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패션 베끼기 근절’ 법안 논란 가열

  • 입력 2007년 8월 25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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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의 길거리에서는 240달러짜리 이브생로랑 선글라스와 똑같은 디자인의 제품이 14달러에 팔린다.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여배우들이 입은 드레스는 며칠 뒤 보세업체에서 비슷한 것으로 사 입을 수 있다. “백화점에 전시된 ○○○브랜드 디자인과 똑같다”는 업체 주인들의 귀띔도 이어진다. ‘짝퉁’ 패션이 흘러넘치는 시대다.

이런 패션 디자인 베끼기를 막기 위해 최근 ‘디자인 모방금지 법안(Design Piracy Prohibition Act)’이 미 상원과 하원에 제출됐다.

법안을 발의한 민주당의 찰스 슈머(상원), 제럴드 내들러(하원) 의원은 디자이너들과 함께 뉴욕의 패션스쿨 ‘FIT’를 방문하는 등 법안 통과를 위한 움직임도 활발하다. 힐러리 클린턴 상원의원도 지원을 약속했다.

23일 미국 법률 전문지 ‘내셔널 로 저널’에 따르면 이 법안의 실효성과 파장을 놓고 패션업계와 법조계에서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법안이 통과되면 패션 디자이너들은 자신의 패션 디자인을 등록해 3년간 저작권을 인정받고 이를 베낀 업체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게 된다. 지금까지는 아무리 비슷한 의류 디자인이라도 상표를 도용하지 않으면 문제 삼을 규정이 없었다.

법안 찬성론자들은 새 법안이 베끼기 문화를 근절해 디자이너의 창조성과 노력의 결실을 보호할 수 있다며 환영하고 있다. 특히 인터넷의 발달로 베끼는 속도가 빨라진 데다 모조품 생산기술도 발달해 디자인 모방은 매출 감소와 디자이너의 창작 의욕 감소를 불러온다는 것.

뉴욕에서 패션산업이 창출해내는 산업 규모는 연간 470억 달러에 이른다. 뉴욕 시는 모조품 때문에 연간 10억 달러의 세금 손실을 보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패션산업이 발달한 프랑스에서는 이미 패션 디자인 모방 규제법이 있다. 이브생로랑이 미국의 디자이너 랄프 로렌을 상대로 턱시도 디자인 도용 소송을 내서 1994년 프랑스 법원에서 40만 달러의 손해배상 판결을 받아내기도 했다.

하지만 반대론자들은 법을 통한 규제가 디자인의 자유로운 변형과 이를 통해 얻는 영감을 제한해 오히려 패션산업을 위축시킬 것이라고 주장한다. 또 음악이나 영화처럼 100% 복제하는 것이 아니라 부분 변형이 많은 데다 유행의 변화 속도도 너무 빨라 정확히 어디까지가 ‘베끼기’인지 법적으로 정하기도 어렵다는 설명이다.

이정은 기자 light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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