼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박 앵커) 일본인 관광객을 상대로 하는 업소는 불황에도 재미를 보겠네요.

(윤) 일본인들이 주 고객인 한국의 호텔이나 매장은 극심한 불황에도 불구하고 장사가 더 잘 되는 곳이 많다고 합니다. 100엔당 750원 정도이던 시절에는 한국인이 많이 찾는 일본의 골프장이나 지방 온천이 한국인으로 넘쳐났었습니다. 불과 1, 2년이 지난 지금, 100엔당 1500원을 넘어서자 똑같은 풍경이 서울에서 재현되고 있는 것입니다. 환율의 '생활 경제학'을 체험하는 요즘 한일 간 풍경입니다. 지금까지 도쿄에서 전해드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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