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위틈타 개인 분노 표출…프랑스의 파괴자 ‘카쇠르’

  • 입력 2008년 6월 28일 03시 01분


동아일보 자료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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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란 속에 복면하고 경찰과 충돌 일삼아

프랑스는 시위대를 쫓아다니며 기물을 파괴하는 무리를 ‘카쇠르(Casseur·파괴자·사진)’라 부르고 평화적인 시위대와 구별해 엄단하고 있다.

카쇠르는 주로 시위대 속에 들어가 있다가 시위로 거리가 혼란한 틈을 타 마스크로 얼굴을 가리고 주변 건물이나 차량의 유리창을 파손하는 일단의 무리를 말한다. 시위 도중 기동경찰(CRS)과 충돌하는 것은 대부분 카쇠르들이다. 노조나 학생들의 시위 때 많이 보이며 주로 대도시 교외 지역에 사는 무슬림 청소년들이나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는 백인 중산층 청소년으로 구성돼 있다.

카쇠르는 2000년대 들어 특히 눈에 띄기 시작했고 2006년 최초고용계약(CPE·최초 고용 후 2년간 자유롭게 해고할 수 있는 노동법 조항)에 반대하는 학생과 노조의 대규모 시위에서 큰 문제가 됐다. 당시 경찰의 수동적 태도를 누구보다 문제 삼은 것은 야당인 사회당과 전국학부모연맹(FCPE) 등이었다. 카쇠르에 의해 시위의 대의가 훼손되고 있다는 것이 이유였다.

그때 내무장관이던 니콜라 사르코지 현 대통령은 카쇠르에 대해 무관용(제로 톨레랑스)을 선언했다. 이후 경찰은 시위대와 잘 구별되지 않는 카쇠르를 찾아내기 위해 시위대로 변장해 들어가 채증(採證)하는 등 적극적인 대처에 나섰다.

카쇠르는 때로 허무주의, 무정부주의, 기존 체제에 대한 전면 거부 등을 표방하며 혁명의 메시지를 전하는 척한다. 그러나 이들은 시위대가 추구하는 목적에는 관심이 없고 소외감에서 비롯된 무한적인 분노를 표출하는 데 시위를 이용한다.

기자들도 시위 취재 도중 종종 카쇠르로부터 공격을 당한다. 카쇠르들은 사진기자들이 자신들의 모습을 찍어 경찰의 신원 확인에 도움을 준다고 생각한다.

프랑스는 시위가 일상화된 나라이지만 불법 시위에는 엄격하다. 옥내 집회는 원칙적으로 오후 11시까지 허용되나 옥외 시위를 하려면 정부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정부는 시위 주최 측이 자체 질서 요원을 임명하도록 하고 일몰 전까지 끝내는 조건으로 허가를 내준다. 경찰의 통제에 불응하는 행위에 대해 경찰은 지위고하를 불문하고 강력 진압한다.

4월 친(親)티베트 구호를 외치며 올림픽 성화 봉송을 방해하려 했던 녹색당 의원이 경찰에 팔이 꺾여 끌려 나가는 장면이 TV로 방영되기도 했다.

파리=송평인 특파원 pi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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