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 석유가 고유가 해결사?

  • 입력 2008년 6월 23일 02시 57분


세계 경기 침체의 주범으로 꼽히고 있는 고유가 행진을 막기 위해 전 세계 주요 산유국과 석유소비국의 대표들이 모였다.

압둘라 빈 압둘아지즈 사우디아라비아 국왕의 긴급 제안으로 22일 사우디의 지다에서 개최된 각료급 회의에는 석유수출국기구(OPEC) 회원국과 비OPEC 산유국, 주요 8개국(G8), 한국 중국 인도 등 36개 주요 석유 생산 및 소비국 대표들이 참석했다. 한국에서는 이윤호 지식경제부 장관이 대표로 참석했다.

석유 생산국과 소비국들은 이날 회의의 최대 쟁점인 고유가의 원인을 놓고 뚜렷한 시각차를 보였다.

○ “공급 늘려라” vs “투기자본부터 막아라”

미국을 중심으로 한 소비국들은 원유 수요가 늘어나는 반면 공급이 부족한 것이 유가 상승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반면 산유국들은 원유에 대한 국제적인 투기가 고유가의 근본 원인이라고 반박했다.

새뮤얼 보드먼 미국 에너지장관은 “석유 생산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해 유가가 오르고 있다”고 말했다고 AP통신이 전했다.

그는 이어 “석유 공급을 늘리는 것이 중요하다”며 “공급이 증가하지 않는다면 수요가 1% 늘 때마다 원유 가격은 0.2달러씩 오를 것”이라고 예측했다.

반면 차키브 켈릴 OPEC 의장은 “자동차와 컴퓨터 값이 비싸다고 해서 생산자들에게 제품을 더 만들라고 할 수 있겠느냐. OPEC에 증산을 요구하는 것은 불합리하다”고 지적했다고 AFP통신이 보도했다. 슈쿠리 가넴 리비아 국영석유회사 사장도 “유가가 비싸기는 하지만 이는 수요와 공급의 문제 때문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일부 산유국은 증산의 필요성을 인정하고 있다. 압둘라 국왕은 이날 개회사에서 투기세력과 개발도상국의 석유 수요 증가가 고유가의 원인이라고 지적한 뒤 “사우디는 몇 개월 새 1일 석유 생산량을 900만 배럴에서 970만 배럴로 늘렸으며 수요에 맞춰 증산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OPEC 국가들의 석유생산 능력에 더는 여유가 없다는 지적도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지난달 OPEC 국가들의 1일 석유 추가 생산 여력은 200만 배럴 이하로 떨어졌다. 이는 2006년 3분기 이후 처음이다.

○ 이라크 경제재건도 속도 붙을듯

이처럼 OPEC의 석유생산 능력이 한계에 이른 가운데 이라크는 석유생산을 꾸준히 늘리고 있다.

미국 경제주간지 비즈니스위크 등의 최근 보도에 따르면 현재 이라크의 하루 평균 석유생산량은 250만 배럴로 2003년 3월 이라크전쟁이 시작되기 직전 수준과 비슷하다.

현재 수준의 고유가가 계속되면 올해 이라크가 석유 수출로 벌어들이는 수입은 700억 달러(약 72조 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이라크 정부가 올해 ‘국제유가 배럴당 57달러, 하루 평균 원유생산량 170만 배럴’을 예상하고 355억 달러 규모의 예산을 편성한 점을 감안하면 올해 막대한 재정수지 흑자가 예상된다.

이라크는 내년에 하루 평균 300만 배럴을 생산해 총 1110억 달러의 수입을 올릴 것으로 추산된다.

여기에 석유생산시설에 대한 적절한 투자만 이뤄지면 이라크는 하루 평균 600만 배럴까지 생산이 가능해 국제 석유시장에서 공급 확대에 큰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한편 이라크 정국이 점차 안정을 찾아가고 있는 가운데 석유 수입이 급증하면 이라크 정부가 쓸 수 있는 재원이 많아지기 때문에 이라크 경제재건도 속도가 붙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상했다.



장택동 기자 will71@donga.com

뉴욕=공종식 특파원 kong@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