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적퇴치 ‘풍선효과’ 골머리

  • 입력 2008년 5월 2일 02시 59분


亞 말라카 해협 단속강화에

소말리아 등 阿로 대거 이동

‘아시아에서는 급감, 아프리카에서는 급증.’

국제해사국(IMB)이 최근 발간한 ‘2008년 1분기 해적 보고서’는 세계 해적 활동의 추이를 이같이 요약했다.

최근 소말리아 해적이 세계에 악명을 떨치고 있지만 소말리아가 ‘해적의 온상’이 된 것은 그리 오래된 일이 아니다. 각국 정부의 대처 방법에 따라 해적은 자취를 감추기도 하고 갑자기 늘어나기도 한다.

▽나이지리아-소말리아 ‘급부상’=전통적으로 해적 출몰이 가장 많았던 곳은 아시아였다. 특히 인도네시아 인근 바다는 전 세계에서 해적 활동이 가장 활발한 곳으로 꼽혀 왔다.

2003년 인도네시아에서는 해적이 선박을 공격한 사건이 121건 벌어져 전 세계 발생 건수의 4분의 1 이상을 차지했고 2007년까지 줄곧 해적 사건 발생 1위를 지켰다. 그러나 이 지역에서 해적의 활동은 해마다 큰 폭으로 줄었고, 올 1분기에는 4건이 발생해 4위로 내려갔다.

서남아시아에 위치한 말라카 해협도 한동안 선박보험회사인 로이드가 ‘전쟁 지역’으로 분류할 만큼 해적이 극성을 부렸던 곳이다. 그러나 2003년 28건이었던 해적의 공격은 2007년에는 7건으로 줄었고 올 1분기에는 1건도 없었다.

아프리카의 상황은 이와 대조적이다. 2006년 나이지리아 해상에서 발생한 해적 사건은 12건이었지만 지난해에는 42건으로 늘어나 세계 2위로 올라섰고 올해는 1분기에만 10건으로 1위를 차지했다. 소말리아 역시 2006년에는 해적 공격이 10건밖에 없었지만 지난해에는 31건으로 급증했다.

전 세계 해적 사건은 2003년 445건에서 2006년 239건으로 줄어들었으나 아프리카에서 해적이 늘어나면서 지난해에는 263건을 기록하며 증가세로 돌아섰다. 올 1분기에도 49건이 발생해 지난해 동기 41건보다 19.5% 늘어났다.

▽인도네시아, 정부 엄정 대처로 성과=IMB는 “인도네시아에서 해적이 줄어든 것은 경찰 등 법 집행기관들과 해군이 노력을 기울인 결과”라고 평가했다. 현지 일간 자카르타 포스트는 인도네시아 정부가 2005∼2007년 해적 추적용 레이더를 29대 설치했으며, 올해 초에는 쾌속정 15척을 도입해 해적 순찰을 강화하는 등 해적에 적극 대응하고 있다고 전했다.

말라카 해협에서 해적이 사라진 것에 대해 해적 전문가인 존 버닛 씨는 20일 뉴욕타임스에 기고한 글에서 “이 지역의 인도네시아-말레이시아-싱가포르 정부가 공동으로 노력을 기울인 결과”라고 설명했다. 이들 국가는 2004년부터 군함과 정찰기 등을 투입하고 정보를 공유하며 말라카 해협의 해적을 단속하고 있다.

반면 나이지리아는 상당한 규모의 해군력을 보유하고 있지만 경찰, 사법부 등과의 공조가 이뤄지지 않고 해적 관련 정보를 효과적으로 수집하지 못해 단속에 실패하고 있다고 IMB는 분석했다. 크리스천 사이언스 모니터는 “유전이 밀집된 니제르델타 지역에 무장조직이 활개를 치면서 치안이 악화돼 해적의 공격이 집중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소말리아에는 아예 해군이 없어 해적 단속을 외국 군대에 맡기고 있다. 영국 가디언은 “2006년 말 에티오피아가 소말리아를 공습한 이후 이슬람 반군의 공격이 강화돼 과도정부가 기능을 잃었고 해적은 늘어나고 있다. 미국-유럽 연합군이 해안을 감시하고 있지만 해적들은 거점을 옮겨가며 활동을 계속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장택동 기자 will7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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