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블랙홀’ 폐지까지 꿀꺽

  • 입력 2007년 11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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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장용 종이상자의 재료인 라이너지(紙)를 생산하는 신대양제지는 올해 7월부터 일주일에 하루씩 공장 가동을 멈추고 있다. 원자재인 폐지(廢紙)를 충분히 구할 수 없어서다.

윤종수 신대양제지 반월공장장은 “제지 공장은 연중무휴로 24시간 돌리는 게 원칙”이라며 “폐지 가격이 급등한 데다 물량도 확보하기 어려워 공장을 정상 가동하기 어렵다”고 하소연했다.

국내산 폐지 값의 급등으로 제지업체들이 원자재난을 겪고 있다. 중국의 폐지 수요가 증가하면서 국내 폐지 공급량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5일 제지공업연합회에 따르면 국내산 폐지 가격은 올해 1월 kg당 70원에서 지난달 140원으로 크게 올랐다. 폐지는 포장용 상자, 시멘트 포대의 원료로 쓰인다. 국내에서는 연간 870만 t 정도 소비된다.

폐지 가격이 2배 이상으로 오른 배경은 내년 베이징(北京) 올림픽 개최를 앞둔 중국의 폐지 소비량이 크게 늘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폐지 중국 수출량은 지난해 연간 9만 t이었지만 올해 들어서는 9월까지 24만9000여 t으로 증가했다.

신대양제지에 이어 하루에 1400t의 폐지를 사용하는 고려제지도 올해 3월부터 한 달에 3, 4일씩 공장 가동을 중단하고 있다.

이상문 한국제지공업연합회 이사장은 “국내 폐지 품귀현상의 주된 원인은 올림픽 특수에 따른 중국 경기 활성화와 중국 제지업체의 설비 증설 때문”이라며 “수입 폐지는 국내산보다 50% 정도 비싸기 때문에 폐지 수입도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제지업계와 폐지업계는 폐지 수급 안정을 위한 공동 유통법인 설립에 나섰다.

제지공업연합회 측은 “한솔제지, 고려제지 등 7개 제지업체와 34개 폐지업체가 연내에 폐지 유통을 담당할 공동 유통법인 설립에 참여하겠다는 뜻을 밝혔다”며 “법인이 설립되면 폐지가 충분할 때 재고를 비축하고, 폐지의 수입과 수출을 총괄하는 역할을 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지연 기자 chanc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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