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들을 환영합니다… 우리 함께 손을 잡아요”

  • 입력 2007년 9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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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출입국관리사무소에서 열린 귀화증서 수여식에서 결혼이민자들이 태극기를 들고 국민의례를 하고 있는 모습. 동아일보 자료 사진
서울 출입국관리사무소에서 열린 귀화증서 수여식에서 결혼이민자들이 태극기를 들고 국민의례를 하고 있는 모습. 동아일보 자료 사진
남양대만자매회 회원 등 여성단체 회원들이 올해 5월 타이베이에서 외국인 여성 배우자인 ‘신이민 여성’들의 권익보호 강화 등을 요구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사진 제공 남양대만자매회
남양대만자매회 회원 등 여성단체 회원들이 올해 5월 타이베이에서 외국인 여성 배우자인 ‘신이민 여성’들의 권익보호 강화 등을 요구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사진 제공 남양대만자매회
외국인 문제를 ‘골치 아픈 사회문제’로만 여겼던 아시아 국가들의 인식이 바뀌고 있다. 외국인을 필요로 하는 내부적인 요인들이 커진 것이 주요 원인이다. 다만 갈등 요소도 많아 새로운 사회통합의 해법을 찾는 움직임이 활발하다. 하지만 아직 해결해야 할 과제도 많다.

▽고령화 시대 경제 활력 수단으로 부상=저출산 고령화로 인한 노동력 부족 문제가 심각해지면서 숙련된 외국인 노동력을 확보하기 위한 경쟁이 치열하다.

홍콩은 지난해 ‘질 높은 이민자 계획(QMAS)’을 발표했다. 기술과 경제력을 갖춘 만 18세 이상 50세 미만의 외국인들에게 홍콩 시민권을 주려는 것. 이를 통해 중국과 인도의 숙련 근로자를 끌어들일 생각이다.

대만은 화이트칼라 노동자에게 비자 규제를 완화하는 이민법 개정에 착수했다. 또 한국 일본 인도의 정보기술(IT) 인력을 유치하기 위해 외국인 자녀들을 위한 학교를 개설하고 외국인 타운을 건설하는 등 거액을 투자하고 있다.

일본도 ‘e저팬’ 프로젝트를 통해 이웃 나라 전문 인력을 끌어 모으고 있다. 일본에 장기체류하려는 외국인이 늘면서 관련법을 고칠 예정이다.

▽다문화 이해 통한 사회 통합이 과제=외국인이 크게 증가하면서 외국인 문제의 성격도 바뀌고 있다. 초기에는 외국인 노동자 차별, 불법 체류와 노동 착취 등이 주요 문제였다. 하지만 자녀 교육, 사회 보장, 편견 해소와 정체성 보존, 정치 참여 등이 새로운 사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일본 정부는 최근 7만 명에 이르는 외국인 근로자 자녀의 사회 적응을 돕기 위해 전문 지도원을 배치하기로 했다. 지도원들은 수업에 함께 참여해 수업 내용을 모국어로 설명해 준다. 외국인 부모와 담임교사 사이에서 자녀 상담을 돕는 역할도 한다.

시즈오카(靜岡) 현 하마마쓰(濱松) 시 등 남미 출신의 일본계가 많은 기초지방자치단체들은 모임을 열고 사회통합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이 같은 움직임에 따라 일본에서는 외국인의 투표권을 인정하는 조례를 제정한 지자체도 2003년 이후 크게 늘고 있다.

‘다문화 사회’에 대한 인식은 개선되고 있다. 하지만 외국인들의 적응을 돕는다는 취지로 이들을 기존 사회에 동화시키려는 차원에 머물러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대만 등 일부에서는 외국인 신부들에게 복수 국적 보유를 허용하려는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이주자 문제는 세계적인 과제=오늘날 세계 약 67억 인구 가운데 1억7000만 명 이상이 다른 나라에 체류하고 있다.

