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관계자 “길게 볼 필요있다” 장기전 시사

  • 입력 2007년 7월 23일 03시 1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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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대표단 아프간 급파 조중표 외교통상부 제1차관(가운데)을 반장으로 하는 정부 합동대책반 일행이 21일 오후 인천국제공항에서 아프가니스탄으로 떠나고 있다. 인천=전영한 기자
정부 대표단 아프간 급파 조중표 외교통상부 제1차관(가운데)을 반장으로 하는 정부 합동대책반 일행이 21일 오후 인천국제공항에서 아프가니스탄으로 떠나고 있다. 인천=전영한 기자
아프가니스탄 무장단체에 의한 한국인 23명 피랍 사건 발생 사흘째를 맞아 정부는 이들의 무사 귀환을 위해 외교력을 총동원하는 등 하루 종일 긴박하게 움직였다.

청와대와 외교통상부, 국방부, 국가정보원 등 관련 부처는 24시간 비상근무체제를 갖추고 시시각각 변하는 아프간의 현지 상황에 따른 대응책 마련에 전력을 기울였다.

한편 이번 피랍사태는 철저히 ‘미디어 협상전’의 양상을 띠고 있다. 무장단체는 협상 시한을 오후 4시 반(21일·한국 시간)→오후 11시 반(22일)→오후 11시 반(23일)으로 3차례 연장하면서 모두 AP통신 등 외신을 이용했다.

정부는 일단 ‘최악의 상황’을 피하게 된 데에 안도하는 분위기였다. 정부 고위 당국자는 “시한을 길게 볼 필요가 있다”고 말해 이번 피랍사태가 장기전으로 들어갈 수도 있음을 시사했다.

▽4차례 안보정책회의 개최=정부는 22일 오전 10시와 오후 9시 청와대에서 백종천 대통령통일외교안보정책실장 주재로 관계 부처 장관급이 참석한 가운데 안보정책조정회의를 열어 피랍 사건 상황을 점검하고 대책을 논의했다. 이미 21일 두 차례 회의를 포함해 모두 네 차례 회의를 했다.

회의가 네 차례나 소집된 것은 무장단체의 변화무쌍한 요구 조건 변경 탓. 처음에는 현지 주둔 한국군의 철군을 요구했다가 이후 한국인 인질과 탈레반 죄수를 맞교환하자는 새로운 카드를 제시하는 한편 시한을 연장해 가면서 한국인 인질에 대한 살해 위협을 했다.

2차 살해 위협 시한인 ‘22일 오후 11시 반’을 2시간 앞두고 벌어진 4차 회의에서는 이날 오후 아프간 현지에서 무장단체와의 ‘직간접’ 협상을 시작한 조중표 외교부 제1차관 등 정부대책반의 보고를 토대로 대응 방침을 재정비했다.

▽직접 나선 대통령=노무현 대통령도 팔을 걷어붙였다. 20일 지방행사 참석차 충남 계룡대에 머물고 있던 노 대통령은 사안이 심각하다고 보고 21일 일정을 취소한 채 급히 서울로 돌아와 오후 2시 반 직접 무장단체에 메시지를 전달했다.

무장단체가 밝힌 1차 인질 살해 시한인 ‘21일 오후 4시 반’을 2시간 앞두고 이뤄진 이날 회견에서 노 대통령은 인질의 조속한 석방을 촉구하는 한편 무장단체와 직접 협상에 나설 용의도 있음을 표명했다. 2004년 6월 이라크에서 김선일 씨가 무장단체에 납치됐을 당시 ‘안이한 대응’을 하다가 살해되는 것을 막지 못했던 전례에 따른 ‘학습효과’도 대통령을 전면에 나서게 한 것으로 보인다.

▽‘미디어 협상전’ 양상=이번 인질극을 벌이고 있는 무장단체는 ‘언론 플레이’에 능한 단체라는 게 정부의 판단이다. 혼란스러운 신호와 메시지를 다양하게 보내면서 일종의 교란작전을 펴고 있다는 분석이다.

정부는 19일 이후 국내외 언론 보도의 내용을 분석하는 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무장단체가 주로 AP나 알자지라 등 외신을 이용해 자신들의 요구 조건을 흘리는 한편 국내 언론이 전하는 정부 동향을 무장단체가 대부분 실시간으로 파악하고 있는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보도에 따라 무장단체의 ‘요구 수준’이 올라갈 가능성도 있다며 언론사에 보도 자제를 요청하기도 했다.

하태원 기자 triplets@donga.com

조수진 기자 jin061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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