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얀마 더 큰 재앙은 지금부터”

  • 동아일보
  • 입력 2008년 5월 10일 02시 58분



천재지변에 울고 독재정권 폐쇄정책에 울고
군부 “돈-물자만 달라” 해외인력지원 거부
유엔 “적어도 150만명 심각한 피해 당해”
獨 “구호활동위해 안보리 소집 요청할 것”

미얀마를 강타한 사이클론 나르기스(Nargis)의 피해가 당초 예상보다 훨씬 심각한 ‘대재앙’ 수준인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하지만 정권 유지에 급급한 미얀마 군사정권은 국제 사회의 지원을 사실상 거부하고 있어 피해 주민들의 고통은 더욱 커져가고 있다.
죽은 돼지를 식량으로사이클론 나르기스로 집을 잃고 식량조차 구할 수 없게 된 미얀마 이재민들이 물에서 건져낸 죽은 돼지를 다듬고 있다. 사진 제공 타우캰
죽은 돼지를 식량으로
사이클론 나르기스로 집을 잃고 식량조차 구할 수 없게 된 미얀마 이재민들이 물에서 건져낸 죽은 돼지를 다듬고 있다. 사진 제공 타우캰

▽늘어나는 피해=존 홈스 유엔 구호담당 사무차장은 8일 로이터통신에 “나르기스로 인해 미얀마에서 적어도 150만 명이 심각한 피해를 본 것으로 추산된다”고 밝혔다. 미얀마 주재 미국대사관 측은 나르기스 피해로 숨진 사람만 10만 명이 넘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2차 피해도 확산되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구호 활동이 늦어지면 말라리아와 콜레라 등 전염병이 창궐해 사망자가 급격히 늘 수 있으며, 식량 부족에 따른 영양실조도 확산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유엔아동기금(UNICEF·유니세프)은 “피해가 심한 지역에서는 어린이 중 20%가 설사병에 걸린 것으로 보이며 대부분 지역은 오염된 물로 뒤덮여 있다”고 AP통신에 밝혔다.
더욱이 유엔 인도주의업무조정국(OCHA) 방콕사무소의 리처드 호시 대변인은 AF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앞으로 7일 안에 미얀마에 또다시 강한 폭풍우가 몰려올 것으로 예상된다”며 이재민들의 안위를 우려했다.
▽빗장 걸어 잠근 군부=이처럼 상황이 악화되고 있는데도 미얀마 군사정권은 외부의 재해 복구 전문가들의 입국을 막고 있어 이재민들은 ‘이중고’를 겪고 있다. 1962년 쿠데타로 집권한 군부는 국제사회와 철저히 단절한 채 40여 년간 독재 정치를 펼치고 있다.
미얀마 정부는 9일 국영신문에 낸 성명을 통해 “미얀마는 외국에서 들어온 구호물품을 자력으로 피해지역에 보내는 데 주력하고 있다. 외국의 수색·구조팀과 언론을 받아들일 준비가 돼 있지 않다”고 밝혔다. 사람은 들어오지 말고 금품과 물자만 달라는 것이다.
이어 미얀마 정부는 지금까지 구호 물품을 실은 비행기 11대가 미얀마에 도착했지만 8일 구호물품과 함께 도착한 구조팀과 기자들은 바로 추방했다고 설명했다. 영국 BBC방송에 따르면 40명 이상의 유엔 전문가가 태국 방콕에 머물며 비자 발급을 기다리고 있다.



또 유엔 세계식량계획(WFP)은 9일 “항공기 2대에 실린 38t 분량의 구호 식량과 장비를 미얀마 정부가 압류했다”며 구호 물품 제공을 당분간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미얀마 정부는 “근거 없는 비난”이라고 반박했다고 AP통신이 전했다.
특히 미얀마 정부는 10일 군정체제를 굳히려는 의도를 담은 새 헌법안에 대한 국민투표를 강행하기로 해 비난을 사고 있다. 이 헌법안이 통과되면 미얀마 민주화운동의 상징인 아웅산 수치 여사는 대선과 총선에 출마하지 못한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은 미얀마 정부에 국민투표를 연기하고 재난 구호에 집중하라고 촉구했다. 국제사면위원회(AI)도 “국민은 고통 받고 있는데 미얀마 정부는 인권을 침해하는 내용의 새 헌법안을 통과시키려 한다”고 비난했다고 DPA통신이 전했다.

▽국제사회 압력 가중=유엔은 “구조요원 입국을 거부한 것은 사상 유례가 없는 일”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미국 프랑스 일본 캐나다 호주 태국 정부도 미얀마가 조속히 국제사회의 지원을 받아들일 것을 촉구하고 나섰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9일 DPA통신과의 회견에서 미얀마 정부에 구호 요원의 입국을 허용할 것을 촉구하면서 미얀마 사태 해결을 위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소집을 요청할 것이라고 밝혔다.
2004년 동남아시아에 지진해일(쓰나미)이 닥쳤을 때 유엔 사무차장으로 구호를 담당했던 얀 에겔란트 씨는 “쓰나미 발생 직후에는 12개국에서 온 군인들이 신선한 물을 공급하고 구호품을 전달해 그나마 더 큰 피해를 막을 수 있었다”며 “미얀마 군정의 비협조로 시간을 허비하는 사이에 아이들이 죽어가고 있다”고 안타까워했다.
장택동 기자 will71@donga.com

사이클론에 할퀴고 군부에 갇히고…“미얀마를 구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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