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환경’ 세계 도시들]<중>도쿄

  • 입력 2009년 1월 9일 02시 58분


외국 언론으로는 처음 동아일보에 공개한 도쿄 지하 50m의 와다야요이 간선 내부. 높이 8.5m, 길이 2.2km에 이르는 이 거대한 터널은 12만 t의 빗물을 저장할 수 있어 도쿄의 침수 피해를 방지하고 있다. 도쿄=임소형 동아사이언스 기자
외국 언론으로는 처음 동아일보에 공개한 도쿄 지하 50m의 와다야요이 간선 내부. 높이 8.5m, 길이 2.2km에 이르는 이 거대한 터널은 12만 t의 빗물을 저장할 수 있어 도쿄의 침수 피해를 방지하고 있다. 도쿄=임소형 동아사이언스 기자
《똑, 똑, 똑….

물방울 떨어지는 소리가 청아하게 울린다.

땅 속 50m. 지하 13층 깊이다.

손전등을 비추자 눈앞은 거대한 터널 입구. 높이가 8.5m에 달한다.

이 터널은 도쿄도청 하수도국이 만든 와다야요이(和田彌生) 간선.

기후변화에 대비하는 도쿄의 전략사업이다.

지난달 도쿄도청은 외국 언론으로는 처음 동아일보에 와다야요이 간선 내부를 공개했다.》

땅속 50m 지하13층 깊이에 높이 8.5m로 뚫어

빗물 12만t 저장가능… 집중호우 침수피해 예방

○ 태풍과 집중호우로 잦은 침수 피해

와다야요이 간선은 도쿄 도심에서도 인구밀도가 특히 높은 스기나미(杉竝) 구와 나카노(中野) 구를 가로질러 2.2km 뻗어 있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이곳은 태풍이나 게릴라성 집중호우가 많아 여름철 침수 피해로 골머리를 앓았다.

“1990년대 들어 본격적인 도시화로 건물이 많이 들어서면서 비가 땅으로 스며들지 못하고 대부분 하수로도 흘러들게 됐죠. 폭우 때마다 하수도가 빗물의 양을 감당하지 못해 넘치면서 침수 피해가 생겼습니다.”

도쿄도청 하수도국 오가타 다카쓰구 과장의 설명이다. 도시화 전에는 빗물이 50% 가까이 땅에 스며들었지만 지금은 20%에도 못 미친다는 게 도쿄대 도시공학과 후루마이 히로야키 교수팀의 분석이다.

설상가상으로 최근 짧은 시간 동안 좁은 지역에 갑자기 폭우가 쏟아지는 일이 전보다 잦아졌다. 서쪽에 산이 많고 동쪽으로 갈수록 낮아지는 도쿄의 지형적 특성도 침수 피해를 키우는 원인이다. 산에서 내려오는 빗물이 인구가 많은 평지 쪽으로 빨리 모이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이미 만들어 놓은 하수관을 무작정 뜯어내 처리용량을 늘릴 수도 없는 노릇. 이에 도쿄도청은 기존 하수관 아래에 대규모 우수저류관을 만들기로 했다.

○ 비 많이 오면 하수관-우수저류관 연결

도쿄 최대 규모 우수저류관인 와다야요이 간선은 약 10년간의 공사 끝에 2006년 완성됐다. 보통 도쿄 하수관의 지름은 80cm 안팎. 와다야요이 간선은 하수관 지름의 10배가 넘는다.

도쿄도청 하수도국 사카마키 가즈오 계장은 “완공 직전인 2005년 시간당 94mm의 폭우에도 침수 건물은 477동으로 크게 줄었으며, 완공된 뒤에는 침수 피해가 발생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1993년 이 지역에선 시간당 47mm의 비로 건물이 1135동이나 침수됐다.

와다야요이 간선의 빗물 수용 용량은 12만 t. 사카마키 계장은 “지금까지 절반가량 찬 게 최다 기록”이라고 덧붙였다.

강우량이 시간당 20mm보다 적으면 빗물은 보통 도시에서처럼 하수관으로 흘러들어가 건물에서 나오는 오수와 합쳐져 하수처리장으로 간다. 비가 더 많이 내리기 시작하면 하수관과 와다야요이 간선을 연결하는 문이 열린다. 빗물이 하수처리장 대신 와다야요이 간선으로 흘러 들어가는 것이다.

빗물이 지하 50m로 곧바로 떨어지면 엄청난 소음이 생길 터. 수압 때문에 시설이 손상될 수도 있다. 도쿄도청은 하수관과 와다야요이 간선 사이에 회오리 모양으로 물길을 낸 거대한 수직 통로를 만들었다. 빗물을 회전시켜 내려 보내 충격을 줄이기 위해서다. 비가 그치면 와다야요이 간선에 저류된 물을 펌프로 퍼내 근처의 하수처리장으로 보낸다.

도쿄도청은 이 같은 우수저류관을 도쿄 전체로 확장할 계획이다. 현재 계획의 59%가 진행됐으며, 남은 부분 건설에 약 40년 동안 총 200억 엔(약 2760억 원)이 들 것으로 도청 측은 예상하고 있다.

○ 두더지 모방한 기술 덕분

도심 한복판 지하에 안전하게 거대한 관을 만들 수 있는 건 ‘실드공법’이라는 기술이 발달한 덕분이다. 원통 모양 기계에 달린 수십 개의 칼날이 회전하면서 흙을 파내 땅 위로 올린 다음 앞으로 진행하고, 그 뒤에서 철근콘크리트 같은 재료를 계속 쌓아가는 방식이다.

도쿄대 후루마이 교수는 “두더지가 앞발로 굴을 파고 뒷발로 흙을 내놓는 것과 비슷한 이치”라며 “일본처럼 지름이 10m에 가까운 큰 터널을 뚫을 수 있는 나라는 그리 많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도쿄=임소형 동아사이언스 기자 sohyung@donga.com

공동기획:한국언론재단 서울시정개발연구원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