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쟁조정 귀재’ 방문 맞춰 공격

  • 입력 2009년 2월 12일 02시 55분


자살폭탄테러로 부서진 차량들 11일 아프가니스탄 수도 카불에서 정부청사를 겨냥한 탈레반의 자살폭탄테러가 발생해 도로 곳곳에 부서진 차량이 즐비하다. 이날 테러로 최소 26명이 죽고 55명이 부상을 당했다. 카불=EPA 연합뉴스
자살폭탄테러로 부서진 차량들 11일 아프가니스탄 수도 카불에서 정부청사를 겨냥한 탈레반의 자살폭탄테러가 발생해 도로 곳곳에 부서진 차량이 즐비하다. 이날 테러로 최소 26명이 죽고 55명이 부상을 당했다. 카불=EPA 연합뉴스
■ 탈레반, 아프간 정부청사 동시 테러

오바마 아프간 정책 험로 예고

키르기스스탄, 자국내 美 보급기지 폐쇄

미군 아프간 추가파병 결정 앞당길 듯

미국의 아프가니스탄 특사 방문을 하루 앞둔 11일 아프간 수도 카불에서 탈레반의 테러가 발생하면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아프간 중시’ 중동정책이 출발부터 복병을 만났다.

오바마 대통령은 취임 이후 대국민 연설 등에서 아프간전쟁과 이란 핵문제 해결에 집중할 것임을 여러 차례 천명했다.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이 이라크에 치중한 것과는 달라진 것이다.

오바마 대통령이 아프간 및 파키스탄 특사에 유엔대사를 지낸 거물급 인사인 리처드 홀브룩을 임명한 것은 아프간 문제를 얼마나 중시하는지를 보여주는 상징적 인사였다. 홀브룩 특사는 빌 클린턴 행정부 시절 보스니아 내전을 중재하며 ‘분쟁 조정의 귀재’로 명성을 쌓았다.

오바마 대통령은 현재 3만4000명인 아프간 주둔 미군 병력을 2배로 늘리기로 하고 우선 3개 여단 1만∼1만2000명을 추가로 파병하는 문제를 조만간 결정한다.

우선 오바마 대통령과 주요 각료는 아프간 사태 해결을 위해 동맹 및 우방국에 협조를 여러 차례 요청했다. 로버트 게이츠 미국 국방장관은 “최대의 군사적 도전이 아프간”이라고 밝힌 바 있다.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도 최근 프랑크발터 슈타인마이어 독일 외교장관과의 면담에서 아프간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 독일 같은 최우선 동맹국의 협조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날 열린 한일 양국 외교장관 회견에서도 아프간 재건 문제가 논의된 것은 미국의 이런 분위기에서 비롯한 것이다. 19일 클린턴 장관 방한 때도 한국군의 아프간 파병 문제가 거론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 정부의 적극적 개입에도 불구하고 아프간 사태는 계속 악화되고 있다. 이날 대규모 테러에서 보듯 험로도 예상된다. 지금까지 아프간 주둔 미군 사망자는 644명에 달한다.

특히 미국으로서는 최근 키르기스스탄 정부가 미국의 아프간 최대 보급로인 마나스 공군기지를 폐쇄키로 하면서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아프간 주둔 미군을 위한 군수 및 병참에도 비상이 걸렸다. 미국은 현재 이웃나라인 러시아와 협의해 또 다른 보급로를 확보하기 위해 외교 채널을 총가동하고 있다.

오바마 정부는 아프간과 함께 이란의 핵문제를 주요 과제로 삼았다. 이란 정부는 일부 긍정적인 신호를 보내는 등 오바마 정부의 새로운 외교정책에 대한 기대감이 고조돼 왔다.

그러나 이란과 달리 실마리가 잘 잡히지 않는 아프간 문제를 미국 정부가 어떻게 풀어갈지 주목된다.

이헌진 기자 mungchii@donga.com

김창원 기자 chang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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