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미어리그 ‘자본의 월드리그’

  • 입력 2007년 6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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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체스터 유나이티드 리오 퍼디낸드가 2006∼2007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우승컵을 들어올리고 있다. 미국 스포츠 재벌이 인수한 맨체스터는 다음 시즌 선수 영입을 위해 수백억 원을 쓸 예정이다. 이 같은 자본 경쟁은 여러 구단에 부담이 되고 있다. 동아일보 자료 사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리오 퍼디낸드가 2006∼2007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우승컵을 들어올리고 있다. 미국 스포츠 재벌이 인수한 맨체스터는 다음 시즌 선수 영입을 위해 수백억 원을 쓸 예정이다. 이 같은 자본 경쟁은 여러 구단에 부담이 되고 있다. 동아일보 자료 사진
맨시티 팔리면 20개 구단 중 8개 구단이 외국인 손에

“부자구단 선수 싹쓸이-타국 리그 위축 부작용” 지적도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에 천문학적으로 쏟아져 들어오는 돈이 ‘양날의 검’으로 작용할 것인가.

최근 탁신 친나왓 전 태국 총리가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맨체스터시티를 약 1500억 원에 인수하겠다고 나섰다. 성사되면 프리미어리그 20개 구단 중 8개 구단이 외국 자본의 지배아래 놓인다. 2003년 러시아 석유 재벌 로만 아브라모비치가 첼시를 약 2000억 원에, 2005년 미국의 재벌 맬컴 글레이저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를 약 1조5000억 원에 인수하는 등 외국 자본이 물밀 듯 들어서고 있다.

프리미어리그는 1990년대 중반 개혁을 단행하면서 폭발적인 성장을 이뤘다. 경기장 사망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안전시설을 대폭 강화했고 위락시설을 갖추면서 ‘축구팬’이 아닌 ‘고객’을 상대하는 마케팅을 펼쳤다. 돈이 들어오자 외국 유명 선수들을 들여와 경기의 질을 높였다. 팀별이 아닌 리그 차원에서 TV중계권을 단체 계약하며 천문학적 돈을 벌어 나눠 갖게 됐다. 한 시즌에 세계 200여 개국에서 7600만 명이 시청하는 프리미어리그는 향후 3시즌 간 중계권료만 5조 원이 넘을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아시아 등 외국 지역에 인기가 있어 성장 가능성은 아직도 크다는 판단이다.

외국 자본이 이 같은 고수익의 프리미어리그에 눈독을 들이는 것은 당연한 일. 다른 리그에 비해 주식회사 형태로 돼 있어 인수 작업도 비교적 쉽다. 더 공격적인 마케팅과 고액 선수 영입으로 리그를 호화롭게 할 계획이다.

그러나 외국 자본들의 경쟁이 좋지만은 않다는 지적이 영국 안팎에서 제기되고 있다. 구단 간 자본력의 대결이 본격화되면서 돈 많은 구단만 계속 좋은 선수를 싹쓸이해 뻔한 승부가 연출된다는 것. 또 일부 구단은 이 같은 자본 대결에 나서면서 엄청난 빚더미에 올라앉고 있다. 구단 간의 호화경기장 건설 경쟁과 고액 선수 영입 경쟁이 부채의 주원인이다.

프리미어리그가 외국의 좋은 선수를 모두 끌어가 각국의 리그 경기력에는 오히려 해가 된다는 지적도 있다. 박문성 SBS해설위원은 “프리미어리그의 국제화가 다른 나라 리그에는 부작용으로 작용하는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이원홍 기자 bluesk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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