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다 vs 이노우에… 위안부 규탄결의안 놓고 일전

  • 입력 2007년 7월 18일 03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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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노우에 대(對) 혼다.’

일본군 위안부 강제동원 규탄 결의안을 놓고 미국 의회에서 두 일본계 의원이 극명히 대비되는 찬반 행보를 보이고 있다.

1월 31일 결의안 제출을 시작으로 6개월간 이슈를 주도해 온 일본계 3세 마이크 혼다(캘리포니아·민주) 하원의원은 최근 하원 본회의 상정이 미뤄지자 “조금 긴 호흡으로 지켜보자”며 숨을 고르는 모습이다.

이에 맞서 결의안 반대를 주도하는 정치인도 역시 일본계인 대니얼 이노우에(하와이·민주) 상원의원이다. 5월 혼다 의원과 하원 지도부에 비공개 서한을 보내 결의안 추진 중단을 호소했던 그는 12일 상원에 결의안 반대 성명서를 제출하는 등 저지 행보를 본격화했다.

민주당 지도부가 결의안 상정을 미루는 것도 이노우에 의원을 의식하기 때문이 아니냐는 해석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이달 초만 해도 미 의회 주변에선 결의안이 7월 둘째 주 본회의에서 처리될 것이란 소문이 돌았다.

사실 이노우에 의원의 주장은 일본 정부의 논리를 거의 판박이 하듯 옮겨 놓은 것에 불과하다. 하지만 제2차 세계대전 때 최고훈장(Medal of Honor)을 받은 전쟁영웅인 데다 전체 상원의원 중 3번째 고참인 거물급이어서 영향력이 막강하다.

그는 19세 때인 1943년 미군에 자원입대해 유럽 전장에서 독일군을 상대로 혁혁한 전공을 세웠고 전투 중 오른팔을 잃었다. 하와이가 주(州)로 독립한 1959년 하원의원이 됐으며 1963년 상원에 입성해 44년간 현역으로 활동하고 있다.

2000년 하원의원에 처음 당선된 4선의 혼다 의원은 전쟁의 피해자다. 1941년 일본의 진주만 공습 때 갓난아기였던 그는 미 정부의 일본인 강제 수용에 따라 1942년부터 콜로라도 주의 강제수용소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뒤 1953년에야 풀려났다.

그는 미 의회가 1988년 시민자유법을 제정해 일본인 강제 수용을 공식 사과하는 것을 보고 국가 차원의 사과를 통한 화해가 영속적인 효과를 갖는다는 것을 실감했다고 말해 왔다. 주 의원 시절에도 일본 전쟁범죄 규탄 결의안을 발의하는 등 일본의 과거사를 바로잡아야 한다는 확고한 신념을 행동으로 옮겼다.

뉴욕·뉴저지 한인 유권자센터 김동석 소장은 “이노우에 의원이 본격적으로 움직이는 것이 민주당 지도부에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며 “현재 158명을 확보한 지지 서명 의원을 늘리기 위한 의원회관 방문 등 풀뿌리 운동을 계속 벌이며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일본 정부는 올해 초부터 호건앤드하트슨 등 워싱턴의 대형 로펌 2개를 고용한 데 이어 최근 대형 홍보사와 추가 계약을 하는 등 막바지 반대 로비에 열을 올리고 있다.

워싱턴=이기홍 특파원 sechep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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