이주자들이 해당 국가의 시민들과 동일한 인권과 사회적 권리를 누려야 한다는 것은 국제협약에도 명시돼 있다. 하지만 이러한 협약 내용은 현재 어느 국가에서도 지켜지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민자 문제는 노동시장에 새로운 활력과 갈등의 요소면서 사회 문화적 융합에는 진통도 따르기 때문에 각국은 해법 찾기에 골몰하고 있다.

김재영 기자 redfoot@donga.com

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대만에선

“대만에 살면 모두 소중한 대만의 국민”

사회단체 중심 ‘신이민 여성’ 포용 운동

‘대만인과 결혼해서 대만에서 살고 있는 사람은 모두 소중한 대만 국민이다.’

대만에서도 외국인 여성 배우자들이 크게 늘면서 민간단체를 중심으로 이들을 포용하려는 움직임이 활발하다.

대만에서 외국인 배우자에 대한 권익보호 활동은 이들을 부르는 명칭을 바꾸는 것에서부터 시작됐다.

대만에서 외국인 배우자가 크게 늘어난 것은 1990년대부터. 95% 이상이 외국인 여성이 대만 남성과 결혼하는 형태다. 이들 여성을 대만에서는 ‘인도네시아 신냥(新娘·신부)’ ‘베트남 신부’ 등으로 부르고 중국 대륙 출신 여성은 ‘대륙 신부’로 불렀다.

하지만 부녀자 권익보호 단체인 ‘부녀신지기금회(婦女新知基金會)’ 등 사회단체들은 “명칭에 출신 국가 이름을 붙이는 것 자체가 차별적인 뜻을 담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지금은 ‘신이민 여성’이라는 명칭이 가장 널리 쓰이고 있다.

대만에서 외국인 배우자들의 권익 보호 활동에 나선 단체는 부녀신지기금회 주교선목사회복리기금회 등 10여 개.

가장 대표적인 단체는 외국인 여성 배우자들이 중심이 되어 2003년 7월 발족한 ‘남양대만자매회(南洋臺灣자妹會)’. 타이베이(臺北)와 가오슝(高雄)에 사무실을 두고 대정부 정책 건의, 시위 활동 조직, 회지 발행 등 다양한 활동을 벌이고 있다. 최근에는 ‘신이민 여성’들에게 중국어를 가르치는 교육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자신은 외국인 배우자는 아니면서 자매회를 결성하는 데 앞장선 우사오원(吳紹文·32) 비서장(회장)은 “사무실 두 곳을 합쳐야 상주 직원이 7, 8명에 불과하지만 뜻을 같이하는 대학생 아르바이트생도 많다”고 말했다.

방콕의 대형 백화점에서 근무할 때 태국에 관광 온 남편과 만나 8년 전 결혼한 야룽 파나풋(30) 씨는 “대만에서는 아직까지 법적 제도적인 측면뿐 아니라 사회적인 편견을 없애는 것이 가장 큰 과제”라고 말했다.

대만 정부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말 현재 대만의 총외국인 배우자는 38만4000여 명으로 약 2300만 인구의 1.6%에 이른다. 이는 대만 원주민 수보다 많다. 중국 대륙과 홍콩 마카오 등 중화권이 65.1%, 베트남 태국 등 동남아 지역이 34.9%다.

타이베이=구자룡 기자 bonhong@donga.com

■싱가포르에선

해외 단순인력은 엄격 통제 두뇌 유치엔 국가 사활 걸어

싱가포르는 국가의 장래가 해외 인재 확보에 달렸다고 보고 이에 사활을 기울이는 국가이다. 싱가포르는 경제의 30% 가까이를 차지한 하이테크 제조업의 일자리가 중국의 급성장으로 급격히 감소하고 출산율마저 떨어지는 것이 가장 큰 문제다.

