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유럽 - 새유럽’ 갈라서나

  • 입력 2008년 8월 19일 03시 01분


그루지야기 내리는 남오세티야군17일 남오세티야 소속 특수부대원들이 자국 레닌고리의 한 공공기관 건물 위에 걸려 있던 그루지야기를 내리고 대신 남오세티야 깃발을 내걸고 있다. 레닌고리=EPA 연합뉴스
그루지야기 내리는 남오세티야군
17일 남오세티야 소속 특수부대원들이 자국 레닌고리의 한 공공기관 건물 위에 걸려 있던 그루지야기를 내리고 대신 남오세티야 깃발을 내걸고 있다. 레닌고리=EPA 연합뉴스
美 그루지야 지원하자 유럽국가들 선택기로

CIS국가들도 러시아 편 못들고 방관하기도

그루지야 전쟁으로 미국과 유럽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가 시험대를 통과하고 있다. 특히 이른바 옛 유럽(Old Europe)과 새 유럽(New Europe) 국가들 간의 분열로 동맹관계에 균열이 생길지 벌써부터 관심이 쏠리고 있다.

뉴욕타임스와 크리스천사이언스모니터는 18일 “유럽연합(EU) 초기 멤버인 옛 유럽 국가들이 이번 전쟁을 놓고 ‘우리가 끼어들 싸움이 아니다’란 의견을 고수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미국 컨설팅업체 유라시아그룹의 클리포트 쿠프찬 이사는 “유럽의 늘어나는 에너지 수요를 러시아의 정치적 불만과 어떻게 조화시킬지가 유럽의 당면 과제”라고 지적했다.

러시아 일간지 네자비시마야 가제타도 15일 미국과 러시아 간 긴장이 고조되면서 유럽 국가들이 기존 동맹관계를 재점검하고 있다고 전했다.

전쟁 도중 미하일 사카슈빌리 그루지야 대통령의 참전 호소에도 불구하고 ‘남의 나라 일’로 여겼던 유럽 국가들이 종전 이후에도 선뜻 그루지야 편을 들어줄 가능성은 여전히 희박하다.

유럽 국가들은 또 그루지야를 여전히 껄끄러운 상대로 보고 있다.

2003년 장미혁명으로 집권한 사카슈빌리 대통령이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2월까지 야권의 민주화 운동을 곤봉으로 탄압한 경력 때문이다. 그루지야의 인권과 부패를 비난해 온 유럽 각국은 올 3월 그루지야의 NATO 가입에 대해선 목소리가 엇갈렸다.

독일 시사주간지 슈피겔은 그루지야 전쟁 도중 유럽 내부의 엇갈린 목소리를, 소련 붕괴 후 EU에 가입한 뒤 러시아와 대립하는 옛 공산권 국가들인 ‘새 유럽’과 기존 EU 국가들인 ‘옛 유럽’의 태도 차이로 분석하기도 했다.

하지만 미국이 그루지야를 발 벗고 지원한 뒤부터 옛 유럽 국가들도 그루지야냐, 러시아냐를 선택해야 하는 기로에 몰리고 있다.

네자비시마야 가제타는 “그루지야 문제에 대한 동맹 차원의 연대 표명을 미국 대통령선거 이후로 연기하는 것이 유럽의 상책일 것”이라고 보도했다. 유럽 각국이 껄끄러운 그루지야 문제를 장기전략 차원에서 ‘예’ 아니면 ‘아니요’로 대답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한편 1991년 소련 붕괴 후 발족한 독립국가연합(CIS) 국가들도 이번 전쟁을 계기로 러시아 편을 적극적으로 들거나 반대편으로 돌아서고 있다.

CIS의 안보기구인 집단안보조약기구(CSTO) 소속 국가 중 러시아를 두둔한 국가는 카자흐스탄뿐이다. 우크라이나는 개전 초기부터 러시아에 대립 각을 세웠으며, 러시아의 형제국가인 벨로루시는 지난해 러시아의 가스관 차단 사태를 떠올리며 방관하는 자세를 취하고 있다.

모스크바=정위용 특파원 viyonz@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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