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나 입에 쓴… ‘피의 초콜릿’

  • 입력 2007년 7월 7일 03시 0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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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아프리카 코트디부아르의 코코아 생산 농장에서 농부가 볕에 말린 코코아를 쓸어 담고 있다. 코트디부아르는 전 세계 코코아 생산량의 약 40%를 차지하는 세계 1위 코코아 생산 국가다. 동아일보 자료 사진
서아프리카 코트디부아르의 코코아 생산 농장에서 농부가 볕에 말린 코코아를 쓸어 담고 있다. 코트디부아르는 전 세계 코코아 생산량의 약 40%를 차지하는 세계 1위 코코아 생산 국가다. 동아일보 자료 사진
《‘피의 초콜릿(Blood Chocolate)’을 아십니까?

세계 1위의 코코아 생산국인 서아프리카 코트디부아르의 내전 자금줄이 초콜릿의 원료인 코코아라는 연구 보고서가 나왔다.

영국의 민간단체인 ‘세계의 증인(Global Witness)’은 최근 보고서를 통해 코트디부아르의 정부와 반군이 코코아를 팔아 번 돈으로 내전 비용을 충당한다고 발표했다.》

阿 코트디부아르, 코코아 판 돈이 내전 자금줄로

재배 농민들 오히려 희생… 아동 노동력 착취도

이 보고서에 따르면 로랑 그바그보 코트디부아르 대통령이 코코아 생산 이익 가운데 적어도 3850만 달러(약 350억 원)를 전쟁 비용으로 사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군 세력 또한 코코아 거래에 매긴 세금으로 해마다 약 3000만 달러(약 276억 원)를 벌어들인 것으로 드러났다.

‘세계의 증인’은 지난해부터 코트디부아르와 인접 국가들의 코코아 관련 공무원과 수출업자, 전문가 등을 접촉해 이 보고서를 작성했다.

서아프리카의 인권 운동가인 알리운 타인 씨는 미국의소리(VOA)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이 보고서는 코코아가 무기 구입에 어떻게 사용되고 이로 인해 분쟁이 어떻게 악화되는지 분명하게 보여 준다”고 말했다.

코트디부아르는 1999년 쿠데타가 발생한 이래 혼란 상태가 계속됐다. 국토 남쪽은 정부군이, 북쪽은 반군이 차지한 채 크고 작은 분쟁이 끊이지 않고 있다. 각종 시위와 보복 공격으로 수많은 인명 피해가 난 것으로 추정된다.

이 보고서는 코코아를 팔아 산 무기들의 희생자가 바로 그 코코아를 피땀 흘려 재배한 코트디부아르 농민과 일반 국민이라고 지적했다. 코트디부아르의 코코아가 시에라리온과 라이베리아의 이른바 ‘피의 다이아몬드(Blood Diamond)’처럼 재앙의 불씨가 되고 있다는 것이다.

보고서 작성에 참여한 패트릭 얼레이 씨는 “당신이 코트디부아르의 코코아로 만든 초콜릿 바를 먹으면 그 지역에 총과 폭약을 살 내전 자금을 지원하는 것과 같다”고 말했다.

아프리카에선 각종 천연 자원이 지역 주민들의 생활 개선에 쓰이는 것이 아니라 지역민의 목숨을 위협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영국의 BBC는 “전쟁에는 돈이 필요하다. 천연 자원이 많은 아프리카 국가에서 더 많은 분쟁이 발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코코아 생산이 내전의 자금줄이 되면서 코트디부아르 정부군과 반군 간의 항구적 평화협상이 늦춰지는 요인이 되고 있다고 보고서는 분석했다.

코코아 생산에 아동의 노동력이 착취되는 것도 문제다. 국제 민간단체인 ‘세이브 더 칠드런’은 올해 2월 보고서를 통해 코트디부아르의 코코아 농장에서만 말리 등 인근 아프리카 빈국에서 팔려 온 어린이 수천 명이 보수를 전혀 받지 못한 채 일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세계의 증인’은 즉각적인 코코아의 수출 금지를 주장하지는 않았다. 코코아가 코트디부아르 전체 수출액의 35%를 차지할 뿐 아니라 현재 국민 300만∼400만 명이 코코아 생산에 참여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 대신 ‘세계의 증인’은 투명성 확보를 요구했다. 코코아 산업의 관리가 불투명해 부패가 끊이지 않는 만큼 코코아로 번 돈이 내전 자금으로 은밀하게 흘러들어가는 것을 막아야 한다는 것이다. 현재는 코코아 회사들이 농부들에게 임금을 얼마 지급하는지조차 잘 알려져 있지 않을 정도로 코코아 산업은 베일에 싸여 있다.

‘세계의 증인’ 관계자는 “코트디부아르 코코아 산업의 투명성을 살리고 코코아 수출 이익을 국가의 미래 발전을 위한 인프라 구축에 써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이 나라 언론은 그바그보 대통령이 코코아 자금을 사조직인 ‘청년 애국자’ 등에 지원하고 있다고 비난해 왔다. 그러나 그는 “코코아 자금을 불법 사용한 적은 없다”고 일관되게 부인했다. ‘청년 애국자’는 그바그보 대통령을 비난하는 국제 사회의 움직임이 있을 때면 코트디부아르 남부 주요 도시에서 시위와 폭동을 일으켰다. ‘대통령 배후설’이 제기되는 것도 그 때문이다.

정부 관계자와 반군 측은 코코아와 내전의 관계를 밝힌 이번 보고서에 대해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황인찬 기자 hi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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