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종의 벽 허물고 ‘변화의 신대륙’ 문 열다

  • 동아일보
  • 입력 2008년 11월 6일 02시 58분



오바마, 美건국 232년만에 첫 흑인 대통령 당선

5가지 키워드로 본 오바마 당선의 의미

[1] 흑백차별 뛰어넘고 47세 흑인을 대통령으로

[2] 국민통합 시대 개막 이념 떠나 미국을 하나로

[3] 달라지는 슈퍼파워 美독주서 세계 협력으로

[4] 풀뿌리 선거의 승리 소수계 - 젊은층 대거 동참

[5] X세대 영향력 입증 인터넷 - 유튜브를 무기로


“민주주의의 힘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이 있다면, 미국 건국 당시의 꿈이 우리 시대에도 여전히 살아 있느냐고 묻는 사람이 있다면 오늘 밤이 바로 그 대답입니다.”

4일 실시된 미국 대통령선거에서 존 매케인 공화당 후보에게 압승을 거두고 제44대 대통령에 당선된 버락 오바마 민주당 상원의원의 첫마디는 ‘민주주의의 위대함’에 대한 헌사였다.

10개월간의 대장정 끝에 이날 막을 내린 2008년 대선 경주에서 미국인들은 47세의 흑인 초선 상원의원에게 압도적 지지를 보냄으로써 ‘민주주의 본산 미국’을 거듭나게 하는 기적 같은 선거 혁명을 이뤄 냈다.

그것은 미국 근현대사의 밑바닥에 암덩어리처럼 똬리를 틀어 온 인종의 장벽을 허무는 혁명이었다.

그것은 또 냉전 종식 이후 경쟁자 없는 슈퍼파워 지위에 도취해 일방주의로 치달았던 조지 W 부시 행정부 8년에 대한 도도한 심판이었다. 미국의 독주에서 국제공조 시대로의 전환을 알리는 신호음이기도 했다.

오바마 당선인은 5일 0시(미국 동부 시간) 시카고 그랜트파크에 모인 수십만 명의 지지자에게 “남녀노소, 부자와 빈자, 민주당원과 공화당원, 흑인 백인 라틴계 아시아계, 그 모두가 한목소리로 세계에 ‘우리는 갈가리 찢긴 나라가 아닌 미합중국’이라는 메시지를 보냈다”고 강조했다.

그의 말처럼 이날 유권자들은 워싱턴 인사이더들에게 당파성과 이념 대립의 정치를 종식하고 통합의 시대를 열라는 준엄한 명령을 내렸다.

특히 이날 울려 퍼진 변화의 메시지는 평범한 시민들이 인터넷을 비롯한 21세기 신기술을 무기 삼아 엮어낸 풀뿌리 운동의 산물이란 점에서 더 의미가 깊다. 전쟁 세대와 베이비붐 세대에서 당파주의를 넘어선(post-partisan) 젊은 X세대로의 세대교체도 두드러졌다.

오바마 당선인도 “링컨의 게티즈버그 연설 이후 200년이 지난 지금에도 ‘국민의, 국민에 의한, 국민을 위한 정부’가 지구에서 사라지지 않고 있음을 증명했다”고 강조했다.

오바마 당선인은 전체 50개 주 가운데 47개 주의 선거인단 집계 결과 버지니아, 오하이오, 캘리포니아 등 26개 주에서 338명을 확보해 21개 주에서 163명을 확보하는 데 그친 매케인 후보를 더블스코어 이상으로 따돌렸다. 득표율로도 52% 대 46%의 압승이었다. 러닝메이트인 조지프 바이든(66) 상원의원은 부통령에 당선됐다.

매케인 후보는 피닉스에서 열린 지지자 모임에서 “오랜 여정을 끝내야 할 때가 됐다. 그에게 박수를 보낸다”며 대선 패배를 인정했다.



민주당 상-하원 의석 과반 넘어

민주당은 이날 실시된 의회 선거에서도 상원과 하원에서 각각 7석과 17석을 추가해 과반을 훌쩍 넘겼다. 이로써 민주당은 8년 만의 정권교체와 함께 백악관과 의회를 모두 장악하는 막강한 권력을 쥐게 됐다.

워싱턴=이기홍 특파원 sechepa@donga.com

시카고=하태원 특파원 triplets@donga.com

김영식 기자 spea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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