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출 세계 1위 불구 내수판매 ‘찬바람’
일본 국내 자동차 시장에서 세계 최고의 경쟁력을 자랑하는 도요타자동차를 쩔쩔매게 하는 라이벌이 있다.
닛산과 혼다 등 일본의 자동차 제조업체일까, 아니면 벤츠와 BMW 등 유럽의 고급자동차 제조업체일까. 정답은 어느 쪽도 아닌 휴대전화라는 게 일본 언론의 보도다.
도요타자동차의 지난해 세계시장 자동차 판매 대수는 936만 대로 2006년에 비해 6% 증가했다. 미국 GM보다 3524대 적은 세계 2위였다.
매출액과 생산량은 GM을 제치고 당당히 세계 1위를 기록했다.
하지만 도요타자동차가 지난해 국내시장에서 판 자동차 대수는 158만 대로 전년보다 10만 대나 줄었다. 일본 국내 자동차 시장이 정점에 이르렀던 1990년에 비하면 3분의 2에 불과한 수준이었다.
일본의 자동차 시장이 이처럼 급속히 위축되고 있는 주된 원인 중 하나는 20대의 소비 행태 변화다.
과거에는 ‘끼니를 컵라면으로 때우는 한이 있어도 자동차는 산다’는 경향이 강했던 20대가 최근에는 자동차를 타고 외출하기보다 집안에 틀어박혀 휴대전화기 화면만 들여다보고 있다는 것이다.
가장 활동적이어야 할 20대의 소비 행태가 ‘조용히 혼자 즐기는 쪽’으로 바뀌고 있다는 사실을 절감하고 있는 곳은 자동차업계만이 아니다.
스키장이나 주류업계, 노래방(가라오케)업계도 마찬가지라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전한다.
사회경제생산성본부가 지난해 조사한 결과 스키를 즐기는 20대의 비율은 1997년 22%대에서 2006년 6%대로 떨어졌다. 차를 몰고 멀리까지 가서 스키를 타는 것을 귀찮아하는 20대가 늘어난 결과다.
술의 경우는 선배의 ‘지도’에 따라 맥주부터 위스키까지 다양한 주종(酒種)을 섭렵하는 것이 전통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브랜드를 가리지 않고 아무 술이나 산 뒤 집에서 혼자 즐기는 젊은층이 급격히 늘고 있다는 것.
노래방은 20대 이용자 수에는 큰 변화가 없지만 혼자서 즐기는 ‘히토리 가라오케’가 붐을 이루고 있다. ‘히토리 가라오케’를 줄인 ‘히토가라’가 유행어 대열에 합류했을 정도다.
노래방업계는 하루도 빼놓지 않고 1시간씩 노래를 부르거나, 방문 횟수는 주 1회꼴이지만 한번 마이크를 잡으면 몇 시간씩 놓지 않는 ‘히토가라’ 고객이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추세라고 입을 모은다.
이처럼 20대의 소비 행태가 변하면서 가장 많은 이득을 보고 있는 곳은 휴대전화업계.
1996년 약 844만 건이던 일본의 휴대전화 서비스 가입 건수는 지난해 12월 1억 건을 돌파했다.
도쿄=천광암 특파원 ia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