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미디어 그룹을 가다]<2>‘월트디즈니’

  • 입력 2009년 1월 2일 03시 00분


게임도… 모바일도… 어떤 매체든 미키는 나타난다

‘미키마우스’ ‘도널드 덕’ 등 반세기 넘게 어린이들의 사랑을 받아온 ‘월트디즈니’의 또 다른 모습은 세계 정상의 미디어 그룹이라는 점이다. 월트디즈니는 애니메이션 등에서 쌓은 콘텐츠를 토대로 케이블과 지상파 영역에 진출해 현재 글로벌 미디어 기업으로 성장했다. 여기에 인터넷, 휴대전화, 애플 아이팟 등 뉴미디어 분야에도 어떤 기업보다 앞서 뛰어들어 성공적으로 자리를 잡았다.

월트디즈니 컴퍼니는 2007 회계연도에 5년 연속 두 자릿수의 주당 순익과 38억 달러의 운영 자금 흐름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전 세계에서 약 13만7000명의 직원이 근무하고 있다.

○ 새로운 플랫폼에 눈뜨다

“시청자는 이미 콘텐츠 지배력을 갖게 됐다. 디즈니도 언제, 어디서나, 어떤 방법으로든 시청자가 우리 콘텐츠를 볼 수 있도록 휴대전화, 온라인, 멀티미디어 기기 등 다양한 플랫폼으로 영역을 넓혀갈 수밖에 없다”

앤 스위니 디즈니 미디어 네트웍스 공동회장이 2006년 프랑스 칸에서 열린 국제방송영상 견본시장인 ‘밉컴(MIPCOM) 2006’에서 행한 기조연설이다. 스위니 공동회장은 디즈니-ABC그룹 사장도 겸임하고 있으며 2007년 할리우드 리포트가 선정하는 ‘엔터테인먼트 산업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여성’ 1위를 차지했다.

디즈니는 거대 미디어 그룹 중 가장 빠르게 뉴미디어 환경으로 전환을 도모했다. 대표적인 사례가 2006년 애플 아이튠스와 손을 잡은 일이다.

디즈니는 뉴스 코퍼레이션이나 타임워너 등 거대 미디어 그룹들이 아이튠스나 유튜브 등 새로운 플랫폼에 부정적인 시각을 보이던 시절에도 아이튠스를 이용해 ABC 드라마 ‘위기의 주부들’을 비롯해 자사가 보유한 드라마와 영화들을 서비스하기로 결정했다.

이 서비스는 첫 주에 12만5000번의 영화 다운로드를 기록하며 100만 달러의 매출을 올렸고 매년 5000만 달러(약 651억 원)의 매출을 기록했으며 지금까지 400만 번의 다운로드를 기록했다. 이 같은 기록적인 매출은 다른 미디어 그룹을 자극했고, 애플사는 2008년 5월 “월트디즈니 외에 파라마운트, 워너브러더스 등의 영화들을 14.99달러에 다운로드할 수 있는 서비스를 개시한다”고 발표했다.

○ 오프라인에서 온라인까지 어린이 제국 건설

모바일 사업과 함께 디즈니가 주력하는 부분이 어린이를 대상으로 한 온라인 사업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클럽 펭귄(club penguin)’이다. ‘클럽 펭귄’은 유저가 자신의 펭귄을 만들어 옷을 입히거나 여러 곳을 여행하며 다른 유저들의 펭귄과 교제도 할 수 있는 온라인 게임이다. 디즈니가 2007년 8월 7억 달러(약 9121억 원)에 인수한 ‘클럽 펭귄’은 월 5.95달러의 이용료를 내는 유료고객을 70만 명 확보해 연간 약 5000만 달러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디즈니가 운영하는 또 다른 온라인 가상공간 ‘웹킨즈’는 2007년 구글이 선정한 올해의 인기 검색어 2위에 올랐다. 2007년 11월 방문자가 600만 명에 이르며 전년도 같은 달에 비해 342% 성장했다. 디즈니는 ‘팅커벨’ 등 자사가 확보하고 있는 10여 개 캐릭터를 내세운 온라인 가상공간을 10여 개 개발할 예정이다.

