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생상품에서 부동산까지’ 美 금융고삐 바짝 죈다

  • 입력 2008년 10월 7일 02시 56분


■ 의회 ‘종합검진’ 착수

‘규제 사각지대’ 헤지펀드-신용평가사 등 점검

금융위 의장 “규제강화 입법작업 내년 본격화”

미국에서 대공황 이후 최대 규모인 7000억 달러의 공적자금이 투입되는 구제금융법안이 시행에 들어가면서 금융감독과 규제를 재편하기 위한 의회의 움직임이 본격화되고 있다.

미 의회는 금융회사의 방만한 경영과 부적절한 감독 시스템으로 납세자가 큰 부담을 지게 된 만큼 금융감독과 규제 강화는 불가피한 수순으로 보고 있다.

의회는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와 증권거래위원회(SEC) 등의 엄격한 규제를 받고 있는 은행과 보험산업에 대한 감독 효율성을 높이는 한편 그동안 금융감독의 ‘사각지대’였던 파생상품과 헤지펀드에서부터 신용평가기관, 부동산 관련 규제 등 금융산업에 대한 감독체계를 총체적으로 점검한다는 방침이다.

의회는 금융감독 체계 전면 개편을 앞두고 이번 주부터 다양한 청문회를 계획하고 있다고 AP통신이 5일 전했다.

우선 헨리 왁스먼 민주당 의원이 의장을 맡고 있는 하원 금융감독 정부개혁위원회는 이번 주에 두 차례의 청문회를 열어 리먼브러더스 파산의 원인, AIG에 대한 850억 달러의 구제금융 지원 과정을 들여다볼 예정이다.

이 위원회는 이달 중 세 차례의 청문회를 더 열어 금융위기가 심화되는 과정에서 헤지펀드와 신용평가기관이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금융감독기관은 어떤 역할을 했는지 등도 점검할 계획이다. 마지막 청문회에는 앨런 그린스펀 전 FRB 의장도 출석해 증언할 예정이다.

그동안 헤지펀드들은 투자은행 등이 발행하는 모기지담보부증권(MBS) 등 모기지 채권을 무분별하게 대량으로 사들여 모기지 채권의 거품을 키웠다는 지적을 받아 왔다. 또 무디스 등 신용평가기관들은 복잡한 모기지 관련 채권의 위험 정도를 제대로 평가하지 않고 최고 채권등급을 부여했다는 논란이 증폭됐다.

또 상품시장과 선물거래에 대한 감독권한을 가진 하원 농업위원회는 이달 중 신용부도스와프(CDS)에 대한 청문회를 개최할 계획이다. 채권의 부도 위험에 대비하기 위한 보험상품 성격의 파생상품인 CDS 부실은 미 정부가 AIG에 대한 구제금융을 제공하도록 한 주요한 원인 중 하나였다.

미 하원 금융서비스위원회 의장인 바니 프랭크 민주당 의원은 최근 “내년에 미 의회는 부동산 정책과 금융 관련 규제를 손질하기 위한 입법 작업을 본격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효율적인 금융감독 시스템 문제는 13일 워싱턴에서 열리는 국제통화기금(IMF) 연차총회에서도 도마에 오를 가능성이 높다고 5일 월스트리트저널 인터넷판이 보도했다.

뉴욕=신치영 특파원 higgledy@donga.com

▼“‘주식회사 미국’의 종말 공공기능 회복이 대안”

후쿠야마 교수 “감세-탈규제 레이거니즘 버려야”▼

네오콘(신보수주의)의 이론가였던 프랜시스 후쿠야마(사진) 미국 존스홉킨스대 교수가 금융위기를 겪고 있는 미국식 자본주의와 민주주의의 문제점을 신랄하게 비판했다.

후쿠야마 교수는 미 시사주간지 뉴스위크 최신호에 게재한 ‘미국 주식회사의 종말’이라는 제목의 기고문에서 월가 금융회사와 함께 자본주의의 비전이 무너졌다고 지적한 뒤 미국 브랜드의 신뢰회복을 강조했다.

‘역사의 종언’이란 책으로 유명한 그는 월가의 붕괴를 ‘레이건 시대의 종언’으로 평가했다.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이 주창한 감세와 탈규제가 상징하는 레이거니즘은 네오콘의 기반이기도 했다. 레이거니즘은 1930년대 프랭클린 루스벨트 대통령의 뉴딜 정책 이후 전 세계 정부들의 힘이 거대화되던 시점엔 효과적이었다는 게 그의 평가.

그러나 이런 감세정책은 결국 미국에선 대규모 재정적자로 이어졌다. 게다가 금융제재 없이 방만해진 금융회사들이 붕괴하면서 주주뿐 아니라 아무런 상관없는 일반인까지 피해가 확산되는 상황이 벌어졌다.

미국 브랜드의 핵심인 민주주의 확산도 조지 W 부시 대통령에 의해 이라크전쟁 정당화 논리에 이용됐다. 미국은 테러와의 전쟁을 명목으로 독재자들을 후원하면서도 막상 선거를 통해 권력을 획득한 하마스나 헤즈볼라 등의 그룹과는 대화를 회피하면서 미국식 민주주의도 상처를 입었다.

후쿠야마 교수는 “다른 모든 변혁운동처럼 레이거니즘도 시간이 지날수록 과도했던 복지국가적 이상을 바로잡는 실용주의적 특색을 잃고 점차 교조화로 빠졌다”며 “적정 수준의 정부 규제 강화와 공공기능 정상화 등 새로운 비전을 창출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영식 기자 spear@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