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는 살아있다]‘한국·대만의 민주화’ 각국 교과서 비교

  • 입력 2008년 8월 7일 18시 06분


1992년 수도 철강(首都鐵鋼)을 시찰하며, 노동자와 악수를 하는 덩샤오핑(鄧小平)의 모습. (수도 철강(首都鐵鋼)사보로부터). 중국의 교과서에는 이러한 사진들이 많이 실려 있다.
1992년 수도 철강(首都鐵鋼)을 시찰하며, 노동자와 악수를 하는 덩샤오핑(鄧小平)의 모습. (수도 철강(首都鐵鋼)사보로부터). 중국의 교과서에는 이러한 사진들이 많이 실려 있다.
《중국에서‘개혁과 개방’노선이 시작되었으며, 1980년대 후반부터는 한국과 대만에서 민주화가 진행되었다. 이러한 주요 사건들에 대해 중학생들은 역사 교과서를 통해 어떻게 배우고 있는지 알아보기로 한다. 》

● 일본-‘각 국의 국내 문제’로 파악하는 대신 기술이 없다

중학교에서 가장 많이 사용하는 도쿄 서적(東京書籍)의 『새로운 사회 역사』에서는 중국의 개혁•개방과 한국, 대만의 민주화에 대한 기술이 전혀 없다. 다른 출판사의 교과서에서도 마찬가지이다.

10년 전에 도쿄 서적(東京書籍)에서 출판한 교과서에는 아주 짧은 서술이지만, 중국의 민주화에 대해 다음과 같이 싣고 있다.

《아시아에서는 1970년대 말부터 경제 개혁에 착수한 중국에서 1989년 민주화를 요구하는 움직임이 일어났지만, 정부에 의해서 진압되었다(천안문 사건). 그 후에도 경제는 급성장을 거듭하고 있지만, 정치적인 민주화가 큰 과제가 되고 있다.》

와타나베 노리오(渡辺能理夫) 사회 편집부장은 “중학교에서 배우는 역사는 일본의 역사로 한정되어 있으므로 국제적인 사건들도 일본과의 관계를 토대로 채택하고 있다. 중국의 개혁•개방, 한국의 민주화 등은 각각의 국내 문제로 파악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10년 전 교과서에 천안문 사건이 게재된 이유는 “당시의 시사적인 문제로서, 그 후 일본에 영향이 있다고 판단하여 취급했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일본에 있어서 중국의 중요성은 해마다 높아가고 있으므로 “중학교 지리 교과서에서 중국에 관한 기술이 늘어나고 있다. 역사에서도 일중의 경제 관계에 대해서 다루게 되면 개혁•개방을 언급해야만 할 것이다”라고 말한다.

덧붙여, 고등학교에서 가장 많이 사용되는 야마카와(山川) 출판사의『상세 해설 세계사 B』를 보면 문화대혁명 이후 덩샤오핑(鄧小平)이 부활하여 사회주의 시장 경제를 도입한 사실에 대해서, 천안문 사건과 그 후의 동향 등을 합하여 1페이지 정도로 기술하고 있다. 한국의 민주화에 대해서는 1992년 선거에서 김영삼이 32년 만에 군인 출신이 아닌 대통령이 되었으며, 차기 김대중도 민주 정치를 추진하였다고 8줄로 설명하고 있다. 대만에 대해서도 《1987년 계엄령을 해제하였고, 88년부터 총통에 취임한 리덩후이(李登輝)는 민주화 추진에 노력하였다.》고 4줄 정도로 기술하고 있다.

오오쿠보 마키(大久保真紀)

● 한국-「쟁취한 민주화」에 역점

한국사를 취급하는 『국사』교과서는 국정 교과서 한가지 밖에 없다. 교과서에서 한국의 민주화에 관한 내용은‘민주주의의 시련과 경제 개발’, ‘민주화 운동과 통일을 위한 노력’의 2장에서 다루어진다. 민주화 운동에 대해서는 1960년대부터 역사를 쫓아가며 본문 만해도 8페이지를 할애하고 있다.

우선, 이승만 대통령을 무너뜨린 1960년의 ‘4•19 혁명’에 대해서는 《자유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학생과 시민들이 일으킨 것으로,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지키며 민주주의 이념을 실현하기 위한 것》이었다라고 확고히 하고 있다. 많은 희생자를 낸 1980년의 광주 민주화 운동에 대해서는 다음과 같이 기술한다.

《군인들의 정권 장악 기도에 반대하고 자유 민주주의 헌정 체제의 회복을 요구하는 시민들의 시위가 전국적으로 확산되었다. 이 시위는 광주에서 절정을 이루어 5•18 민주화 운동으로 이어졌다.》

더욱이 1987년에 일어난 전두환 정권 독재에 반대하여 대통령 직접 선거를 요구한 민주화 운동에 대해서는 다음과 같이 기술한다.

《시민은 군부 독재와 비리를 규탄하며 헌법 개정을 요구하였다. 이처럼 민주화를 요구하는 시민들의 열망은 6월 민주 항쟁으로 승화되어 전국적으로 확산되었고(1987), 이에 군부 세력이 굴복하여 마침내 6•29 민주화 선언이 이루어졌다.》

국사 편찬 위원회의 김득중(金得中) 박사는 “광주에서부터 시작된 1987년의 민주화운동의 흐름은 오늘날의 한국 민주 정치의 틀을 만들었다. 한국의 민주화는 외부로부터 배운 것이 아니라, 한국인 스스로가 쟁취한 것으로서 우리는 자부심을 갖는다. 이러한 점에 역점을 두고 가르치고 있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대만의 민주화에 대해서는 세계사를 포함해 언급하지 않고 있다.

