獨 “무릎 꿇지 않겠다” 철군 거부

  • 입력 2007년 7월 23일 03시 1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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獨외교 “심장 이상으로 사망한 듯” 21일 프랑크발터 슈타인마이어 독일 외교장관이 독일 베를린 외교부 청사 앞에서 아프가니스탄에서 독일인 2명이 피랍된 것과 관련해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피랍자 1명은 시체로 발견됐으며 나머지 1명의 생사는 확인되지 않았다. 베를린=EPA 연합뉴스
獨외교 “심장 이상으로 사망한 듯” 21일 프랑크발터 슈타인마이어 독일 외교장관이 독일 베를린 외교부 청사 앞에서 아프가니스탄에서 독일인 2명이 피랍된 것과 관련해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피랍자 1명은 시체로 발견됐으며 나머지 1명의 생사는 확인되지 않았다. 베를린=EPA 연합뉴스
탈레반의 요구를 수용하는 유화적 해결인가, 테러범의 주문에 휘둘리지 않는 강경 대응인가. 한국인 봉사대원들이 탈레반에 납치된 소식이 전해진 21일 이후 세계의 눈은 한국이 취할 선택에 쏠렸다. 비슷한 사태를 맞고 있거나 맞은 경험이 있는 나라들의 상이한 대응방식도 관심을 끌었다.

▽독일 여야 수장 ‘무릎 꿇지 말자’ 한목소리=이번 아프가니스탄 인질 사태에서 최소 1명이 희생된 독일은 탈레반의 독일군 철수 요구를 명확히 거부하고 11월 말로 끝나는 파견 시한을 연장할 것을 시사했다. 독일은 아프가니스탄에 약 3000명의 군대를 파견해 놓고 있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21일자 파사워 노이에 프레세(PNP)와의 인터뷰에서 “독일군의 임무 시한을 연장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아프간 국민을 위험 속에 버려 둘 수 없다”고 덧붙였다.

연정 파트너인 사회민주당의 쿠르트 베크 의장도 ZDF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탈레반의 철수 요구 앞에서 무릎 꿇지 말자”고 호소했다.

그러나 독일 정치권은 군 철수에 강력히 선을 그은 뒤 인질 석방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독일은 인질 사태가 발생할 경우 종종 ‘뒷거래’를 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2005년 이라크에서 납치됐던 독일 여성 고고학자 주자네 오스토프 씨가 풀려나기 이틀 전 미국 여객기 테러범 모하마드 알리 하마디가 독일에서 풀려났다. 하마디는 독일에서 종신형 선고를 받고 19년을 복역했다.

마르틴 예거 독일 외교부 대변인은 당시 두 석방 사이에 관련이 없다고 설명했지만 언론은 독일 정부와 테러집단의 거래 가능성을 제기했다.

한편 탈레반에 억류됐던 독일인 중 1명이 22일 남부 와르다크 주에서 시체로 발견됐다고 현지 경찰이 밝혔다. 앞서 21일 프랑크발터 슈타인마이어 외교장관은 “납치된 독일인 2명 중 1명은 인질로 잡힌 상황에서 심장에 이상을 일으켜 죽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한 바 있다. 시체로 발견된 독일인이 심장 이상으로 사망한 사람인지는 즉각 밝혀지지 않았다.

독일 대중지 ‘빌트 암 존타크’는 시신에 여러 발의 총상이 있었다고 전했으나 독일 외교부는 이에 논평하지 않았다.

▽‘스페인식? 영국식?’ 미국 불안한 시선=아프가니스탄에서 한국인 봉사대원 23명이 탈레반에 납치됐다는 소식이 전해진 22일 워싱턴 외교가는 한국 정부가 내릴 선택에 관심이 쏠렸다.

워싱턴의 한 소식통은 이날 “조지 W 부시 행정부는 한국 내 일각에서 제기되는 동의·다산부대의 조기 철군론을 불안한 눈으로 바라보게 됐다”고 말했다.

‘테러와의 전쟁’을 두고 부시 행정부를 지지했던 두 맹방 스페인과 영국은 자국 수도에서 발생한 테러 사건 직후 전혀 다른 두 갈래 선택을 했다.

스페인에선 2004년 3월 총선을 사흘 앞두고 수도 마드리드의 출근길 열차에서 폭탄이 터지면서 191명이 사망했다. 스페인 시민의 테러 공포는 ‘이라크 철군’을 공약으로 내세운 야당 사회노동당에 총선 승리를 안겨줬다. 스페인은 그해 여름 파병군인 1300명을 철수했다.

2005년 7월 영국 런던 지하철에서 발생한 테러 역시 출근 인파를 겨냥했다. 그러나 52명의 사망자가 났는데도 토니 블레어 당시 총리는 부시 대통령의 노선을 변함없이 지지했다.

워싱턴 소식통은 “아프간과 이라크 문제는 결국 한 몸”이라며 “12월 한국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전선이 확장되는 것이 워싱턴으로선 부담스럽다”고 말했다.

파리=송평인 특파원 pisong@donga.com

워싱턴=김승련 특파원 sr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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