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루치 美조지타운대 대학원장 인터뷰

  • 입력 2009년 1월 3일 02시 57분


“오바마 대북정책 목표 부시와 같아

‘북핵제거-확산차단’ 매우 강경할 것”

《“버락 오바마 행정부는 국제 사회에 ‘미국은 좋은 파트너가 되기를 원하며, 현안들을 함께 풀어가고 싶다’는 뜻을 전하려고 할 것이다.” 빌 클린턴 행정부에서 북-미 제네바 협상대표를 지낸 로버트 갈루치 미국 조지타운대 외교대학원장은 지난주 동아일보와 인터뷰를 갖고 오바마 정부 출범이 미국 외교와 세계질서에 미칠 영향을 전망했다.》

―오바마 시대 미국 외교의 주된 이슈, 가장 큰 도전을 꼽는다면….

“최우선 과제는 경제위기 극복을 위한 세계적 협력이다. 어떤 주제도 그보다 앞설 수 없다. 두 번째로는 이라크에서의 철군, 그리고 아프가니스탄에 대한 전력 증강 문제가 중시될 것이며 파키스탄 문제 역시 중요하다.”

―외교정책에 있어 오바마 행정부와 1990년대 빌 클린턴 행정부와의 차이는 뭔가.

“사실 오바마 사람들을 보면 클린턴 사람이 많다. 정책도 클린턴 때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클린턴의 외교정책도 사실 조지 부시(현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아버지) 행정부 때의 외교정책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진짜 변화가 있었던 때는 2001년 조지 W 부시 행정부가 들어서면서부터였다.”

북한문제, 외교성과 가장 힘든 과제

―부시 행정부의 외교정책도 2기 중반 이후엔 달라졌다. 오바마 행정부의 북핵 정책에서도 부시 2기 정책의 연속성을 예상하는 사람이 많다.

“부시 행정부의 대북정책은 2006년 12월에 달라졌다.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차관보로 하여금 북한과 직접 대화하도록 해 2007년 2·13합의를 이끌어 낸 시점이다. 만약 ‘그 후 2년 동안’과 비교한다면 앞으로도 근본적인 차이는 없을 것으로 본다. 목표가 같다. 미국 행정부는 부시든, 오바마든 목표가 같다는 점을 북한은 알아야 한다. 플루토늄 및 우라늄농축 프로그램 제거, 시리아 등으로의 핵 확산 활동 중단, 핵 투명성 확보가 그것이다. 오바마 행정부는 그런 점에서 매우 강경할 것이다.”

갈루치 대학원장은 또 “오바마 행정부는 6자회담 틀을 좀 더 제도화하고 베이징 도쿄 서울 워싱턴 4자 간의 연계가 강화되기를 바라고 있다”며 “미일, 한미 동맹을 바탕으로 의미 있는 지역 안보구조를 차근차근 구축하기를 희망할 것이며 이는 부시 행정부와 다른 점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오바마 당선인은 지난달 하드파워와 소프트파워를 긴밀히 결합한 통합 파워(integrated power)를 강조했다.

“그는 미국과 동맹국의 이익을 지키기 위해 무력사용이 필요한 상황에서도 이를 배제할 것이라는 인상을 주고 싶어 하지 않는 것 같다. 그게 하드파워 대목이다. 그러나 전반적으로는 진정한 의미의 협상, 외교, 경제관계 구축, 상호 투자 등을 통해 진전을 이루려고 할 것이다.”

갈루치 대학원장은 “하지만 북한 문제는 오바마 행정부가 그 같은 접근 방법을 통해 성과를 거두기에 가장 어려운 사례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오바마 행정부 출범이 전 세계의 반미감정에는 어떤 영향을 미칠까.

“많은 사람이 흑인이 당선되는 걸 보면서 새로운 세상이 열린다고 생각했으며 그의 수사(修辭)를 들었다. 그는 대단한 연설가다. 사람들은 그에게 허니문 기간을 줄 것이다. 하지만 이후에는 확신을 심어줄 수 있는 행동을 보여줘야 할 것이다.”

―한미 양국 지도자가 앞으로 특히 조심해야 할 점이 있다면….

“양국 대통령은 북핵 문제든, 쇠고기든, 자동차든 어떤 이슈에 접근할 때 한미동맹은 그런 개별적인 이슈와 관계없이 독립적인 가치를 갖는다는 인식을 기본으로 깔고 있어야 한다. 양국 동맹은 극단의 안보위기 상황뿐만 아니라 매일매일의 일하는 관계에서 매우 중요하다.”

韓美, 통상 이익 위해 동맹훼손 안돼

―한미 간에 통상 문제를 둘러싼 긴장이 더 심해질 것이란 우려가 많다.

“그렇다. 더 많은 긴장이 있을 것이다. 쉬운 문제가 아니다. 자유무역협정(FTA)처럼 어려운 이슈를 다룰 때 양국 모두 통상 문제에서 이익을 추구하느라 동맹을 훼손시켜서는 안 된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갈루치 대학원장은 이 대목에서 “한미 동맹을 ‘당연한 것’으로 여기지 말고 함께 키워가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워싱턴=이기홍 특파원 sechepa@donga.com

하태원 특파원 triplets@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