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 어린이 ‘마녀사냥’에 눈물

  • 입력 2007년 11월 16일 03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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밧줄로 거꾸로 매달고… 독극물 강제로 먹이고…

아프리카 앙골라의 우이게 지역에 사는 도밍고 페드로(15) 군은 3년 전 친척들에게 고문을 당했다. 아버지가 원인 불명의 질병으로 돌연사하자 그에게 ‘죽음을 부른 악마’라는 오명이 씌워진 것. 밧줄에 거꾸로 매달린 채 “아버지를 살해했다는 사실을 자백하라”는 강요와 구타에 시달리던 그는 결국 허위 진술을 한 뒤 집에서 쫓겨났다.

페드로 군뿐만이 아니다. 앙골라 북부의 한 마을에서만 지난해 432명의 어린이가 ‘마녀사냥’을 당해 가정에서 학대를 당하거나 버림받았다. 미국 뉴욕타임스는 15일 유엔아동기금의 보고서 등을 인용해 아프리카 지역에서 자행되는 아동 인권 유린 실태를 보도했다.

이에 따르면 앙골라와 콩고에서는 어린이를 상대로 한 마녀사냥이 광범위하게 이뤄지고 있다. 폐허가 된 건물이나 뒷골목에 모여 사는 ‘거리의 아이’ 상당수가 악마나 마녀로 몰려 가정에서 외면당한 피해자들이다.

올해 6월 앙골라의 수도 루안다에서는 한 어머니가 14세 딸이 사악한 혼령을 본다며 눈에 염산을 들이붓는 사건이 발생했다. 8월에는 한 아버지가 12세 아들이 악마라며 아들에게 황산을 억지로 먹였다.

반투족 같은 아프리카의 전통 부족들은 악마가 어린이들에게 먹을 것을 주며 홀린 뒤 이들을 또 다른 악마로 만들어 다른 사람의 영혼을 뺏도록 한다고 믿고 있다. 각국 정부가 이런 인식을 바꾸기 위한 캠페인을 실시하고 어린이 마녀사냥을 부추기는 근본주의 종교단체를 폐쇄하고 있지만 뿌리 깊은 미신은 여전하다.

종교 지도자들이 어린이를 상대로 악령퇴치(엑소시즘) 의식을 행하거나 굿을 하는 사례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아프리카의 아동보호소 관계자들은 어린이 마녀사냥이 오랜 전쟁으로 인한 경제난과 맞물려 악화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현지 아동기관에서 일하는 애나 실바 씨는 “부모가 아이들을 돌볼 능력을 상실하면서 양육 책임에서 벗어나기 위한 구실로 마녀사냥에 눈을 돌리고 있다”고 말했다.

아동 학대는 범죄로 규정돼 있지만 경찰도 “마녀사냥은 어쩔 수 없다”며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고 주민들은 증언했다.

이정은 기자 light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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