중국의 개혁•개방에 대해서는 세계사의 『사회 2』에서 취급한다. 금성 출판사의 교과서에서는 중국은“1978년부터 개혁•개방 정책을 추진하여 경제가 빠르게 발전”하였다는 2줄 정도이다. 그 외의 본문과 주에서 중국의 지도자로서 덩샤오핑(鄧小平)을 설명하고 있다.

사쿠라이 이즈미(桜井泉)

● 중국-총 설계사•덩샤오핑(鄧小平)을 칭송 18 페이지

중국에서 가장 많이 사용하는 인민 교육 출판사의『중국 역사』에서는 개혁•개방은 ‘중국의 독자적인 사회주의의 건설’이라는 단원에서 18페이지를 할애하여 자세하게 설명하고 있다.

정치 노선의 대전환을 대담하게 도모한 1978년 12월의 중국 공산당 제 11기 중앙위원회 제 3회 전체 회의(약칭 “11기 3중전회”)로 시작하여 1997년 덩샤오핑(鄧小平)의 이론이 중국 공산당의 규약으로서 지도적인 지위를 확립하기에 이르기까지를 설명하고 있다. 정말 이것이 중학생이 읽는 교과서일까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딱딱한 표현으로 기술되어 있다.

예를 들어, 11기 3중전회에 대해서는 다음과 같이 기술하고 있다.

《이 회의는 마오저둥(毛澤東)의 결정과 지시는 모두 옳다는‘양개범시(兩個凡是’의 방침을 철저하게 부정하고, 새롭게 사상의 해방과 실사구시의 사상 노선을 확립하여, ‘계급 투쟁을 강령으로 삼는다’는 슬로건을 폐지하고, 당과 국가의 임무를 경제 건설 중심으로 옮겨, 개혁•개방을 실행한다는 위대한 결정을 내리고, 회의에서는 실질적으로 덩샤오핑(鄧小平)을 핵심으로 하는 당 중앙의 지도 체제가 형성되었다.》

‘양개범시’란 마오쩌둥의 후계자인 화궈펑(華國鋒)의 방침으로, 마오쩌둥의 결정과 지시를 ‘모두 지켜야만 한다’라는 것이었다.

학습 지도 요령에 해당하는 중국의『역사 과정 표준』은 ‘11기 3중전회는 중국 사회주의의 현대화를 건설하는 역사에 있어서 위대한 전환점이 된 것으로 인식한다’, ‘덩샤오핑 이론이 개혁•개방과 사회주의 현대화 건설의 지도적 사상임을 인식한다’라는 목표를 규정하고 있어 교과서에서는 이를 충실히 반영하고 있다.

아주 인상적인 것은 ‘개혁•개방의 총 설계사, 덩샤오핑’이라는 표제를 내걸고 그 이론과 실적에 대해 반복해서 소개하고 있다는 점이다. 사진도 4장이나 실려 있다.

그러나 1989년의 천안문 사건 등 중국 내의 민주화 운동에 대해서는 물론이거니와, 한국과 대만의 민주화에 대한 기술은 찾아 볼 수 없다.

사토 가즈오(佐藤和雄)

● 대만-정권 교대 정치의 상도와 평가

널리 사용되고 있는 남일서국(南一書局)의『국민 중학 사회』에서는 중국사 부분에서 중국의 개혁과 개방에 대해 소개하고 있다. 약 3페이지에 걸친다. 중국 정부가 경제 개혁을 추진하는 한편, 천안문 사건 등 정치면에서는 억압을 강화한 것을 강조한다. ‘중공’이란 ‘중화 인민 공화국’의 약칭이다.

《중공은 경제에서는 개혁•개방을 실시했지만, 정치면에서는 억압을 강행하였다. 1989년 베이징(北京)의 학생들이 천안문 광장에 모여, 정치 민주화를 요구하였지만, 6월 4일 중공 당국이 동원한 군대와 전차에 의한 진압으로 많은 민중과 학생들의 사상자를 내었다.》

대만의 민주화에 대해서는 대만사 부분인 ‘민주 정치의 발전’이란 항목에서 3페이지를 할애하였다. ‘국민당 이외’의 반체제 운동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1970년대 이후, 경제 발전과 교육 수준 향상에 힘입어 정치와 사회 개혁을 바라는 운동이 활기를 띄었다. 정부의 권위적인 지배 앞에 큰 도전이 되었다. 1979년에 일어난 메이리다오(美麗島) 사건은 국제적인 관심을 불러 일으켰으며 민중의 정치 의식을 높였다. 1986년 민주 진보당이 성립되어, ‘당외 운동’은 정당 간의 경쟁이라는 새로운 단계로 접어들었다.》

1996년의 총통 직접 선거와 2000년 국민당에서 민진당으로 정권 교체가 이루어진 흐름 등을 더듬어 가며, 《대만은 정치의 상도를 걷고 있다》고 높이 평가하고 있다. 한편, 한국의 민주화에 대해서는 세계사를 포함하여 언급하지 않았다.

남일서국(南一書局)의 교과서 편집 지도 위원인 초우호이민(周恵民) 정치대학 역사학부 교수는 “개혁•개방과 민주화에 대해서는 수업 시간 관계로 많이 가르치지는 못한다. 지리와 공민 시간에 취급을 하기도 하고, 역사를 포함해서 세 개 과목에서 종합하여 가르치고 있다”라고 말했다.

공민에서는 ‘민주 정치를 비교한다’라는 과제를 만들어 ‘실정이 있어도, 정부가 행정관의 법적 책임만을 추궁하는 나라’와 ‘위정자가 의회와 여론의 감시를 받아 스스로 사임하는 나라’ 중에 어느 쪽이 민주적인지를 생각하게 하고 있다.

다무라 히로쓰구 (田村宏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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