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9·11?” 가슴 철렁했던 장면이…

  • 동아일보
  • 입력 2009년 1월 17일 02시 58분



“또 9·11?” 가슴 철렁했던 장면이 승객 150명 살린 ‘영웅 드라마’로

새떼 충돌 후 엔진 꺼져… 기장 침착대응 허드슨강 불시착


15일 오후 3시 30분경(현지 시간) 미국 뉴욕.

맨해튼 고층빌딩 숲 바로 위로 여객기 한 대가 굉음을 내며 낮게 날고 있었다. 비행기는 고층빌딩을 피해 맨해튼 서쪽 허드슨 강물 위로 ‘착륙’했다. 이 광경을 지켜보던 뉴욕 시민들은 두 대의 비행기가 세계무역센터 빌딩에 충돌했던 2001년 9·11테러의 악몽을 떠올렸다.

사고 비행기는 이날 오후 3시 25분경 승객 150명과 승무원 5명을 태우고 뉴욕 라가디아 공항을 이륙해 노스캐롤라이나 샬럿을 향하던 US항공 1549편 여객기였다.

여객기는 이륙 직후 새 떼와 맞닥뜨려 엔진 속으로 새들이 빨려 들어가면서 양쪽 엔진이 모두 꺼지는 최악의 위기상황을 맞았다.

1600피트(약 487m) 상공에 떠있던 이 여객기의 조종사 체슬리 슐렌버거 3세(57)는 3시 28분경 공항 관제탑에 숨 가쁜 목소리로 사고사실을 알렸다.

관제탑은 근처에 있던 테터보로 공항에 착륙할 것을 지시했다. 하지만 시간이 부족했다. 엔진이 꺼진 비행기는 빠른 속도로 고도가 낮아졌다.

미 공군 전투기 조종사 출신인 슐렌버거 씨는 눈앞에 보이는 허드슨 강에 비상착륙하기로 결정했다. 그는 착륙에 앞서 “충격에 대비하라”고 기내방송을 했다. 승객들은 모두 머리를 숙였다.

수면 비상착륙은 비행기 날개가 꺾이면서 대형 사고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슐렌버거 씨는 영화의 한 장면처럼 비상착륙에 성공했다. 목격자들은 비행기가 마치 아스팔트 위에 착륙하는 것처럼 강물에 착륙했다고 전했다.

착륙 직후 비행기 안으로 물이 차오르기 시작했다. 승객들은 승무원들의 안내를 받으며 구명조끼를 입고 비상구로 빠져나왔다. 남자 승객들은 어린이와 여자 승객을 먼저 내보냈다.

승객들은 영하 7.7도의 추위 속에서 물속이나 비행기 날개 위에서 구조를 기다렸다.

운도 따랐다. 허드슨 강을 오가는 맨해튼 통근용 페리 3척이 사고를 목격하고 동시에 구조에 나섰다. 관제탑을 통해 연락받은 뉴욕 시 구조대와 경찰 해안경비대도 현장에 출동했다.

155명의 승객과 승무원은 모두 무사히 구조됐다. 일부 승객은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고 있다.

CNN 등 미국 방송은 사고 소식을 긴급뉴스로 시시각각 보도했다. 미국 언론은 조종사의 판단력, 공포 속에서도 질서를 유지했던 승객들, 사고 현장 인근에 있다가 구조를 도운 통근용 페리, 경찰과 해안경비대의 신속한 구조시스템이 만들어낸 ‘기적의 드라마’라고 평했다.

마이클 블룸버그 뉴욕 시장과 데이비드 패터슨 뉴욕 주지사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조종사를 ‘영웅’이라고 치켜세웠다.









뉴욕=신치영 특파원 higgle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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