짝퉁왕국 중국, 위조 안되는 게 없다

  • 입력 2007년 8월 23일 03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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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짝퉁 왕국’ 중국에선 학위도 예외가 아니다. 석박사 학위는 물론 중의(中醫) 자격증, 중국어능력시험(HSK) 성적증명서까지 안 되는 게 없다. 미국처럼 유령 대학이나 디지털 대학을 세워 놓고 학위를 만들어 파는 게 아니라 실제 유명 대학의 학위를 위조해 판다.

한국인들이 가장 많이 찾는 것은 HSK 성적증명서. 특수목적고 진학이나 대학의 수시입학, 입사 등에 광범위하게 쓰이기 때문이다.

가격은 1000∼2000달러로 증명서 가운데 가장 싸다. 업계에서는 연간 위조 건수가 5000여 건에 이를 것으로 추산한다.

위조된 중국 대학의 학사 및 석박사 학위는 대개 입사나 상급학교 진학에 사용한다. 1990년대 중반까지는 베이징(北京)대나 칭화(淸華)대 등 유명 대학 학위를 많이 위조했지만 지금은 허베이(河北)사범대, 톈진(天津)사범대, 톈진외국어대 등 지방대로 바뀌는 추세다. 베이징대나 칭화대가 전산망을 갖춰 관리를 강화했기 때문이다.

가격은 학사 2000∼3000달러, 석사 5000달러, 박사 8000달러 수준이다. 이 돈만 내면 수업을 들을 필요가 없는 것은 물론이고 중국에 한 번 가보지 않아도 일주일이면 위조된 학위와 성적증명서가 한국에 도착한다.

학위 논문까지 위조하면 석사 1만2000달러, 박사 1만5000달러로 가격이 뛴다. 소요 시간도 3∼5주로 길어진다. 업계 전문가는 중국어는 잘하지만 학위가 없는 학원 강사나 디지털대 강사 등이 주 고객층이라고 귀띔했다.

중국에서는 학위를 조회하려 해도 일부 일류 대학을 빼면 전산화가 잘 안돼 있어 확인이 안 되는 경우가 많다.

중의사 자격증은 아예 여행상품으로 팔릴 정도로 유행이다. 400만∼500만 원을 내고 2주짜리 중국 관광을 다녀오면 중의사 자격증이 나오기도 한다. 중의대에서 강의 몇 번 듣고 일주일 정도 관광하는 방식이다.

학위 위조는 당초 조선족이 전문가였다. 하지만 1997년 위환위기 이후 도산한 한국 인쇄업자들이 중국에 몰려오면서 요즘은 한국인 위조책이 더 많다고 한다.

중국의 학위 위조는 ‘수요자↔알선자↔운반자↔공급자(위조자)’의 사슬로 연결돼 있지만 서로 비밀을 지키기 때문에 수요자는 위조자가 누구인지 전혀 모른다. 수요자가 지급하는 가격이 비싼 것도 이 같은 먹이사슬 유지비 때문이다.

베이징=하종대 특파원 orionh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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