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레반 “협상 시한 23일밤 11시반으로”

  • 동아일보
  • 입력 2007년 7월 23일 03시 10분



22일 밤 탈레반 홈페이지(www.alemarah.org)에 긴급 공지된 영문 성명. 이 성명에서 탈레반은 한국 측과의 협상 시한을 24시간 연장한다고 선언했다. 사진 출처 탈레반 홈페이지
22일 밤 탈레반 홈페이지(www.alemarah.org)에 긴급 공지된 영문 성명. 이 성명에서 탈레반은 한국 측과의 협상 시한을 24시간 연장한다고 선언했다. 사진 출처 탈레반 홈페이지
22일 오후 11시 30분(한국 시간). 한국인 23명을 납치한 아프가니스탄 탈레반 무장세력이 ‘탈레반 수감자 23명을 석방하지 않으면 한국인 인질을 살해하겠다’고 경고한 2차 협상 시한이 지난 직후 탈레반 측이 협상 시한을 24시간 연장했다.

탈레반 측이 막판에 협상 시한을 연장함에 따라 한국인 납치 사태는 한 고비를 넘기게 됐다. 피랍 한국인의 석방을 위한 한국 정부 대표단과 탈레반 측의 협상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기대된다.

탈레반 측은 이날 협상 시한에 맞춰 홈페이지에 올린 성명을 통해 “우리는 오늘 오후 7시(현지 시간)였던 데드라인을 24시간 더 연장했으며 (협상이) 열매를 맺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에 앞서 조중표 외교통상부 제1차관을 단장으로 하는 한국 정부 대표단은 이날 오후 2시 55분 아프간 수도 카불에 도착해 아프간 외교장관을 비롯한 현지 정부 당국자와 연쇄 면담을 하고 본격 교섭에 들어갔다.

정부 당국자는 협상 시한 경과 직전 브리핑을 통해 “현 시점에도 여러 경로를 통해 무장단체와 접촉을 유지하고 있다”며 “오후 11시 반이라는 시한은 공식 확인할 내용이 아니지만 그 시간이 지난 이후에도 접촉이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당국자는 또 피랍 한국인 23명의 안전 문제와 관련해 “많은 정보와 네트워크를 통해 파악한 바에 따르면 다행히 현재 해를 입었거나 불행한 일을 당했다는 정보를 접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당국자는 “상대와 직간접 접촉이 이뤄지고 있는 시점이다. (한국인을 납치한) 단체와 서로 (해결 방안을 놓고) 교감하는 단계에 이미 들어섰다”며 탈레반 측과 직접 협상이 시작됐음을 시사했다.

탈레반 측 대변인을 자처하는 카리 유수프 아마디도 이날 밤 AFP통신에 “협상이 현재 진행 중”이라고 확인해 줬고, 아프간 정부의 현지 경찰총수는 “부족 원로와 종교 지도자를 통해 탈레반 측과 협상을 시작했다”고 전했다.

한편 아프간 정부군은 협상 결렬에 따른 만약의 사태를 염두에 둔 군사 대응 체제를 갖추는 등 긴박하게 움직였다. 아프간 정부는 이날 오후 한국인 23명을 구출하기 위해 피랍 장소인 아프간 남부 가즈니 주 카라바그 지역을 봉쇄하는 군사작전에 돌입했다고 발표해 한때 인근 지역에선 팽팽한 긴장감이 감돌았다.

그러나 아프간군과 경찰은 뒤늦게 “한국인 구출을 위한 어떤 작전도 개시되지 않았다”고 부인했다.

탈레반 측은 아프간 정부가 군사작전을 감행할 경우 인질들을 즉각 살해하겠다고 위협했고, 한국 정부도 자칫 무장 세력을 자극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수색 구출작전을 자제해 달라고 요청했다.

탈레반 측은 당초 한국군과 독일군의 아프간 철군을 조건으로 제시한 첫 번째 협상 시한(21일 오후 4시 30분)이 지난 뒤 22일 밤으로 두 번째 협상 시한을 제시하며 이때까지 탈레반 수감자가 석방되지 않을 경우 한국인 인질을 차례로 살해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노무현 대통령은 첫 번째 시한을 2시간여 앞두고 CNN과 국내 TV로 생중계된 긴급 메시지를 통해 “우리 정부는 조속한 석방을 위해 관련된 사람들과 성의를 다해서 노력할 준비가 되어 있다”며 협상을 통한 해결을 촉구했다.

또 정부는 납치 세력이 한국인 석방 조건으로 한국군 철군을 요구한 데 대해 올해 말 이전에 임무를 종료하고 철군한다는 당초 계획을 예정대로 이행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이철희 기자 klimt@donga.com

하태원 기자 triplet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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