弱달러-중동불안 ‘유가 대폭등’ 사태 올수도

  • 입력 2008년 6월 9일 03시 01분


경제 시름 滿車8일 경기 성남시 분당구 대한송유관공사 판교저유소에서 관계자들이 주유소로 운반할 석유 완제품을 유조차에 싣고 있다. 저유소는 주유소에 공급할 석유제품을 저장하는 시설이다. 성남=연합뉴스
경제 시름 滿車
8일 경기 성남시 분당구 대한송유관공사 판교저유소에서 관계자들이 주유소로 운반할 석유 완제품을 유조차에 싣고 있다. 저유소는 주유소에 공급할 석유제품을 저장하는 시설이다. 성남=연합뉴스
■ 천장 모르는 기름값, 바닥 모를 한국경제

《국제유가가 미국 서부 텍사스산 중질유(WTI) 기준으로 지난주 목, 금요일 이틀 동안 16달러 이상 폭등해 140달러에 육박하면서 ‘제3차 오일쇼크’가 현실화하고 있다.

대부분의 원유를 수입에 의존하는 한국 경제는 천정부지로 치솟은 고유가로 스태그플레이션(경기 침체 속 물가 상승) 위험에 직면하는 등 곳곳에서 적신호가 나타나고 있다.》

또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부실 여파가 여전한 미국 경제가 침체 논란에서 벗어나지 못한 상황에서 오일쇼크로 세계 경기마저 침체되면 한국 경제의 유일한 버팀목이었던 수출마저 큰 타격을 받을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 국제유가 배럴당 150달러 눈앞

WTI가 6일(현지 시간) 배럴당 10.75달러 오르면서 138.54달러까지 치솟은 것은 “이란이 핵개발을 포기하지 않는다면 이스라엘은 이란을 공격할 것”이라는 샤울 모파즈 이스라엘 부총리 겸 교통부 장관의 발언이 직접적 원인이 됐다.

여기에 미국 투자은행인 모건스탠리가 다음 달 4일까지 배럴당 150달러까지 상승할 수 있다고 전망한 것도 영향을 미쳤다고 한국석유공사는 분석했다.

‘국제유가 150달러 시대’가 임박했다는 전망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3년 전 국제유가의 ‘대폭등(슈퍼 스파이크·Super Spike)’ 시대를 예고했던 골드만삭스는 최근 보고서에서 “앞으로 6∼24개월 안에 150∼200달러로 오를 수 있다”고 예상했다.

특히 최근 ‘국제유가 버블’ 주장도 나오긴 하지만 동시에 △일부 산유국의 정정(政情) 불안 △미국 달러화 가치 약세 △신흥시장 수요 증가 △미국 에너지 재고 감소 △국제 투기자금 유입 등이 연쇄적으로 석유시장에 영향을 주면서 추가 상승 가능성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또 1년 전만 해도 수십 센트 수준에서 등락을 보였던 국제유가의 하루 변동 폭이 이달 들어 4∼5달러로 확대되고 지난주에는 10달러 안팎으로 벌어진 것도 석유시장의 불안심리가 커지면 언제든 150달러를 돌파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증거라는 관측이 나온다.

○ 세계경제 불안, 한국경제에 직격탄

국제유가 폭등세가 농산물과 금속류 등 원자재 가격 상승과 맞물리면서 소비자물가가 치솟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4.9%로 2001년 6월(5.0%) 이후 6년 11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보였다.

유가 급등이 수입물가 상승으로 이어지고, 이는 제조업과 서비스업의 원가 상승 요인으로 작용해 국제유가가 진정되지 않는 한 앞으로도 물가 불안은 상당 기간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유가가 폭등하면서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도 잇달아 하향 조정되고 있다.

삼성경제연구소와 LG경제연구원이 각각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당초 5.0%, 4.9%에서 4.7%, 4.6%로 수정 전망한 데 이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도 5.2%에서 4.3%로 0.9%포인트 낮춰 잡았다.

유가 때문에 인플레이션 압박이 심해져 성장 둔화가 예고됐던 세계 경제도 오일쇼크가 현실화하면서 불안 심리가 커지고 있다.

WTI가 배럴당 10달러 이상 폭등한 6일만 해도 미국 증시는 폭락세를 보였고, 유럽 증시도 일제히 하락세를 나타냈다.

특히 미국 정부가 최근 발표한 생산자물가지수와 실업률 지표 등 각종 경제지표에 따르면 고유가로 인한 소비심리 악화가 기업의 실적 악화와 고용 감소의 악순환으로 이어질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리먼브러더스의 이코노미스트인 이선 해리스 씨는 “급등하는 유가가 소비심리를 깊은 경기침체 수준으로 빠뜨리고 있다”고 말했다고 AFP통신이 전했다.

차지완 기자 ch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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