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경제전망 V자형? U자형?

  • 입력 2008년 4월 4일 03시 00분


《“미국 경제가 지금은 미미하게 성장하고 있다. 그러나 올해 상반기에는 약간 축소될 가능성이 있다.” 벤 버냉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이 2일 미 의회 합동경제위원회에 나와 한 발언이다. 미국 경제가 ‘경기침체(recession)’에 빠졌다고 직접 말한 것은 아니었지만 공개석상에서는 처음으로 경기침체의 가능성을 인정한 것이다.》

최근 고용악화-소비부진 조짐

U자형 전망 전문가들 많아져

“반짝 좋아지다 다시 침체 국면”

일각에선 W형 전망 내놓기도




그러나 월가 전문가들은 대부분 미국 경제가 올해 1월부터 경기침체에 들어섰다는 점을 기정사실화하고 있다. 이제 관심은 미국 경제가 언제 회복할 것인지에 모아지고 있다. 미국 경제의 회복 시점에 따라 전 세계 주식시장과 경기 추이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 미국 경제, 장기침체에 빠지나… U자형 회복?

올해 초만 해도 월가에선 ‘V자형 회복’ 전망이 대세였다. 상반기에는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부실 사태로 촉발된 금융위기로 경제가 어렵겠지만 FRB의 금리인하 효과가 본격적으로 나타나는 하반기부터는 경제가 차츰 회복될 것이라는 전망이었다.

그러나 최근 들어 침체 국면에 머무는 기간이 더욱 길어지는 ‘U자형 회복’을 전망하는 월가 전문가들이 많아졌다.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 사태에 따른 금융위기의 파장이 끝나지 않은 상황에서 고용시장이 악화되고 소비가 침체되는 조짐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데이비드 로젠버그 메릴린치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최근 월스트리트저널 인터뷰에서 “이번 경기침체가 언제까지 계속될지 모르지만 심각한 경기침체가 될 것은 분명하다”며 “올해는 ‘잔인한 한 해’가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1680억 달러에 이르는 경기부양책도 그 효과가 일시적으로 끝날 것이라는 게 그의 전망이다.

일각에서는 경기가 일시적으로 좋아지는 것처럼 보이다가 다시 침체에 빠지는 ‘W자형 회복’을 예상하는 전문가들도 있다.

○ 미국 경제, 하반기에 회복되면… 지금은 주식 살 때?

그렇다고 낙관론이 없는 것은 아니다. 최근 뉴욕 주식시장이 상대적으로 안정세를 보이고 있는 것도 그런 낙관론의 징표다. 월가에서 유동성 위기가 끊이지 않던 리먼브러더스는 최근 신주(新株) 발행을 통해 거액의 자금을 확보하는 데 성공했다.

몇 년 전 월스트리트저널이 ‘경제 전망이 가장 정확한 이코노미스트’로 선정해 ‘월가의 족집게’라는 별명을 얻은 손성원 캘리포니아주립대 석좌교수는 대표적인 낙관론자다.

손 교수는 1일 “현재 미국 경제는 바닥을 치는 중이며 하반기에는 미국 경제가 좋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나아가 “주식시장은 항상 선행지수인 만큼 지금이 주식을 살 때”라고 주장했다.

그는 미국 경제가 일본식 장기불황에 빠질 가능성에 대해서는 “정책당국의 대응 자체가 다르고 금융 부실 및 주택시장 거품의 정도가 다르기 때문에 미국 경제의 장기 불황 가능성은 없다”고 잘라 말했다.

○ 주택시장에 달려 있는 미국 경기

미국 경제의 회복 시점과 관련해 주목해야 할 것은 주택시장의 추이다.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 사태를 포함해 미국 경기침체의 주범은 주택시장의 침체였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주택시장이 바닥을 칠 때 미국 경기도 바닥을 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미국 주택시장은 지난해 이후 △가격 하락 △거래 감소 △재고 증가 등의 악재에 시달렸다. 여기에 주택 소유자가 모기지 이자를 제때 내지 못해 압류를 당하는 주택이 급증하면서 주택시장은 바닥을 모르는 추락을 거듭했다.

하지만 전미부동산중개인협회에 따르면 올해 2월 기존주택(신규주택의 반대 개념) 판매가 전문가들의 예상을 깨고 전달에 비해 2.9% 증가했다. 기존주택 판매가 증가한 것은 7개월 만에 처음이다. 다만 기존주택 판매 가격은 1년 전에 비해 8.2%나 하락했다.

가격이 하락하면서 거래가 활발해지기 시작한 것이다. 이 때문에 미국 주택시장이 저점에 근접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실제로 뉴욕 주식시장에서는 이미 주택 관련 주식이 1분기(1∼3월)에 14%나 오르기도 했다.

그러나 이번 부동산시장 침체는 풍부한 유동성을 바탕으로 올랐던 자산가격의 거품이 꺼진 측면이 강하기 때문에 회복에는 시간이 더 걸릴 것이라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여기에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로 큰 손해를 입은 모기지 회사들이 대출조건을 갈수록 까다롭게 하고 있는 것도 주택시장 회복에 부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뉴욕=공종식 특파원 k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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