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년의 부시 ‘악의 축’과 악수하나

  • 입력 2008년 7월 18일 02시 53분


이란에 이익대표부 추진… 30년만에 공관 설치

“핵협상에 고위급 파견도 외교정책 큰변화 의미”

미국이 이란의 수도 테헤란에 이익대표부(Interests Section)를 개설한다는 계획을 다음 달에 발표할 예정이라고 영국 일간지 가디언이 17일 보도했다.

한편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은 19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리는 이란 핵문제 협의에 국무부의 3인자인 윌리엄 번스 차관을 보내는 것을 승인했다고 뉴욕타임스가 16일 보도했다. 뉴욕타임스는 ‘이 결정은 이란 핵문제로 인한 교착상태를 풀기 위한 중대한 외교정책 전환’이라고 풀이했다.

○ 1979년 美대사관 점거사건때 철수

이익대표부는 대사급 관계 수립의 중간단계. 이슬람 혁명 직후인 1979년 이란 수도 테헤란에서 미 대사관 점거사건이 일어난 뒤 공관을 철수했던 미국이 30년 만에 공관을 재개설하는 셈이다.

뉴욕타임스는 ‘이란 핵협상에 미국 고위급 대표를 파견한 것만으로도 부시 행정부 외교정책의 큰 변화’라고 풀이했다.

먼저 “이란이 우라늄 농축 프로그램을 중단하기 전에는 이란과 대화를 하지 않겠다”던 부시 행정부의 태도가 바뀌었다. 또 이란과 핵협상을 벌이는 프랑스 영국 독일 러시아 중국 등 강대국의 협상에 미국이 동반자로 참여해 힘을 실어줄 수 있게 됐다.

그러나 보수파들의 반발에 대한 부담감 때문인지 백악관은 “이란 핵문제 해결을 위해 유럽 국가들이 제안한 포괄적 해결방안에 대해 이란의 답변을 듣기 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국무부도 번스 차관 파견이 19일 협상에만 참여하는 것이라고 강조해 이란의 태도 변화가 향후 관계개선의 관건임을 시사했다.

○ 부시 대통령의 8년 집권 마무리

미 정부의 외교정책 변화 기류는 부시 대통령이 8년간의 임기 마무리 작업에 들어섰음을 시사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부시 대통령이 취임 직후인 2002년 국정연설에서 ‘악의 축(Axis of Evil)’이라고 규정한 이란, 이라크, 북한 문제를 일정한 선에서 봉합하려는 인상이 짙다는 분석이 나온다. 가디언은 “부시 대통령의 임기가 얼마 남지 않은 만큼 그가 한정된 시간에 이 문제에 대한 ‘긍정적인 유산’을 만들어 놓으려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특히 이번 조치는 이란을 겨냥한 이스라엘의 공군 훈련과 이란의 장거리 미사일 시험발사로 고조돼 온 중동지역의 긴장을 완화시킬 것으로 보인다. 이스라엘의 이란 공격 가능성이 줄어들면서 국제 유가 안정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김영식 기자 spea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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