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부실금융에 공적자금 투입하나

  • 입력 2008년 1월 24일 03시 1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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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 주식시장의 투매 현상이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전격적인 금리인하 조치로 일단 진정 기미를 보이면서 미 정치권이 추진 중인 경기부양책 등 앞으로 미국 경제 전반에 영향을 미칠 변수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 경기부양책의 쟁점과 의회 통과 전망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22일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 등 의회 지도부를 백악관에 초청해 경기부양책에 대한 의회의 협조를 구했다. 공화, 민주 양당은 늦어도 2월 중순까지는 경기부양책의 구체적인 방안을 내놓을 계획이다.

그러나 양당은 경기부양책의 수혜 대상을 놓고 벌써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공화당은 연방개인소득세를 납부하는 사람으로 제한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반면 민주당은 그 대상을 저소득층으로도 확대해야 한다고 반박한다.

민주당 대선 예비후보인 힐러리 클린턴 상원의원은 21일 후보토론회에서 “부시 대통령의 경기부양책은 여유 있는 계층을 위한 대책”이라고 비판했다.

양당이 구체안에 합의하더라도 미 국세청이 대상자를 선별해 세금환급 수표를 보내는 데만 12주 정도가 걸린다. 소비자들이 실제로 돈을 쥐는 시점이 올해 말이 될 수도 있다는 비관론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경기부양책의 효과가 크게 반감될 수밖에 없다. 다만 경제가 좋지 않은 상황에서 합의가 늦춰지면 정치적인 부담이 크기 때문에 양당이 합의안을 조속히 만들어낼 것이라는 기대감이 높은 상황이다.

○ “모기지 금리는 왜 안 내리나” 항의 쇄도

금리 인하가 발표된 22일 CNBC 방송사에는 “FRB가 금리를 내렸다는데 왜 우리가 매달 내는 모기지(주택담보대출) 금리는 내리지 않느냐”는 주택 소유자들의 질문이 쇄도했다.

모기지 금리는 대체로 장기금리에 연동돼 움직이기 때문에 FRB가 이날 연방기금 금리를 내렸다고 해서 당장 인하 효과가 나타나지 않는다. 장기금리가 인하되는 데는 시간이 걸린다.

그나마 여기에서도 ‘부익부 빈익빈’ 효과가 발생해 신용도가 좋은 사람은 모기지업체와 협의해 금리를 조정할 수 있지만 신용도가 낮아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를 갖다 쓴 사람은 그럴 여지가 적다는 것이 뉴욕타임스의 분석이다.

이 때문에 한국이 외환위기 직후 부실에 빠진 은행들을 살리기 위해 막대한 공적자금을 투입한 것처럼 미국도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을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막대한 구제금융 조치가 필요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 미국은 여전히 세계 경제의 중요한 엔진

얼마 전까지만 해도 ‘중국 등이 급성장했기 때문에 미국 경제가 침체돼도 유럽과 아시아는 문제가 없다’는 의견이 많았다. 이른바 ‘디커플링(decoupling·탈동조화)’ 주장이다.

그러나 최근 미국발 경기침체에 대한 우려로 촉발된 글로벌 금융시장의 공황 현상으로 이 같은 주장은 힘을 잃게 됐다.

중국 런민은행의 창타오 국제경제팀장은 최근 한 포럼에서 “미국의 소비 성장세가 둔화하면 중국의 수출은 심각하게 타격을 입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미 미국 소비가 침체되면서 올해 중국 경제성장률에 타격을 줄 것이라는 전망도 잇따르고 있다.

현실적으론 앞으로도 상당 기간 전 세계 경제가 미국 소비자들의 주머니 사정에 기댈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뉴욕=공종식 특파원 k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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