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부격차 확대는 정책 탓?

  • 입력 2007년 11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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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위크 “감세정책 등 부자에 유리… 불평등 키워”

정보기술(IT) 산업이 번창하는 인도의 경제도시 뭄바이에서는 아직도 시민의 50%가 제대로 된 화장실이 없어 아무 데서나 용변을 본다. 5세 미만 유아의 45%는 영양실조에 걸려 있다.

홍콩에서는 전체 평균임금의 절반이 안 되는 임금을 받는 근로자의 비율이 10년간 두 배로 늘었다. 최근 절도로 붙잡힌 한 70대 홍콩 남성은 “감옥 외에는 숙식을 해결할 곳이 없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중국이나 러시아의 경우도 크게 다르지 않다.

이 같은 빈부격차 문제는 최근 급성장하는 아시아 국가들만의 문제가 아니다. 뉴스위크 최신호는 아시아 신흥대국을 포함한 전 세계 부국들의 빈부격차 확대 추세와 이를 가속화하는 요인들을 집중 조명했다.

주목할 점은 최근의 빈부격차가 세계화의 필연적 결과라기보다 빈자들을 배려하지 않는 각종 정부 정책 때문이라는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금융, 기업정책은 물론 사회적 약자를 대상으로 한다는 복지와 노동정책도 결국 부자들에게 더 호의적인 경우가 많다는 분석이다.

대니 로드릭 하버드대 교수는 “세계적으로 자유무역이나 세금혜택, 사회복지 등 각종 정책이 우파 성향으로 움직여 왔다”며 “이런 법과 제도의 변화가 불평등을 부추기는 데 주요 역할을 했다”고 평가했다.

미국의 경우 조지 W 부시 행정부가 추진한 감세정책은 결과적으로 금융자본을 보유한 자산가들의 재산 증식을 부추기는 결과로 이어졌다. 연봉 격차도 커서 미국 최고경영자(CEO)는 직장인 평균 연봉의 411배나 받는다.

제프리 색스 컬럼비아대 교수는 “최근 20년간 미국의 각종 공공정책이 금전적 이해관계를 따라 움직이면서 세금정책과 예산집행의 공정성이 훼손됐다”고 지적했다.

인도에서는 고수익자에게 수입의 30% 이상 누진 과세하는 세금정책을 쓰고 있지만 대다수 탈세자들을 적발해 처벌하는 수단은 거의 없다.

중국은 1990년대 이후 국가 소유의 토지와 공장을 민영화하는 과정에서 정치권에 연줄이 있는 소수에게 부가 쏠리고 있다.

멕시코 최대 통신기업 텔멕스의 카를로스 슬림 회장이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회장을 제치고 세계 최대 갑부가 된 배경에는 회사의 독점적 권리를 보호해 준 정부의 정책이 있었다.

앨런 그린스펀 전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은 “빈부격차는 시장경제에 참여하는 모든 사람을 불안하게 만드는 문제”라며 “이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사람들은 결국 시장에서 등을 돌리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정은 기자 light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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