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잡지 줄줄이 휴간 “아! 옛날이여”

  • 입력 2008년 9월 17일 02시 55분


인터넷에 독자-광고 잠식당해

새 비즈니스 모델 ‘발등의 불’

일본에서 월간지를 비롯한 잡지 휴간이 이어지면서 ‘잡지 버블(거품)시대의 종언’이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생겨나고 없어지는 것이 일상사가 된 잡지계지만, 최근의 현상은 특이하다. 창간한 지 91년 된 ‘주부의 벗’이나 42년 된 ‘월간 겐다이(現代)’ 등 전성기에 대형출판사를 대표했던 간판 매체가 잇따라 사실상의 폐간이나 다름없는 휴간에 나선 것.

연말에 휴간하는 월간 겐다이는 대형출판사인 고단(講談)사가 선정하는 ‘논픽션상’을 발표하는 간판매체다. 그러나 10년간 적자가 이어지면서 휴간을 결정해 애독자들을 안타깝게 했다. 발행부수는 1969년 36만 부에서 약 8만 부로 줄었다.

다카하시 아키오(高橋明男) 월간 겐다이 편집장은 “세상의 흐름이 빨라지면서 월간지 페이스가 맞지 않게 됐다”고 말한다.

1972년 슈에이(集英)사가 창간한 월간영화지 ‘로드쇼’도 사정은 마찬가지. 과거 영화 스타의 정보를 얻기 위해 ‘로드쇼’를 구독하던 영화광들이 무가지나 인터넷을 통해 무료로 정보를 접하면서 1980년대 약 35만 부였던 부수가 5만 부대로 줄었다.

잡지가 어려움에 처한 원인으로는 판매부수 저하와 광고수입 급감이 꼽힌다. 배후에는 인터넷이 있다. 독자들은 새로운 정보를 인터넷으로 입수하고 기업들은 선전비를 인터넷 광고로 돌리면서 독자와 광고 양면에서 타격을 받고 있는 것.

일본 출판과학연구소에 따르면 일본의 잡지매출은 1997년 1조5644억 엔으로 정점을 찍은 뒤 2007년에는 1조1827억 엔으로 10년 연속 줄었다. 2007년 휴간 또는 폐간한 잡지는 전년보다 30% 늘어난 218종으로 역대 가장 많았다.

광고회사인 덴쓰(電通)에 따르면 2006년에 인터넷 광고비가 잡지를 역전해 지난해에는 인터넷이 6003억 엔으로 4585억 엔인 잡지를 30% 이상 압도했다.

아사히신문은 이런 현상에 대해 “잡지와 서적을 모두 발간하는 일본식 ‘종합출판사’라는 비즈니스 모델이 한계를 맞은 것”이라고 지적했다.

도쿄=서영아 특파원 sy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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