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中지도부와 줄대기 ‘로비大戰’

  • 입력 2007년 11월 1일 03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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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정부와 정책에 대해 폭넓은 지식을 갖고 있습니다. 강력한 로비 조직과 능력도 갖췄습니다.’

미국 워싱턴의 한 유명 로펌 홈페이지는 중국 내 사업을 이렇게 소개하고 있다. 전 세계 15개 국가에 모두 900여 명의 변호사를 거느리고 있는 이 로펌은 중국에서의 서비스와 관련해 ‘로비’라는 단어를 공개적으로 내세우고 있다. 업무 영역별 소개에는 ‘반독점 분쟁’이나 ‘국제거래’, ‘노동’ 외에 ‘중국’이라는 항목을 따로 분류해 놨다.

최근 대(對)중국 서비스를 전개하는 글로벌 로펌 및 로비업체들의 활동이 활발하다. 워싱턴포스트는 최근 “전 세계 로비스트들이 중국으로 몰려들고 있다”고 전했다. 특히 지난달 중국 공산당 제17차 전국대표대회(17차 당 대회)에서 지도부의 세대교체가 이뤄지면서 새로운 인맥을 구축하려는 로비스트들의 발걸음도 빨라지고 있다.

중국도 외국 기업의 자국 기업 인수나 증시 투자 허용 범위를 넓히고 관련 규제를 완화하면서 법률회사가 할 일이 점차 많아지고 있다.

경제는 급성장하고 있지만 시스템보다는 인맥에 의한 업무처리가 아직은 더 효과적일 수 있는 중국에서 로비는 가장 효과적인 경영전략 중 하나다.

해외 로펌들도 투자자문이나 법률 컨설팅을 표방하면서 사실상 로비 활동으로 고객을 끌어 모으는 경우가 많다. 애킨검프, 존스데이, 호건앤드하트슨, DLA파이퍼 같은 미국 회사들 간의 경쟁도 점차 치열해지고 있다.

로비가 중요해지면서 미 재무부나 국무부의 전직 고위 관료 등이 로비스트로 활동하는 사례도 눈에 띈다. 중국의 고위 관료와 접촉할 수 있는 영향력 있는 인물들의 몸값은 점점 높아지는 추세. 도널드 에번스 전 상무장관과 헨리 키신저 전 국무장관, 리드 헌트 전 연방통신위원회 위원장, 게리 로크 전 워싱턴 주지사 등이 대표적이다.

일부 로비스트는 중국 고위 인사들을 상대로 골프 접대나 티파니 같은 고가의 보석 선물, 해외 고급 리조트에서의 세미나 등을 활용해 적극적인 구애작전을 펼치는 것으로 알려졌다. 끈끈한 인간관계 구축이 로비의 핵심인 만큼 핵심 인사 가족들의 생일까지 챙기기도 한다. 여기에는 소위 ‘관시(關係) 브로커’로 불리는 중국 현지의 마당발이 동원된다.

로비스트들은 뇌물 제공 같은 불법적 행위가 아니라 공식 접촉을 통한 정보 제공 활동을 통해 중국에도 도움을 줄 수 있다고 주장한다. 지적재산권 보호를 위한 규제 강화, 외국 기업의 투자 제한 규정 완화 필요성 등을 알려 궁극적으로 중국의 글로벌화에도 일조한다는 것.

로비 업체들은 6월 중국의 노동계약법에서 외국 기업에 불리한 조항을 바꿨고 8월에는 반독점법 초안에서 외국 기업을 차별할 소지가 있는 내용을 삭제하는 데 성공했다.

한 로비스트는 “(로비 대상인) 중국 인사들이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사태의 여파나 미 의회의 보호무역 조짐 등에 대해 질문하며 많은 정보를 얻어간다”면서 “로비가 상호적으로 이뤄지는 셈”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중국 내 로비는 아직도 상당수가 음성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자오 커진 푸단(復旦)대 부교수는 “관료 개인의 주머니에 들어가는 로비 자금도 많다”며 “관련 법규나 시스템의 미비로 로비 업체들의 활동이 악용되기 쉽다”고 지적했다.

이정은 기자 light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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