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초고속성장 ‘권위주의’ 덕분 아니다”

  • 입력 2008년 6월 25일 02시 58분


■ 포린폴리시, 印-中 사례 분석 기존 상식 반박

印, 인디라 간디 철권통치시절 경제 마이너스 성장

中, 덩샤오핑 등 개혁 3인방때 경제성장 기반 마련

“권위주의가 경제발전을 이끈다는 생각은 틀렸다.”

공산당 일당체제 아래 경제가 급속하게 성장하고 있는 중국은 권위주의 정치가 경제발전을 이끈 대표적 성공 사례로 꼽힌다. 반대로 ‘최대 인구의 민주국가’인 인도는 민주주의 때문에 상대적으로 경제성장이 더디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하지만 깊이 들여다보면 이런 ‘상식’은 잘못된 것이라고 미국 외교전문지 포린폴리시 최신호가 보도했다. 오히려 중국에서는 권위주의가 약화된 시기에 경제성장의 틀이 마련됐고 인도에서는 민주주의가 침체됐을 때 경제도 후퇴했다는 것이다.

▽인도의 교훈=인도에서 민주주의가 위기를 맞은 것은 인디라 간디 총리가 집권했던 1966∼1977년과 1980∼1984년이었다. 간디 총리는 1975년 6월 긴급조치를 통해 총선을 무산시킨 것을 비롯해 재임 기간에 49차례나 긴급조치를 발동했다. 또 중앙집권을 강화하고 정당정치를 약화시켰다.

이에 따라 간디 총리 재임 기간 중 고정환율 기준 인도의 1인당 국내총생산(GDP)은 4차례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했다. 경제발전의 필수 요소인 인적자원에 대한 투자도 이뤄지지 않았다. 그의 재임 기간 내내 초등학교의 학생 수 대비 교사 수는 2% 수준을 벗어나지 못했다.

간디 총리 퇴진 이후 1990년대에 들어서면서 인도의 정치체제는 민주적이고 개방적인 방향으로 바뀌었고 경제성장도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교육에 대한 투자가 늘어나면서 글자를 읽을 수 있는 성인의 비율은 1990년 49%에서 2006년 61%로 증가했다.

포린폴리시는 “지금까지도 취약한 인적자원은 인도 경제의 최대 걸림돌로 남아 있지만 이에 대한 투자가 늘어나고 있어 결실을 보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중국의 역설=중국 경제성장의 기반이 마련된 시기는 개혁 3인방으로 불리는 덩샤오핑(鄧小平) 후야오방(胡耀邦) 자오쯔양(趙紫陽)이 집권했던 1980년대였다고 이 잡지는 평가했다. 1980년대 들어 중국에서는 한국의 국회 역할을 하는 인민대표회의 권한 강화, 언론과 시민사회단체에 대한 통제 약화, 법률개혁 등의 조치가 잇따라 이뤄졌다.

정치에 숨통이 트이자 경제가 살아나고 빈곤이 감소했다. 특히 농촌지역에 1000만 개 이상의 사기업이 생기고 투자가 늘어났다. 이 잡지는 “1980년부터 4년간 줄어든 빈곤층 수가 1990년부터 15년간 줄어든 수보다 많을 정도”라고 전했다.

하지만 1989년 톈안먼(天安門) 사태 이후 공산당의 권한이 강화되고 인민대표회의 권한이 축소되는 등 중국 정치는 권위주의 체제로 되돌아갔다. 경제성장은 계속되고 있지만 불안한 조짐들이 나타나고 있다. GDP에서 근로자에게 분배되는 몫은 1990년 53.5%에서 2002년 45%로 낮아졌다. GDP 성장률에 비해 가계소득 증가는 더디다. 2000년에서 2005년 사이 문맹자는 3000만 명이나 늘어났다.

포린폴리시는 “중국은 1980년대의 경험과 인도의 선례를 보며 민주주의가 경제성장과 상반되지 않는다는 점을 깨달아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언젠가 값비싼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장택동 기자 will7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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