올 4월 싱가포르에서는 리셴룽(李顯龍) 총리를 비롯해 싱가포르의 국가 개발 및 발전 전략에 대해 조언해 온 세계 글로벌 기업 회장과 석학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사흘간의 회의가 끝난 뒤 ‘월드·싱가포르’라는 표어가 싱가포르의 새로운 성장 전략으로 발표됐다. 외국인 투자와 인재 유치에 속도를 붙여야 한다는 것이 핵심 내용이었다.

해외 고급 인재를 유치하기 위한 싱가포르의 대우는 파격적이다. 단순 노동력에 대해 엄격한 통제를 하는 것과는 전혀 다르다.

5월 싱가포르 인력부는 미국, 일본, 호주 등 8개 선진국 젊은이들에게 6개월짜리 취업비자를 내주기로 했다. 이들에게는 취업 업종 제한을 없애고 외국인의 월 최저 임금을 1637달러(약 150만 원)로 묶어 놓은 법조항도 적용하지 않는다.

영주권을 원하는 해외 인재에겐 학력과 직업, 경력, 나이 등을 점수로 매겨 검토한 뒤 일정한 조건만 충족되면 영주권을 내준다. 싱가포르는 인구 440만 명 중 외국인이 100만 명이나 되지만 해외 고급 인력과 외국인 학생 비율을 5년 내에 지금의 2배로 늘린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리콴유(李光耀) 내각 고문장관은 “싱가포르가 컴퓨터의 하드디스크라면 해외 인재는 디스크 용량을 수백만 바이트 높여 주는 역할을 한다”고 해외 인재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싱가포르와 달리 홍콩은 해외 전문 인력이 5년 전에 비해 33%나 감소해 성장 동력이 떨어지는 것 아닌가 하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전문가 의견

“한국은 이미 혼혈사회 진입 다문화 가족 보호장치 급해”

우리나라의 1990년 연간 국제결혼 건수는 약 4700건으로 전체의 1.2%에 불과했으나 2005년에는 약 4만3000건에 13.7%로 높아졌다. 농촌은 약 36%에 이른다.

또 국제결혼 배우자가 2000년대 초에는 중국 일본 필리핀 출신이 다수였지만 최근에는 베트남 몽골 우즈베키스탄 등으로 다변화되고 있다. 2005년을 기준으로 한국 남자와 결혼한 외국인 여성의 국적을 보면 중국이 66%로 가장 많고 그 다음 베트남 19%, 일본 4%, 필리핀 3% 등의 순으로 나타나고 있다.

유엔 인종차별철폐위원회(CERD)가 “한국에서 단일민족을 강조하는 것은 국제적 기준으로 볼 때 인종차별적 행위에 해당할 수 있다”고 말할 정도로 ‘혼혈 사회’가 됐다.

하지만 외국인 배우자와의 이혼 건수는 2003년에 약 2800건에서 2005년 4200건으로 크게 증가했다. 전체 이혼에서 차지하는 비율도 2003년 1.6%에서 2005년에는 5%대로 늘었다.

‘다문화 가족’이 위기를 맞는 이유는 경제적 문제에서부터 언어와 문화적 차이, 외국인이라는 이유로 나타나는 곱지 않은 사회적 시선과 편견, 이들에 대한 정부의 지원대책 미흡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다. 사소한 말의 오해가 비화돼 이혼까지 하는 사례도 있다.

한국도 이제 외국에서 국제결혼으로 가정을 꾸리는 사람들이 적응할 수 있도록 돕는 제도적인 뒷받침과 사회적인 성숙함이 필요하다. 학교에서 혼혈 자녀에 대한 편견을 없애고 국제결혼 중개업체에 대한 철저한 관리를 위한 관련 법 제정도 필요하다.

국제사회는 한 지붕 아래서 움직이고 있다. 이제는 순혈주의와 단일민족의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다민족 사회’를 받아들일 수 있는 자세와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

김용문 한국보건사회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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