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日 ‘산업의 비타민’ 희귀금속 쟁탈전

  • 입력 2007년 11월 23일 03시 1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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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컴퓨터나 휴대전화 액정 패널의 투명전극에 쓰이는 인듐, 하이브리드 차의 고성능 모터에 쓰이는 희토류(稀土類), 자동차용 배기가스 정화의 촉매로 쓰이는 백금….

하이테크산업에서 빼놓을 수 없어 ‘산업의 비타민’이라 불리지만 매장량이 극히 적은 희귀금속(rare metal)들이다. 이들 희귀금속은 방위산업, 정보기술(IT)산업, 항공 우주산업 등 첨단 분야에서 특히 쓰임새가 많아 이를 확보하려는 국가 간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특히 세계 최대의 희귀금속 생산국인 중국이 최근 내부 수요 증가로 수출을 제한하고 있어 세계 최대의 희귀금속 소비국인 일본이 긴장하고 있다.

일본은 이에 ‘탈(脫)중국 의존’을 기치로 내걸고 정부와 민간이 똘똘 뭉쳐 아프리카와 중앙아시아 지역을 타깃으로 자원 외교를 펼치고 있다. 하지만 중국은 이들 지역에 대한 자원 외교에서도 이미 선수를 친 상태다.》

○ 날개 달린 희귀금속 가격

희귀금속은 매장량이 극히 적거나 원광석에서 추출하기 어렵고 특정 지역에 편중돼 있어 공급이 불안정하고 가격 변동이 심하다.

2005년 각국의 생산 점유율은 △희토류 중국 93% △텅스텐 중국 90% △니오브 브라질 88% △백금 남아프리카공화국 78% △인듐 중국 55% 등으로 편중되어 있다.

이들 희귀금속은 이미 5년 전에 비해 3∼8배까지 가격이 올랐다. 제품의 소형화에 필요한 고성능 자석에 사용되는 네오듐 가격은 최근 5년간 4∼5배, 인듐은 8.5배, 니켈은 7배로 올랐다. 최근 배럴당 100달러에 육박한다는 원유가격이 같은 기간 3∼4배 오른 것과 비교해도 훨씬 가파른 상승곡선이다.

희귀금속의 가격이 급등하자 일본에서는 ‘희귀금속 쇼크’를 넘어 ‘희귀금속 패닉’이라는 용어까지 등장하고 있다.

특히 중국이 수출 규제를 강화하면서 희귀금속 가격은 더욱 솟구칠 것으로 전망된다. 6월 중국 상무부와 해관(세관)은 공동으로 성명을 내고 인듐과 몰리브덴, 그리고 이들 금속으로 만든 제품에 대해 수출 쿼터제와 면허제를 시행한다고 밝혔다.

희귀금속 수입의 88%를 중국에 의존하던 일본에서는 “이대로 가다가는 중국에 뒷덜미를 잡히게 된다”는 우려가 확산됐다.

일본의 상사 주재원들이 전 세계를 뛰며 희귀금속 조달에 나서고 있지만 어딜 가도 중국과 경합이 벌어지고 있다. 중국이 희귀금속 수출을 줄이는 동시에 해외에서 각종 개발권의 취득 및 수입에 적극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국가주석은 올 1, 2월에도 아프리카 8개국을 순방하며 가는 곳마다 투자를 약속했다. 타보 음베키 남아프리카공화국 대통령이 당시 “중국은 남아공의 가장 중요한 파트너”라고 화답했다. 중국은 짐바브웨에서도 백금 개발권을 확보했다. 중국 총리와 외교부장 등은 매년 아프리카를 순방하며 자원 외교를 펼친다.

○ ‘탈중국’, 아프리카를 잡아라

일본 정부도 아프리카와 중앙아시아 집중 공략에 나서며 대(對)중국 반격에 나섰다. 일본의 가장 큰 무기는 자본과 기술력, 산업 육성 노하우다.

일본은 “자원도 없고 국토도 좁은 일본이 세계 2위의 경제대국이 된 것은 기술력으로 산업을 키운 노하우 덕분”이라며 희귀 광물 자원 보유국에 접근하고 있다.

보츠와나를 방문한 아마리 아키라(甘利明) 일본 경제산업상은 16일 페스터스 모하에 보츠와나 대통령에게 “일본은 희귀금속을 사들이는 것만이 아니고 탐사, 채굴, 가공까지 종합적으로 해 보츠와나 경제를 발전시킬 수 있다”고 설득했다.

일본은 이번 방문에서 보츠와나 정부와 공동으로 일본의 위성기술을 사용해 자원 탐사를 하기로 합의했다. 남부아프리카 14개국이 가맹하는 ‘남부아프리카 개발공동체(SADC)’와도 희귀금속 탐사에 협력하기로 했다.

아마리 경제산업상은 남아공 방문에서는 음베키 대통령에게 일본의 산업육성 노하우를 강조했다. 남아공은 SADC의 중심 국가로 백금의 세계 시장점유율이 80%나 된다. 또 대규모의 망간 광산도 여럿 보유하고 있다.

아프리카는 과거 식민지 시대 종주국과의 관계가 강해 웬만한 광산은 영국이나 호주계 자원메이저들에 선점돼 있다. 그래도 파고들 여지가 있다는 게 일본의 판단이다.

희귀금속 확보를 일본 산업발전의 핵심 요소로 보는 일본은 적극적인 자원 외교에 나서는 한편 사용한 제품에서 희귀금속 회수율을 높이는 데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도쿄=서영아 특파원 sy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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