디즈니는 특히 키즈 시장이 갖는 잠재적 가치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조은기 성공회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키즈 포털 등은 기업 규모가 355억 달러에 달하는 디즈니로서는 매출 확대보다 홍보와 고객 서비스의 포트폴리오를 확장하기 위한 것”이라며 “미디어 업체가 콘텐츠를 활용해 롤플레잉게임과 소셜 네트워킹 기능이 결합된 어린이용 가상공간 사이트를 운영할 경우 영화와 만화 등 콘텐츠에 대한 차세대 소비자의 충성도를 높이는 이점이 있다”고 말했다. 디즈니는 앞으로 4∼5년 내 게임 사업 규모를 2배로 확장할 계획이며 게임 개발사를 추가 인수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디즈니는 최근 게임 시장 공략의 속도를 높이고 있다. 디즈니그룹의 밥 아이거 회장은 오래전에 “게임 사업에 본격 진출하겠다”고 공언했으며 ‘부에나비스타 게임스’와 ‘디즈니 인터랙티브’로 나뉘었던 게임사업 부문을 ‘디즈니 인터랙티브 스튜디오’로 통합했다.

○ 수익의 가장 큰 부분은 ESPN

디즈니는 또 스포츠채널 ESPN을 통해 게임 하이라이트, 스코어 등과 같은 스포츠 콘텐츠를 ‘ESPN 모바일’로 제공하고 있다. 모바일 서비스는 2006년 시작한 이래 매년 125%의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디즈니의 피터 머피 전략계획책임자는 “ESPN 모바일은 휴대전화에 디즈니의 장점과 콘텐츠를 결합하면 사업성이 충분히 있다는 점을 보여준 모델”이라고 말했다.

디즈니는 지난해 7월 “상반기 순이익이 12억8000달러를 기록하며 지난해 동기의 11억8000만 달러에 비해 9% 늘었다”고 발표하며 “순익의 증가는 케이블TV 채널인 ESPN의 수익과 환율 영향에 따라 늘어난 해외 테마파크 수입 덕분”이라고 밝혔다. 현재 디즈니 수익의 가장 큰 부분은 ESPN에서 벌어들이고 있다.



유성운 기자 polaris@donga.com

■ 디즈니의 한국 진출

통신3사 - 포털 제휴

싸이 아바타도 제공

디즈니는 정보기술(IT) 강국인 한국에서 다른 미디어 그룹과 차별화된 행보를 보였다.

인터넷과 이동통신 분야에서 신규 사업을 개발하기 위해 2001년 디즈니코리아를 설립했고 2002년 이동통신 사업에 본격 뛰어들었다. 디즈니는 통신 3사인 SK텔레콤, KTF, LG텔레콤을 통해 디즈니영화 예고편 다운로드, 전자만화, WAP 게임과 ‘캐리비안의 해적: 세상의 끝에서’와 같은 가벼운 모바일 게임 등 다양한 콘텐츠를 제공하고 있다.

디즈니브랜드 아바타와 홈페이지 스킨아이템이 현재 세이클럽(sayclub.com)과 싸이월드(cyworld.com)를 포함한 주요 커뮤니티 플랫폼에서 제공되고 있다.

2008년 3월 ‘월트디즈니 스튜디오 홈 엔터테인먼트’는 포털사이트 다음과 디지털 콘텐츠 다운로드 서비스에 대한 제휴를 체결해 디즈니의 영화 등을 내려받을 수 있게 했다.

최근에는 국내 대표적 온라인 게임업체인 넥슨과의 제휴도 타진하면서 게임 사업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넥슨의 모회사인 넥슨홀딩스의 김정주 대표는 “월트디즈니 등에서 넥슨에 꾸준히 관심을 보여 왔다”며 “간접투자를 비롯해 다양한 형태로 제안이 들어올 경우 긍정적으로 검토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방송 분야에선 케이블과 위성방송으로 MBC와 합작한 MBC-ESPN을 비롯해 디즈니채널 등을 내보내고 있다.

유성운 기자 polari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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