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산업계 미국발 금융위기 대응 부심

  • 입력 2008년 9월 17일 02시 55분


당장 큰 타격 없겠지만…

장기적으로 수출 타격 자금조달 어려움 우려

“금융불안 바닥탈출 신호” 일부선 긍정 진단도

국내 주요 기업들은 미국 4위 투자은행인 리먼브러더스의 파산보호 신청 등 미국발 금융위기와 관련해 “직접적인 타격은 없을 것”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그러나 이번 사태가 장기적으로 미국의 소비 위축으로 이어져 한국 제품의 대미(對美) 수출 시장이 축소되거나 글로벌 금융시장의 경색으로 자금 조달에 차질이 빚어질 가능성에 대해서는 우려하며 대응방안 마련에 분주한 모습이었다.

미국발 금융위기 여파로 16일 달러당 원화 환율이 전 거래일인 12일보다 50.9원 폭등하자 원유의 대부분을 수입에 의존하는 정유회사들은 부담스러워하는 표정이 역력했다. 환율이 상승하면 원유 도입단가가 오르는 데다 공장 운영비용이 늘어 실적 악화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SK에너지의 한 임원은 “원유를 구매한 뒤 3개월 뒤 결제하기 때문에 현재의 환율 급등세가 일시적 현상이라면 큰 문제는 없다”면서도 “다만 고환율 상황이 지속될 경우 타격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외환시장의 흐름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주요 수출기업들은 미국이 중국에 이어 한국의 두 번째 수출시장이라는 점에서 이번 금융위기가 대미 수출에 미칠 영향을 종합적으로 점검하며 바쁘게 움직였다.

특히 현대자동차는 “이번 사태로 미국 내수시장이 얼어붙으면 이달부터 북미시장에서 본격 판매를 시작한 프리미엄 세단 ‘제네시스’의 신차(新車) 효과가 반감되지 않을까 우려된다”며 “미국 자동차시장의 동태를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전자업계도 휴대전화와 TV의 총수출에서 차지하는 북미 수출 물량 비중이 각각 14%, 18%에 이르러 금융위기가 장기화될 경우 이들 제품의 수출에도 어느 정도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사업 부문별로 확인한 결과 이번 사태로 인한 직접적인 영향은 거의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며 “원-달러 환율 상승으로 완제품 수출 가격은 높아지겠지만 원자재나 부품 수입 부담은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항공업계는 미국계 금융회사로부터 조달한 자금이 거의 없기 때문에 이번 사태의 영향이 미미한 데다 유가가 다소 떨어져 다행이란 반응을 보였다. 그러나 이번 사태가 경기 침체로 이어지면 해외여행 수요를 위축시킬 수 있다고 보고 대응책 마련에 나섰다. 한편 전국경제인연합회는 600대 기업이 올해 100조2000억 원을 투자하고 지난해보다 고용을 12.1% 늘리기로 한 계획에 차질이 빚어질까 우려했다. 전경련 관계자는 “이번 사태가 장기화되면 증시에서의 자금 조달이나 해외 차입이 쉽지 않을 수 있어 대규모 투자 집행이 다소 어려울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한상공회의소는 이날 논평에서 “미국 금융위기가 세계 경제에 영향을 미쳐 단기적으로 경기 위축이 더욱 심화되지 않을까 우려된다”며 “정부와 기업은 이번 사태를 계기로 대외 리스크 관리 시스템에 문제점이 없는지를 철저히 점검해야 한다”고 밝혔다.

반면 이번 사태가 전화위복(轉禍爲福)이 될 수 있다는 예측도 나왔다.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금융 불안의 바닥 탈출 신호로도 볼 수 있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미국발 금융위기 해결의 실마리가 잡혀 간다는 의미에서 중장기적으로 볼 때 긍정적인 측면도 있다는 뜻이다.

김유영 기자 abc@donga.com

황진영 기자 buddy@donga.com

김창덕 기자 drake00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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