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짝퉁 쓰나미’ 두 손 든 지구촌

  • 입력 2007년 12월 13일 02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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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7조원 규모… 의약품 - 항공기 부품까지 판쳐

美 ‘가짜’시장 81%가 중국산… 인도-러시아 가세

알약에서 항공기 부품까지, 가짜가 판을 치는 세상.

전 세계가 이른바 ‘짝퉁’으로 불리는 모조품 및 불법 복제물과 힘겨운 전쟁을 벌여 왔지만 결과는 ‘패전’ 양상이라고 영국 파이낸셜타임스가 최근 보도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존 드라이든 경제협력개발국장은 이달 초 이탈리아 로마에서 열린 모조품 및 불법복제 퇴치 국제회의에 참석해 “모든 산업 영역에서 모조품 시장규모가 확대되고 있지만 아직 모조품의 정의에도 국제적인 합의를 이루어내지 못하는 등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고 있다”고 질타했다.

미국의 경우 ‘짝퉁’ 시장규모가 연간 2250억 달러(약 208조 원)로 추산되지만 지난해 적발된 불법 상품의 총액은 1억5500만 달러(약 1433억 원)에 불과했다.

○사우디 GDP 총액보다 큰 시장

하와이에 본부를 둔 모조품 문제 관련 국제 연구기관 해벅스코프의 추산에 따르면 지난해 모조품 및 불법복제 시장 규모는 무려 5270억100만 달러(약 487조 원)에 이른다. 같은 해 ‘석유 부국’ 사우디아라비아의 국내총생산(GDP) 3474억 달러보다도 훨씬 많다.

하지만 이와 같은 추산액도 실제 거래액보다 훨씬 적을 수밖에 없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많은 기업이 ‘짝퉁’ 때문에 피해를 보고 있지만 최대한 이 사실을 숨긴다. 자사 제품을 본뜬 가짜가 많다는 것이 알려지면 소비자들이 진품 구매도 꺼리기 때문이다.

드라이든 국장은 “특히 시계와 핸드백 등 사치 산업에서 이런 경향이 크다”고 말했다.

○식수에서 항공기 부품까지

흔히 ‘짝퉁’ 하면 명품 시계 정도를 떠올리지만 베끼는 데 성역은 없다. 미국 세관이 적발한 가짜 물품 종류만 1만4000여 종에 달한다.

해벅스코프에 따르면 시장규모가 가장 큰 분야는 휴대전화와 무선 모뎀 등 정보통신기술(ICT) 관련 제품이다. 시장규모는 1000억 달러로 추산됐다. 이어 각종 동영상과 비디오게임 등 정보기술(IT) 콘텐츠가 664억 달러로 2위.

3위에 오른 의약품(400억 달러)은 건강에 직접 해를 끼치기 때문에 특히 심각하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인터넷에서 처방전 없이 살 수 있는 약품의 50%가 가짜 의약품이다. 라이선스 없이 만드는 단순 복제품도 있지만 인체에 치명적인 ‘독극물’도 상당수다. 아르헨티나에선 2005년과 2006년 가짜 빈혈치료 주사제를 맞은 임산부가 연달아 사망하는 사고가 일어났다.

자동차 부품(120억 달러)은 물론 항공기 부속(20억 달러)까지도 ‘짝퉁’이 등장해 안전을 위협하고 있다. 인도에서 판매되는 자동차 부속의 37%, 케냐의 65%가 모조품이다.

국제단체 안티카운터피트그룹(ACG)에 따르면 항공기를 구성하는 2600만 개의 부품 중 52만 개에서 ‘짝퉁’이 발견됐다. 심지어 미국 내 항공사와 부품 공급사들의 부품창고에서 10억 달러어치 이상의 가짜가 발견됐다고 OECD 보고서가 밝혔다.

○중국 인도가 최대 생산지

세계 경제 질서를 어지럽히는 모조품 및 불법복제의 슈퍼 대국으로는 단연 중국이 꼽힌다. 전체 ‘짝퉁’ 시장의 절반에 가까운 미국에서 지난해 적발된 ‘짝퉁’의 81%가 중국산인 것으로 미뤄 규모를 어렴풋이 짐작할 수 있다.

미국 국토보안부의 모조품 단속 담당 데이비드 폴코너 씨는 “최근 인도가 가짜 의약품 제조에 발 벗고 나서 중국의 지위를 위협하기 시작했으며, 인터넷 판매에선 러시아가 수위를 달리고 있다”고 파이낸셜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밝혔다.

전창 기자 je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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