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명 모두 건강… 8일 예멘 도착

  • 입력 2007년 11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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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오후 소말리아 피랍 선원 24명이 전원 석방됨으로써 174일 만에 사태가 일단락됐다. 사태가 장기화되자 선원 가족들은 지난달 15일 국회의사당을 찾아 눈물로 도움을 호소하기도 했다. 동아일보 자료 사진
4일 오후 소말리아 피랍 선원 24명이 전원 석방됨으로써 174일 만에 사태가 일단락됐다. 사태가 장기화되자 선원 가족들은 지난달 15일 국회의사당을 찾아 눈물로 도움을 호소하기도 했다. 동아일보 자료 사진
■ 마부노호 피랍부터 석방까지

해적들 몸값 10억 요구에 협상 늦어져

국내외서 석방운동… 성금 6억 모금도

올해 5월 15일 소말리아 근해 하라데레에서 해적에게 납치된 원양어선 마부노 1, 2호의 석방 협상이 타결됨에 따라 한국인 4명을 포함한 선원 24명은 피랍 174일 만인 4일 오후 5시(한국 시간 오후 10시)경 예멘 아덴항(港)으로 출발했다.

마부노호 선주 안현수 씨에 따르면 이날 석방된 마부노 1, 2호는 8일 아덴항에 입항할 예정이다.

마무리 석방 협상차 지난달 28일 케냐 나이로비에서 두바이로 옮긴 안 씨는 한국인을 포함한 선원 24명을 인도하기 위해 6일 아덴으로 떠날 예정이다.

마부노호는 현재 미국 해군의 호위를 받으며 아덴항으로 향하고 있다고 한 정부 관계자는 밝혔다.

안 씨는 석방이 타결된 뒤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석방된 선원 24명 모두 건강 상태는 좋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마부노 1, 2호는 5월 15일 케냐 몸바사항을 출발해 예멘으로 향하던 도중 소말리아 근해에서 납치됐다.

이들이 처음 납치됐을 때만 해도 한국 정부는 상대적으로 느긋했다.

마부노호의 선적지(船籍地)가 한국이 아니라 탄자니아였던 것. 선주와 선장이 한국인이라는 점이 밝혀지긴 했지만 정부 일각에서는 “세금을 피하기 위해 선적지를 해외로 옮긴 배까지 정부가 적극적으로 협상해야 하느냐”란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정부는 또 지난해 소말리아 해적에 납치됐던 동원수산 소속 원양어선 선원 25명이 117일 만에 풀려난 전례가 있어 일찌감치 협상이 장기화할 것으로 보고 대응 전략을 짠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왔다.

이런 가운데 협상은 답보를 거듭했다. 해적들은 몸값으로 110만 달러(약 10억 원)를 요구했지만 안 씨가 이를 해결할 능력은 없었다. 그렇다고 정부가 탄자니아 국적으로 등록된 선박에 대한 해적과의 협상에서 몸값을 대신 지급하는 것도 현실적으로 어려웠다.

이런 가운데 아프가니스탄 해외선교단 납치사건이 터졌고 정부가 이를 주도적으로 해결하고 나서면서 역차별 논란이 일었다.

특히 한석호 선장이 지난달 11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해적들이 환각 성분이 있는 나뭇잎을 씹고 나면 수시로 선원들을 때려 일부는 이가 흔들리는 상태로 육지로 끌고 가 ‘돈을 내놓으라’면서 쇠파이프로 때려 온몸에 피멍이 들었다”며 비참한 현지 상황을 전해 국내 여론은 들끓기 시작했다.

국내에서는 이들에 대한 석방 운동이 이어졌다. 전국해상산업노조연맹(해상노련)은 최근 부산시청 시장 접견실에서 선원 가족 등이 참석한 가운데 석방금으로 모금한 돈 3억1600만 원을 허남식 부산시장에게 전달했고 지금까지 기독교계에서 내놓은 돈을 합쳐 십시일반 모인 석방 기금은 6억 원을 넘어섰다.

피랍 사태에 한국 정부가 개입할 것을 촉구하는 성명을 발표했던 국제운수노련(ITF)도 최근 선원 가족 위로금으로 5000달러를 지원했다.

이런 가운데 지난주부터 협상 타결이 임박했다는 보도가 이어졌고 4일 마침내 석방 협상이 돌파구를 찾았다.

김유영 기자 abc@donga.com

배극인 기자 bae2150@donga.com

▼ “꿈만 같아… 다시는 이런일 없어야”▼

소말리아 연안 해역에서 해적들에게 납치된 지 174일 만인 4일 마부노호 선원들의 석방 소식이 발표되자 부산 금정구 서동 마부노호 한석호(40) 선장의 집에는 친지들의 안부전화가 이어졌다.

반년 가까이 남편 걱정에 지옥 같은 나날을 보낸 한 선장의 부인 김정심(48) 씨는 남편의 석방 소식에 참았던 눈물을 쏟느라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김 씨는 “억류된 지 반년 만에 남편을 맞을 생각을 하니 너무 가슴이 뛰고 떨린다. 남편이 해적들의 위협과 굶주림을 견뎌 내고 무사히 돌아와 줘서 정말 고맙다”며 연방 눈물을 훔쳤다.

김 씨는 “반년 가까이 눈물과 고통 속에서 지냈는데 언론이 격려해 주고 시민단체 등에서 신경을 써 준 덕분에 남편과 선원들이 석방된 것 같다”며 “다시는 마부노호 같은 사태가 발생하지 않도록 정부에서 대책을 강구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 선장과 함께 납치된 조문갑(54·기관장) 씨, 양칠태(55·기관장) 씨, 이성렬(47·총기관감독) 씨의 가족들도 이날 석방 소식을 전해 듣고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양 기관장의 부인 조태순 씨는 “너무 떨린다. 남편이 살아 돌아와 줘서 고맙다”고 했고, 조 기관장의 부인 최경음 씨는 “남편과 선원들의 석방을 위해 힘써 주신 모든 분께 감사드린다”며 기뻐했다.

부산=윤희각 기자 tot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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