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망했소 사르코지” 취임1년… 佛국민들 불만

  • 입력 2008년 5월 3일 03시 08분


튀니지를 방문 중인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이 지난달 29일 튀니스의 메디나 시장에서 부인인 카를라 브루니 여사에게 말을 건네고 있다. 튀니스=EPA 연합뉴스
튀니지를 방문 중인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이 지난달 29일 튀니스의 메디나 시장에서 부인인 카를라 브루니 여사에게 말을 건네고 있다. 튀니스=EPA 연합뉴스
“사르코지 대통령, 연극 주인공 말고 지도자가 되시오.”

취임 1주년을 맞이한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이 기대 이하의 리더십을 보이며 프랑스를 실망에 빠뜨렸다고 영국 시사주간 이코노미스트 최신호가 보도했다. 개혁과 성장을 강조했지만 국민을 만족시킬 만한 결과를 내지 못했다는 것이다.

이 잡지는 사르코지 대통령의 취임 이후가 ‘충격적 등장’ ‘초권력적 대통령’ ‘실망 속의 변심’ 등 3막으로 구성된 연극과 같다며 그의 1년을 ‘대통령극(The Presidency as Theatre)’으로 표현했다.

○ 암초에 부닥친 성장론

사르코지 대통령이 취임한 뒤 프랑스의 소비자 신뢰지수는 추락을 거듭하다 급기야 지난달엔 21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기업 신뢰지수도 초반에는 대통령의 친기업 정책에 대한 기대감으로 치솟았지만 지난해 9월 미국발 신용위기 이후엔 계속 떨어지고 있다.

각종 경제 지표도 암울하다. 국제통화기금은 최근 프랑스의 올해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이 1.4%에 그칠 것으로 전망했다. 지난달 연간 인플레율은 3.2%에 달해 11년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올랐다.

이 같은 결과는 유가 상승과 신용위기 등 외부 요인의 영향도 크지만 사르코지 대통령의 개혁이 미진했기 때문이라는 비판도 만만치 않다. 그의 경제관이 세계화와 자유 경쟁을 원칙으로 삼고 있지만 실제 정책에서는 국내 기업과 일자리 보호를 강조하는 등 모순을 드러내 ‘성장 드라이브’에 제동을 걸었다는 분석이다.

외교 분야에서는 미국이나 중동과 관계를 강화하며 적극적으로 나섰으나 국민의 관심이 국외보다 국내에 집중되면서 이 같은 성과도 빛이 바래고 있다.

이코노미스트는 정부의 예산 부족과 국가 부채 누증으로 대대적인 세금 감면 공약이 실현되기 어려운 데다 실업률도 높아질 것으로 보여 ‘사르코노믹스’의 앞날이 어둡다고 지적했다.

○ 복잡한 사생활로 리더십 손상

사르코지 대통령의 최근 지지율은 30%대로 급락했다. 취임 1주년을 맞이한 대통령의 지지도로는 프랑스에 공화정이 들어선 이후 사상 최저치다.

이 잡지는 그가 복잡한 사생활로 소동을 일으켜 리더십이 손상된 것도 지지도 하락의 주요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사르코지 대통령은 취임한 뒤 이혼하고 13세 연하의 가수 카를라 브루니와 재혼해 국민의 심기를 불편하게 했다. 많은 프랑스인은 지도자가 아닌 멜로드라마 속 주인공 같은 대통령의 모습에 등을 돌리고 있다.

‘개혁자’의 모습을 강조한 사르코지 대통령은 조깅할 때 짧은 반바지를 입는 등 의상부터 보수적이던 이전 대통령들과 다른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그의 정치력이 국민에게 다가가지 못하면서 이 같은 이미지 변신은 오히려 역효과를 내고 있다.

사르코지 대통령에 대해 국민의 실망이 큰 이유는 단지 성과가 낮은 것에 대한 불만 때문만은 아니다. 취임 이전부터 개혁과 성장에 대한 장밋빛 공약과 전망을 남발해 프랑스인들의 기대를 지나치게 높인 것도 큰 이유로 지적된다.

이 때문에 프랑스인들의 보수화 기류도 바뀌고 있다. 최근 여론조사기관 글로브스캔이 실시한 조사에서 ‘시장경제가 가장 우수하다’고 답한 프랑스인은 41%에 그쳤다.

사르코지 대통령도 이 같은 여론을 의식해 개혁의 고삐를 늦추며 ‘조신한(sober)’ 태도로 변했다고 이 잡지는 전했다.

남원상 기자 surrea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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