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 逆학력파괴 현상 확산

  • 입력 2009년 2월 10일 02시 59분


구직난에 대졸 파출부… 석사 바텐더…

구직난이 이어지면서 대졸자들이 취업 조건을 낮추는 ‘역(逆) 학력파괴 현상’이 확산되고 있다.

중소기업은 물론 전에는 거들떠보지도 않던 가사도우미나 공장 근무, 건설 현장을 마다하지 않는 사례까지 생겨나고 있는 것.

미국에서는 1월에 59만8000개의 일자리가 사라지면서 실업률이 7.6%까지 치솟은 상태다. 대졸 실업자 수는 지난 한 해 76%나 증가했다. 1992년 이후 최대 규모다.

월가(街)의 금융회사, 실리콘밸리의 정보기술(IT) 회사들이 줄줄이 대규모 감원에 나서면서 화이트칼라의 실직 문제는 악화되는 추세다. 경영대학원(MBA) 졸업생이라고 사정은 다르지 않다. 미 경영대학원입학위원회(GMAC) 조사에 따르면 올해 주요 기업들의 25%는 MBA 출신을 신규 채용할 계획이 없다.

중국은 올해 610만 명의 석사, 박사 학위 소지자가 일자리 시장에 쏟아져 나올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 석사, 박사 학위를 받고도 아직 취업하지 못한 사람이 이미 전체의 27%에 이르는 점을 감안하면 이들 간의 경쟁은 더 심해질 수밖에 없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무조건 일단 일자리를 구하고 보겠다는 사람도 크게 늘어났다. 크리스천사이언스모니터 최근 보도에 따르면 중국 광둥 성 지역에서 보모 일자리를 구하는 광고에 대학 졸업 예정자들이 대거 몰렸다. 월평균 5000위안(약 100만 원)을 받던 아이비리그 출신도 월급이 1700위안까지 떨어졌다.

체코나 불가리아 등 동유럽에서도 대졸자들이 레스토랑 직원이나 바텐더로 일하는 사례가 흔하다. 폴란드인 마가레트 클리맥(34·여) 씨는 “대학원을 졸업한 친구들이 영국이나 독일 같은 나라의 술집에서 바텐더로 일한다”고 말했다.

이정은 기자 light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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